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고복리는 옛지명이 높은 산밑에 마을을 이루고 있다 하여 고산동이라 부르며 이곳에는 고산사란 절이 있었다. 고산동 아래 마을을 복골 이라 부르는데 1514년 행정 개혁시 고산동의 고자와 복골의 복자를 따서 고복리라 불렀다.
이곳 고복리에 비룡산이란 산이 있는데 옛날부터 유난히도 산삼 많은 산이라 전해 온다. 비룡산에 산삼과 용에 얽힌 이야기를 하려 한다. 때는 고려시대 궁궐에서는 산삼이 급히 필요하여 전국의 심마니(산삼캐는 사람)를 궁궐로 모이게 한다음 누구든지 산삼을 캐 오면 후한 상을 내리 겠다면서 모두 흩어져 산삼을 캐오도록 어명을 내렸다. 그중 고씨 성을 가진 심마니는 다른 심마니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모두가 금강산이나 지리산 계룡산등 높고 유명한 산으로 간다고 떠들며 채비를 챙길때 고씨 심마니는 생각이 달랐다. 꼭 산삼이 높고 유명한 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심마니의 직감이 잡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남쪽으로 향하여 연기 땅에 닿았다. 고씨 심마니가 연기땅에 들어서니 웬 소나기가 쏟아졌다. 황급히 가까운 주막으로 비를 피하여 들어서면서 주모한테 막걸리와 국밥 한 그릇을 시켰다. 상을 들고온 주모한테 이 근처에 산삼이 나올 만한 산이 있는냐고 묻자 산삼캤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비가 온 후 바라보면 산이 마치 삼산처럼 보이는 산이 있다고 하여 서쪽을 가리켰다.

소나기가 내려서 보이지 않지만 오늘은 이곳에서 쉬고 내일 가보자고 마음을 먹은 고씨 심마니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 날씨는 맑았다. 주모가 가르쳐 준 곳을 향하여 가는데 경치 좋고,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맑았다. 그런데 시냇물을 자세히 바라보니 물고기가 물살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고씨 심마니는 무릎을 탁 치면서 "그렇다. 산삼의 내음이 독해서 물고기가 산으로 오르지 못하고 물살을 따라 아래로 내려오는구나"하고는 걸음을 재촉하여 안개가 자욱한 산을 향하는데 어느 정도 산에 가까이 갔을때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주막의 주모 말대로 산의 형태가 꼭 산삼이 안개가 쌓여 있는 모습이었다. 고씨 심마니는 무엇에 쫓기는 듯이 급히 산을 오르기 시작 했는 데 어느정도 산 중턱에 올랐을까 커다란 바위가 있고 바위 주위는 높은 나무로 가려서 햇볕이 잘 들지 않고 땅은 촉촉히 젖어 있었으며 고씨 심마니의 경험으로 보아 이러한 곳에 틀림없이 산삼이 자랄 것이라는 느낌이 와 닿았다.

숨을 죽여 가면서 숲사이를 잘 살펴보니 산삼잎이 잔잔한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우선 눈을 감고 산신령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가지고온 도구로 조심스레 산삼을 캐기 시작했다. 산삼은 수백년을 묵은듯 묵직했다. 얼마나 캤는지 망태기에 가득찼다. 누가 뒤따라 오기라도 하는듯 황급히 산을 내려와 궁궐로 향하였다

다른 심마니들은 아직 산삼을 캔 이가 없었다. 임금님은 기뻐하면서 고씨 심마니에게 많은 상을 내렸다. 다른 심마니들의 부러움을 뒤로 하고 또다시 연기땅 비룡산으로 향해야만 했다. 조정에서는 산삼을 많이 캔 고씨 심마니에게 또 산삼을 캐오도록 부탁을 했기 때문에 분명 비룡산에 산삼이 더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연기로 향하는데 이번에는 조심스러워졌다.

산삼을 많이 캤기 때문에 누군가 뒤쫓아 오지 않을까 자꾸만 뒤 를 살피면서 비룡산으로 향하였다. 다행히 뒤 쫓아오는 이는 없는 것 같았다. 만약 이번에 또 산삼을 많이 캐면 평생을 호강하게 살아 가리라는 꿈에 부풀어서 발걸음이 가벼웠다. 비룡산에 도착하여 산삼을 캤던 장소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산삼을 찾았다.

눈에 쉽게 띄지 않았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주위를 살펴 보았지만 역시 찾지 못했다 그런데 전에 보지 못했던 큰바위에 구멍이 뚫려 있는것이 보였다. 고씨 심마니는 그 구멍안을 들여다 보려는데 갑자기 그 구멍에서 연기가 자욱히 피어 오르더니 커다란 구렁이가 나와서 고씨 심마니의 몸을 칭칭 감고 큰 입을 딱 벌이면서 잡아 먹을 자세를 취하였다. 그 구렁이는 용이 되려는 이무기였다. 이무기는 고씨 심마니에게 "내가 용이 되려고 수 백년을 키워온 산삼을 네 가 모두 캐가는 바람에 다시 몇백년을 기다려야 하게 되었으니 너를 가만 두지 않겠다." 고씨 심마니는 어쩔줄을 몰랐다. 앞이 캄캄 하고 이젠 죽었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고씨 심마니는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 날수 있다는 옛말처럼 정신을 가다듬고 이무기에게 한마디 하였다. "이무기님 산삼을 모두 캐간 것은 잘못했습니다. 내가 이무기님이 키운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며 만약 이번일로 나를 잡아 먹는다면 사람의 피를 보아야 하는데 이무기가 사람의 피를 보면 용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고씨 심마니의 몸을 칭칭감고 있던 이무기는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도 그럴듯 했다. 몇백년을 용이 되기 위해 참아왔던 지난 날이 아까와서라도 다시 한번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에 잠겼다. 심마니가 당장 죽여버릴 정도로 미웠지만 이무기의 목적은 용이 되는 것이고 심마니 하나 죽여서 용이 못된다면 소용없는 일이어서 감았던 몸을 풀어주고 그냥 바위 구멍으로 들어갔다.

심마니는 한숨을 크게 쉬고 살아난 것에 다행함을 느낀 동시에 이왕 이렇게 된 것 이무기에서 산삼 몇 뿌리만 구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리자고 결심하고 이무기가 사라진 바위구멍에 대고 큰소리로 "이 무기님 이왕 이렇게 된것 좋은일 하는 셈치고 산삼 몇 뿌리만 캐게 해주십시요."라고 소리치자 처음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계속 부탁하자 굴 속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좋다. 그대신 너에게 산삼을 선뜻 줄 수는 없고 산위 바위에 올라가서 백일동안 기도를 올리면 너에게 산삼을 캐도록 도와 주겠다." 하자 고씨 심마니는 기뻐했다. 100일정도 기다리지 못하겠냐고 산위 바위옆에 움막을 짓고 백일 기도에 들어갔다. 어느날인가 그날도 변함없이 바위 위에서 정성을 다하여 기도를 하는데 갑자기 하늘이 시꺼멓게 한밤처럼 변하였다. 고씨 심마니는 금방 비가 내릴것 같아서 잠시 피하려고 하다가 그냥 정신집중하여 기도를 하였다.

그랬더니 천둥 번개가 요란스럽게 치고 갑자기 하늘에서 한줄기 빛이 내려와 바위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러더니 굴에서 이무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었다. 용은 하늘로 오르면서 심마니에게 "백일동안 정성을 다하여라" 하고는 하늘로 올라갔고 몇번의 천등 번개가 치더니 다시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듯 맑고 환하게 변하였다.

그후 백일 되던 날 기도를 마치고 산삼을 캤던 곳을 바라 보니 조금전까지 풀밭이었던 것이 황토흙이 깔려 있었고 거기엔 산삼 새싹 이 가득히 나 있었다. 그는 "와! "하고 함성을 질렀지만 다시 바라보면서 조금은 실망을 느쪘다. 산삼은 열다섯 정도 싹이 돋았는데 지금 캐기에는 너무 작은 새싹이었다.

하는수 없이 산삼이 자라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산삼 옆에 움막을 짓고 기다릴수는 없었다. 산삼옆에 사람이 살면 산삼이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고씨 심마니는 산 아래 평평한 곳에 기거할 움막을 짓고 매일 산삼이 있는 곳에 와서 정성을 다하여 물도 주면서 보살폈다. 무우 배추 크듯 쑥쑥 자라지 않는것이 산삼이었다. 제법 약 효과가 나는 산삼이 되려면 적어도 몇 십년을 기다려야 하고 나이 많은 고 씨 심마니는 산삼을 수확하지 못하고 그만 세상을 뜨고 말았다. 고씨는 산삼밭에 갈때 절대로 누구한테 알리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자식에게도 산삼밭을 가르쳐 주지 않고 세상을 떴기 때문에 당시 산삼은 산 속에서 수백년을 자라게 되었다.

1990년 고복리에사는 젊은이가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산삼 열다 섯 뿌리를 발견하고 조심스레 캐왔다. 비룡산의 산삼전설을 아는 이들은 신비함에 감탄하고 산삼을 캔 젊은이는 그것을 병든 자에게 주어 병을 낫게 했으며 필요하나 돈이 없는 이에게는 무료로 제공하여 많은 이를 감동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