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최양경 
| 제목 | 건강지킴이 5621동기산행 아차산 여행 후기 |
|---|---|
| 글쓴이 | 최광석(56) [ mikeksc@naver.com ] |
| 작성일 | 2014-02-10 |
최총장의 작품 해상도는 나날이 일취월장 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보니 어제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위 사진의 전반부에 도배되어 있는 우리 A조(최양경, 정희목, 양원열, 권승구, 최광석)는
9시30분경 아차산역 1번출구에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토요일 60센티 폭설을 뚫고 선자령 눈꽃산행을 다녀온 3명(최총장, 정옹, 로타리양)은
마치 베트남에 참전하여 승리의 깃발을 흔들며 부산항에 발을 내딪는 용사들처럼
다소 지친 기색을 애써 감추려는 듯 나름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토요일 복장 그대로 나타났다.
우리 A조는 한시간반만에 B조(정상기, 이용학, 안재훈, 한상열 등 소위 동부연합팀)가 기다리는
아차산 정상을 향해 종종거리며 첫발을 내딪었다.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암자에 다다르자
무언가에 바쁘게 쫒겨서 정신없이 흐느적거리는 아래 세상과는 달리,
몇발자국 옮기지도 않았는데도 위의 세상은 온통 백색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기온이 그리 낮지도 않은데 때묻지 않은 하얀 눈은
하느님이 지정한 자리에 다소곳이 앉아서 수줍은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마치 속세에 찌든 우리의 등산화 자국이 미안해질 만큼.
그리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다른 산보다는 등산객이 많지 않음을 지하철을 타고 오는동안 내내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등산로는 하얀 눈이 훼손되지 않은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그러한 이유로 조금은 미끄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30분쯤 지나자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시원한 첫번째 보루가 나타났다.
옛날 선조들은 여기서 외세의 침략에 대응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졌겠지만
지금 우리 후손들에게는 너무나도 훌륭한 포토존으로,
그리고 입밖으로 삐져 나오는 가픈 숨을 달래기 편한 장소다.
언제나 그렇듯이 고난의 역사는 위에서 아래로 이어져 내리고 그 반대급부는 우리 후손들의 몫이 된다.
보루의 역할이 그러해서인지,
다음 보루까지는 10-20분 정도 걸어야 당도할 수 있는 다음의 작은 고개마루로 이어진다.
보루에 다다를 때마다 우리가 짊어지고 가는 봇짐이 점점 가벼워진다.
아차산 정상은 제4보루.
올라오는 중간에 B조의 용학이 폰의 울림이 반가움의 크기만큼 내 폰을 세게 때린다.
신기하게도 전화를 거는 상대방의 신체 사이즈와
받는 사람 폰의 울림통 크기가 비례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언뜻 뇌리를 스친다.
B조는 이미 정상에 도착해서 편히 쉬고 있다는 거짓뿌렁이 아차산 전역을 헤집어 놓는다.
반신반의하면서 걸음을 재촉해서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망우리 공동묘지에서 조용히 쉬고 계시는
만해선생님 묘소를 이제 지나고 있는중이었고
우리 A조는 저 아래 외구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30분 이상 제 4보루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제 4보루에서 바라본 한강의 모습은 동쪽으로 팔당대교에서부터 외곽순환도로,
코앞에는 열심히 건설중인 암사대교, 서쪽으로는 광진교, 바짝붙은 천호대교,
그리고 큰 아치를 자랑하는 올림픽대교까지 한눈에 바라다 보이고 있었고
아래를 쳐다보면 워커힐호텔 영내일 것으로 추정되는 골프연습장의 녹색 그물이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었다.
저 멀리 동남쪽에는 용학이 하우스도 보일듯 말듯.
쾌청한 날씨로 인해 간만에 저 멀리까지 시야가 확 트이고
덕분에 가슴도 뻥 뚫리는 기분이 심장을 관통하고 있었다.
그리 높지도 않은 산임에도, 그리고 도심과 이웃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 도시의 색깔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곳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있으니 제 5보루에 B조가 당도했다는 전갈이 멀리서 당도했다.
제 5보루는 용마산 자락인데.
우리는 부랴부랴 펼쳐놓은 짐을 단도리해서 약 20분 거리의 제 5보루로 내려갔다.
조금 급강하하다가 다시 오르막 경사를 접하게 된다.
제 5보루 중간지점에 검은색 썬그라스로 무장한 용학이의 큰 얼굴과
상기의 길고 잘생긴 얼굴, 재훈이의 날렵함이 시야에 포착된다.
오랜만에 만나니, 더구나 산 중턱에서 떠^억 하고 만나니 더욱 반갑다.
잠깐의 인사와 함께 횡렬로 펴져 인증샷.
이제 위 사진 하단의 국면에 접어든다.
이제는 하산할 일만 남은듯.
산 아래 상열이가 혼자 외롭게 몇바퀴째 공원을 한없이 배회하고 있으며
그 공원 앞에는 잘빠진 오리구이가 기다리고 있다.
발걸음이 좀 더 빨라진다.
아이젠이 없었다면 하산길이 쉽지 않았으리라.
족히 수백개나 되는 계단을 내려가니 제법 빠르게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와 도시의 익숙한 냄새가 난다.
1시간 정도 하산하니 오리집 앞에서 상열이가 회색 머리카락을 멋지게 날리며 우리를 반긴다.
이 오리집은 곳곳에 흩어져 존재감없이 살고 있는 다소 엉성해 보이는 우리 A조 식구들을 위해
동부연합의 수장 정상기회장님이 기분좋게 한턱 내는 자리다,
여기 무명옷을 곱게 차려 입은 시골오리의 맛은 명품으로 몸을 감싼 강남의 세련된 오리보다 훨씬 식감이 좋다.
나이가 들수록 세련되고 예쁜 것보다 다소 투박하더라도 정감이 가는 것에 눈길이 옮겨지는 건 인지상정.
기름기가 쪼옥 빠진 최고의 맛을 뽐내는 오리구이가
등산으로 다소 줄어든 허리사이즈를 다시 원위치시키게 만든다.
뱃살이 좀 덜 빠져도 좋은 친구들과 좋은 경치를 즐기며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으로
하루를 보내며 힐링하는 것이 훨씬 더 건강을 찾는 길임을 새삼 느낀다.
이 좋은 기분을 안겨다 준 정상기회장님께 깊이 감사하며
오랜만에 보는 동부연합 식구들의 환한 얼굴과
지방으로 둘둘 감은 나를 좋은 힐링캠프로 이끌어준 동료들이 가족같이 느껴진다.
다음 산행은 3월 9일 남양주 백봉산이란다.
보다 많은 동기들이 이 힐링캠프에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난 회의하러 갑니다.
2/13 강남 정모에서 봅시다.
2014. 2. 11. 오후
근육으로 뭉쳐진 다리를 뿌듯하게 만지작하면서 후기를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