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고등학교재경총동창회

제목	* 한국은 이런 나라 / 기부 와 세금.
글쓴이	박명식(44) [ mspark4905@hanmail.net ]
작성일	2017-04-19

180억 기부했는데 세금 폭탄… '7년 억울함' 풀릴까
최연진 기자 : 2017.04.19 03:10

[대법원, 황필상 前수원교차로 대표 사건 내일 선고]
청계천 빈민촌 출신, 고학으로 성공… 장학재단 설립 위해 주식 기부
140억 증여세, 연체로 225억 돼 아파트 압류… "나라가 죄인 취급"
- 편법 증여 막기 위한 '5%룰' 때문에
1심 "과세 위법"… 2심 "예외 없다"

황필상 前 수원교차로 대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일 모교인 아주대에 200억원대 주식과 현금을 기부했다가
기부액보다 더 많은 '세금 폭탄'을 맞게 된 황필상(70) 전 수원교차로 대표의 사건을
선고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2009년12월 황씨가 수원세무서의 세금 부과에 불복해 소송을 낸 지 무려 7년5개월 만에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것이다.
기존 판례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판례 수립을 위해 열리는 전원합의체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재판부다.

황씨 사건은 공익 재단 등에 현금이 아닌 회사 주식을 기부할 때는
전체 발행 주식의 5%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세금을 매기도록 규정한 상속·증여세법 때문에 벌어졌다.
황씨는 2003년
자신이 보유한 수원교차로 주식 지분 90%(당시 평가액 180억원)와 현금 15억원을 기부했다.
아주대는 '구원장학재단'을 세웠고 이후 6년간 730명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전달됐다.

수원세무서는 2008년 이 재단에 대한 세무조사를 거쳐 '상속·증여세법' 규정에 따른 조치라며
140억원의 증여세를 매겼다.
당초 이 법의 해당 규정은 대기업 등의 편법 상속·증여를 막기 위해 생긴 것이고,
황씨의 기부는 장학 사업을 위한 순수한 목적에서 나왔다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세무 당국도 알았지만
"법에 세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논리였다.
이 일이 알려지면서 '기부를 막는 부당한 과세'라는 여론이 일었고, 황씨는 소송을 낸 것이다.

1심과 2심의 결론은 엇갈렸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은 2010년
"황씨는 재산을 빼돌리거나 편법으로 증여하려는 경우가 아닌데도
기계적으로 법을 해석해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이라며
"이런 식의 과세 처분은 공익 사업의 재원 확보에 지장만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황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2심에서
"사안별로 예외적인 판결을 한다면 '자의적 재판'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며
"세무서가 법에 따라 과세한 것이어서 세금을 취소할 수는 없다"며 1심을 뒤집었다.

재판이 길어져 연체 가산세가 불어나면서 황씨가 물어야 할 세금은 225억원에 달하게 됐다.
처음 기부한 액수보다 더 큰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황씨는 사는 아파트까지 압류당하며 졸지에 고액 세금 체납자로 몰렸다.

서울 청계천 빈민촌에서 나고 자란 황씨는
스물여섯에 대학에 들어가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딴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를 지냈다.
그는 고학하는 후배들을 돕고자 한 기부가 '세금 폭탄'으로 되돌아오자 언론 인터뷰에서
"훈장은커녕 세금 체납자라는 오명을 썼다.
몸과 마음이 다 지쳤으니 제발 판결이라도 빨리 내려달라"고 했다.

이 사건을 둘러싼 법조계의 평가 가운데는 '상식'과 '부당한 입법'의 대결이라는 것이 있다.
한 전직 로펌 대표는
"법원이 세무서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국민에게 어떻게 권리구제의 최종 보루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선의의 기부자를 죄인 취급하는 나라를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회는 지난해 문제의 '주식 기부 과세 규정'에 대한 개정 논의를 잠시 진행하다가 중단했다.
재판을 질질 끈 사법부나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법을 고치지 않는 입법부(국회)
모두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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