지난 화요일 아침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하늘은 알기나 하는지,
그리고 기상과 조류로 인해 구조가 난항에 부딪쳐 있는 작금의 현실과는 달리,
지난 토요일 서울의 날씨는 시간이 갈수록 뻔뻔하게도 그 화창함을 더하고 있었다.
지난 토요일은 부산에서 이틀간의 동고의 날 행사를 치루는 그 첫째날이다.
동고의 날 행사도 대대로 이어지는 행사이며,
그 때부터 잡혀진 일정이라 예정대로 치룰 수 밖에 없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이번 동고의 날 행사 주관기수가 서울 한마음축제와 마찬가지로 우리 56회인지라
서울에서 최양경사무총장, 김운오총무, 권승구 전회장, 이상현동기, 소광호동기,
그리고 나(현 회장)해서 총 6명이 고향길에 올랐다.
소광호동기는 먼저 KTX 편으로 부산으로 출발하고
나머지 5명은 13시 정각에 김운오총무가 운전대를 잡은 내 차를 이용하여
강남을 출발하여 강일IC를 빠져나나기 사작했다.
출발할 때 미풍이 있었지만 계절은 봄의 절정에 서 있었다.
우리는 이동하면서도 세월호 참사 이야기, 동고의 날 행사, 이어서 우리 한마음축제 준비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화제를 나누며 어느 새 마장휴게소에 도착했다.
마장휴게소에서 간단한 점심과 함께 커피 한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는
다시 남쪽 고향마을을 향해 시속 130Km로 냅다 질렀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휴게소에 다다를 즈음, 눈이 슬슬 감기고 있는 운오와 운전 교대,
나는 천천히 차를 몰고 그리운 모교의 형상과 해운대 밤바다를 그리며 다시금 남녘으로 향했다.
잠을 청할 줄 일았던 운오는 운전대를 놓자마자 생기가 돌며 어느 새 잠이 달아난 큰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다.
운전할 때와 조수석이 있을 때의 느낌은 늘 그렇듯이 사뭇 다르다는 걸 안다.
졸음조차도 피해갈 정도로.
중부내륙을 거쳐 경부고속도로, 대구근처에 이르러 다시 운오가 운전대를 잡는다.
대구를 거쳐 대구부산간 고속도로를 타고 18시30분에 온천장에 도착한다.
토요일 오후 부산의 교통상황은 말을 않해도 이미 잘 알고 있으리라.
부산에서 시간을 많이 지체하여 예정보다는 다소 늦게 당도했다.

권교수는 장전동 친가로, 상현이와 운오는 축구부 OB모임에,
나와 최총장은 다시 해운대로 향한다.
제법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오고 옷 속으로 한기가 파고 든다.
해운대 우동에는 양영택 부산회장이 운영하는 해운대 헬로스시가 있으며
우리 두사람은 거기서 너무나도 푸짐한 저녁 대접을 받는다.
헬로스시는 씨푸드부페식당이며,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하고 음식도 매우 맛있고 깔끔하다.
거의 다음날 아침식사까지 때울 정도로 폭식을 하고
우리는 감사 인사를 남긴 채 다시 늦게 온천장으로 향했다.
온천장에서 운오와 상현이, 그리고 기장에서 초고속으로 달려온 반가운 얼굴 용견이를 다시 만난다.
간단한 음주 후 우리는 온천장 숙소에서 첫날을 마감한다.

이튿날 아침, 일찍 대구탕으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우리는 바로 모교로 향한다.
8시반쯤 모교에 도착했을 땐 이미 많은 동문들이 군데군데 자리를 하고 있었고
학교 내 주차를 하니 반가운 얼굴 차홍열총무와 조상진동기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상상 그 이상의 엄청나게 많은 준비물과 함께.
서울 부산 동기 할 것 없이 우리는 준비물을 현장으로 나른다.
마침 축구부 YB후배들이 우리를 도와서 큰 힘을 보탠다.
아마도 그들이 없었으면 3배의 시간이 더 소요되었으리라 싶다.
젊다는 건 여러모로 쓸모가 있는 것 같다.
10시가 다 되어서 제국의 아이들 동준아빠 명규가 나타나고
그 뒤로 양영택회장이 충렬사에서 참배행사만 치루고 학교에 도착한다.
이 많은 준비에 일등공신은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조상진동기, 차총무, 그리고 양회장일 것이라 짐작이 간다.
그리고 어지럽게 준비된 그 많은 재료들을 맛으로 승화시키는 건
차총무의 정신적 지주 홍열이의 어부인을 필두로 한 우리 동기들의 헌신적인 부인들이다.
일사불란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너무도 많이 해 본 축적된 경험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우리 서울 동기들도 초경량 바람막이 단체복을 하나씩 받아서 부산동기들과 하나된 모습으로 변신을 꾀한다.
11시가 넘어서 트레킹을 마친 우리 동기들의 모습이 눈에 띠고 이어서 어제 친가에 간 권승구교수가 학교에 당도한다.

물론, 여러 동문들은 이미 각자의 텐트아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동기들은 가족들 포함해서 약 60여명의 대 군단을 이루고 있었고
그 많은 동기들은 각자의 역할이 이미 정해져서 자신의 위치에서 일사분란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
우리 서울동기들도 나름대로 군데군데 끼워져서 하나의 톱니바퀴로 역할을 부여 받았다.

점심 때가 되니 수많은 동문들이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선다.
49회이상의 선배들께는 후원기수가 직접 배달을 하고
나머지 기수들은 긴 줄 사이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연공서열에 따라 앞설려는 선배도 없고
오히려 후배를 배려할려는 움직임도 더러 포착된다.
우리 동기들은 人의 바리케이트를 치고 한줄 질서를 독려한다.
준비된 음식은 돼지수육, 김치와 두부, 부추전, 견과류, 방울토마토, 육게장, 부산오뎅국, 그리고 맛있는 밥,
소주와 막걸리 2종류, 물과 음료 등, 아마도 내가 기억 못하는 무언가가 또 있을지도 모를 만큼 푸짐하게 준비되었다.
육게장과 오뎅국은 현장에서 데워지고 부추는 현장에서 신화처럼 맛있은 부추전으로 탄생된다.
우리 어부인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누구 하나 컴플레인이 없는 맛과 서빙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아마도 사전 리허슬을 하지 않고서는 이럴 수가 없지 않을까 싶다.
우리 서울은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어 이런 복잡한 프로세스는 없겠지만
이렇게 하는 걸 보니 정말 잔치같은 느낌이 들기는 한다.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1시30분이 되어서야 한숨을 돌리며 우리도 한끼 때운다.
이 하루를 위해서, 그리고 다양한 니즈를 가진 그 많은 동문들을 위해서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준비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얼마나 지났을까, 동기들과 삼삼오오 그 동안의 묵은 이야기에 한참 빠져있을 무렵,
이채우동기가 경품 1등에 당첨된다. 셰비 경차 당첨.
주관기수에서 1등 경품을 받았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채우동기의 통 큰 인사말에 모두들 큰 박수를 보낸다.
이 경품을 학교를 위해, 그리고 어려움을 당한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을 위해 쓰고 싶다고 한다.
이채우동기의 큰 덩치만큼이나 마음씀씀이는 더 크고 깊은 것 같다.
때가 때인지라 전반적으로 특별한 이벤트 없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행사를 치루었고
참가한 600여명의 동문들도 이해를 잘 하고 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가는 것 같다.
마지막에 기념촬용을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동래고등학교 교장이신 선배님이 지나가시다가
최근 10년 새 가장 잘 치룬 행사라는 칭찬을 한마디 던지고 가신다.
우리 부산동기들이 이런 평가를 받는데 대해 크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행사가 마무리 되고 후원기수들이 뒷처리를 잘 한다고 한다.
우리와는 달리, 후원기수가, 부산에서는 보조기수라고 칭하지만, 66회, 76회 등 2개 기수가 지원한다.
물론, 서울과 마찬가지로 76회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후원기수들을 뒤로 하고, 우리 동기들은 16시 학교 건너편 고깃집에 다시 뭉쳤다.
일을 잘 치룬 우리 동기들을 자축하며, 대상을 탄 동기를 축하하고
서울서 찾아 준 우리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빠짐없이 챙긴다.
재경사무총장과 재경회장의 인사말과 한마음축제 홍보 및 동기들에게 초대의 말을 남긴다.
많은 동기들이 관심을 보이며 회장과 총무를 비롯한 몇몇 동기들은 서울에 참가할 의사를 보인다.

18시, 우리는 서울로 떠나야 함에 아쉬운 통보를 하고 다음달 행사를 기약하며 무거운 발길을 돌린다.
거의 12시가 되어서야 서울에 도착하여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무거운 몸 만큼이나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다녀온 1박2일의 여정은 강남구 신사동에서 마무리 된다.
서울서 찾아준 동기들에게 미리 준비한 선물도 나누어 주고
1박2일의 경비도 아낌없이 준비해 준 부산 친구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어제는 다녀오자마자 밖으로 싸돌아다니느라 후기를 못올리고 이제서야 올리게 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산동기와의 협의 :

부산 집행부에게 6월1일 덕유산 합동신행에 대한 논의도 마무리했으며
5월18일 행사 이후 2주만에 있는 또 다른 큰 행사이기에 서울 동기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고맙게도 부산에서 예전처럼 대부분의 음식을 준비하기로 함
서울 동기들은 5월18일 행사를 잘 치루고
6월1일 다시금 독차 프로젝트로 한차에 가득 채워서 내려가기만 하면 됨

재경동기들의 준비와 마음가짐 :

1. 부산과는 재정적, 환경적 여건이 많이 달라 5웡18일 한마음축제 행사의 준비상황이나 형태가 다르겠지만
   부산의 60여명에 버금가는 많은 서울동기들이 참가 봉사하여
   여러 동문들에 대한 고객지향적 사고와 준비,
   동문들의 만족도 제고와 우리 동기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는 것은 동일한 목표이므로
   주어진 여건하에서 일사분란하게 진행하는 자세와 준비가 필요함

2. 동고의 날 참석한 서울동기들에 대한 부산동기들과 집행부가 보여준 배려에 대한 감사와 함께
   1박2일 한마음축제에 참가한 부산동기들에 대한 애정어린 환영과 배려가 필요함
   (실제 어제 감사의 문자에 대한 화답으로 부산의 양회장과 차총무는 참가의 의사를 통보해 왔음)

3. 한마음축제에 이어 6월1일 덕유산 합동산행도 지난 해 보여주었던 독차 프로젝트에 같이 동참하여
   명실상부한 재경 엘리트 동기로서 재경동창회에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함

2014. 4. 22. 오후의 중간

부산 동고의 날에 가서 잠시 놀라고 온 재경오륙도 대표머슴 최광석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