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고두헌 
| 제목 | 꿈을 다 이루려 말라...못 이룬 꿈 하나가 인생을 아름답게 지탱시켜 줌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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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고두헌(48) [ 1123sw@hanmail.net ] |
| 작성일 | 2014-11-19 |
그는 어려서부터 한번 듣는 소리이면
그대로 외워 부를 뿐 아니라
혼자 연습을 하면서 자기 나름을 붙여 원곡보다 더 훌륭히 창을 하여
주위로부터 신동으로 불렸다.
윗대는 영남 최고의 부자였으나
당대에는 영락하여 남의집살이하는 청년 시절을 보내었다.
워낙 부지런하고 일머리가 있어
어려서 이미 상머슴이 되어 인근에서 세경을 가장 많이 받는 머슴일군이 되었다.
그는 심성이 선량하고 매우 겸손하고 과묵하였다.
그를 눈여겨 본 사람이 좋은 혼처를 주선하여 현숙하고 건강한 부인과 가정을 이루었고
금술 또한 좋아 곧 큰 재산을 이루었다.
그런데 독농가로서 유능한 가장으로서의 성공의 길에 들어섰음에도
그에게는 창에 대한 열망이 식기는 커녕 점점 커져 가고 있었다.
어느 해 봄 드디어 그는 일본에 노래 공부하러 길 떠날 결심을 하고 식구들과 집안에 알렸다.
집안 어른 되는 분이 간곡히 일러 '이리 농사를 크게 벌려 놓고, 장손인 사람이 자식까지 이미
여럿인데 지금 노래 공부 해 그 길로 가면 그대는 과연 마음이 편하겠는 가?' 하니 착하고
책임감 강한 그는 자기의 꿈을 접고 그때부터 소리를 아예 모르는 것 처럼 살기 시작했다.
그의 막내 아들이 나와 동갑이고 나의 절친이다.
이번에 그 막내가 씨디음반을 내려고 완성 전 최종 검토본 다섯 개 중 두 개를 보내왔다. 하도
자신의 노래를 좋아하고 씨디 나오는 대로 보내라고 날마다 내가 채근을 한 터였다.
"두헌아 내가 왜 이번 씨디 낸 줄 아나? 우리 아부지 생각해서 안 그랬나.
내가 너하고 시골 중하교 졸업하고
진학도 않고 농사할 생각도 안하고 음악한답시고 여러 동네 콩쿨대회장에 기웃거리면서
기타 드럼 치면서 어무이한테 드럼 하나 살 돈 달라고 많이도 졸랐지.
그 날 아부지는 쌀 일곱 가마니를 농협에 대고 받은 현찰 사만원, 그 당시는 제법 큰 돈을 아기
기저귀 같은 천대에 넣어 내 허리춤에 채워 주셨지. 소 판 돈 허리춤 에 채우듯 말야.
'너는 시골아이라 어리숙으니 부산에 있는 네 작은형에게 부탁하여 같이 가서 광복동에 있다는
거기서 네가 소원하는 드럼을 사도록 해라'
그런데 말이야 두헌아 그랬으면 정식 음악 공부를 바로 해야 했는데 그게 잘 안 됐 어.
잡념과 여인네 문제들에 얽히면서 내 인생 갈짓자가 되기 시작했어. 그 당시 우리 어른은 자신의
꿈을 나에게서, 또 우리 춘넴이 눈님을 통해 이루기를 많이도 바라셨 던 것 같아.
우리 동네에서 콩쿨대회가 있으면 내가 기타를 치고 눈님은 메들리로 여러 곡을 하면서 사람들을
모으는데 우리 아부지는 딸과 아들이 음악하는 것이 좋아 검은 오바 로 몸을 가리곤 저 뒤에서
가만히 듣고 계셨어. 우리 남매는 확실히 여러 번 보았 어. 한번은 콩쿨대회 하는 이웃 동네까지
오셔서는 보고 가셨어.
또 내가 근방에서 제법 알려 지고 인기가 있게 되자 우리 동네 살람에서 음악행사가
있는 날이면 나의 아가씨 팬들이 우리집으로 몰려들 왔제. 그러면 우리 어른이 직접
라면도 끓이고 음료수도 갖고 오고 하시면선 팬수발을 마다않으셨으니, 우리 아부지는
나의 진정한 매너저이셨던 게지.
내 목소리가 더 나빠지기 전에 씨디 한 장이라도 내어 아부지께 드려야 안 되겠나 싶어
이번 결심을 했어''
나는 덧보태어
" 너거 어른 소리 잘 하신다는 것 나도 우리 어른 통해 알게 됐네. 다들 그걸 모 르고 있었는데 어느 해
관광 여행 가시어 너거 어른이 노래를 내 놓았는데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하더라. 대한민국 어느
명창보다 소리가 더 좋더라 하시더라." 하자,
그는
" 내 목소리가 아부지의 반만 됐어도 난 노래 공부 더 했을 거야. 너거는 내 목 소리 좋다 하지만 아부지한테
비하면 정말 목도 아니야. 사실 노래 공부 중단한 건 내 정도 목소리로는 가수로서 대성할 수 없다고
느끼면서부터였지"
나는 다시
"우쨌든 너거 남매 목소리는 내가 들어 본 중 제일이다. 이번 씨디를 1집으로 하고 춘넴이 눈님하고
뚜엣으로 해서 2집 내어라"
그는 지긋이 눈을 감으며
" 안 그래도 그럴라 한다.
우리 아부지는 못다한 꿈을 평생 안고 사셨기 때문에 농사일을 더 열심히 하셨던 것 같아.
우리 남매도 못다한 꿈을 여태 갖고 있었기에 오늘까지 다른 일에도 나름대로
성실히 사는 것 같네''
그 말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야아가 참으로 철학자 다 되었구나.
꿈을 다 이루었다 하면서 성공인이라 자평하는 자들이 늙어 노추를 보이는 건
이렇게 설명 되는구나.
꿈을 다 이루려 말라...못다한 꿈 하나가 인생을 아름답게 지탱시켜 줌이다"
나는 그의 이런 사정을 듣게 되었으므로, 또 이번에 녹음된 그의 목소리를 정밀히
들으면서 그의 음색을 확실히 알게 되었으므로
" 너, 아부지에 대한 네 생각을 글로 써 놓은 게 있나? 혹 없다면 내가 가사를 짓고
멜로디까지 내가 맨들어 볼께. 너 악보는 보나? 그럼 악보로 완성해서 너한 테 검사
받아 볼께. 개애안켔나?"
"고맙다. 한번 맨들어 봐라"
오늘 참 아름다운 날이야.
없어진 고향 산천에 온전히 가 있는 것이야.
나뿐이 아니고, 그도, 그의 막내아들과 춘넴이 눈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