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철  
LG주간경제 736호 (2003.07.16)

지난 20餘年 동안 기업 문화는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필수적인
수단으로 이야기되었다. 이에 기업들은 自社 고유의 경쟁력 있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하여 많은 시도와 노력을 해 왔지만,
성공한 事例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기업 문화 혁신에 실패하게 되는 주된 이유를 살펴 본다.

지난 겨울에 한 TV 다큐멘터리에서는 '세계 초일류 기업들의 1등
사수 전략'이라는 主題로 여러 선진 기업들의 成功事例를 소개하였다.
미국 경제의 침체를 위시한 어두운 경제 상황에서도 Nike,
Wal-Mart, MetLife와 같은 세계 초일류 기업들이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면서 지속적으로 1등을 지키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프로그램에서는 1등이 되기 위한 1등을 지키기 위한
초일류 기업의 비결을 '변화'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초일류 기업들이 위기의 순간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근본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변화와 혁신의 주체인 사람들에 있다고 한다.
일류가 되겠다는 강한 의욕과 지속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혁신 노력이 바로 변화의 성공 비결이라는 것이다.

기업 문화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등장하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의 목표와 가치를 가슴 속 깊이 內面化하여 자발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구성원들이 바로 강력한 변화를 추진하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 문화가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라는 것은
새삼 새로울 것이 없다. 구성원들의 강한 열정과 에너지를 촉발하여
하나의 구심점에 결집시키는 기업 고유의 문화가 바로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것은 이미 80년대 초반부터 수없이 제기되어 왔다.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초일류 기업들의 성공 스토리를 보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그들 고유의 문화이다.
예컨대 혁신의 대명사 3M, 고객제일주의 문화 Nordstrom,
인본주의적 문화 전통(HP Way)으로 유명한 Hewlett Packard 등의
성공 스토리는 이미 일반인들에게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처럼 지난 20餘年 동안 수많은 成功事例들이 베스트 프랙티스로
소개되면서 기업 문화 구축은 기업들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인식되었다. 이에 많은 기업들은 自社 고유의 경쟁력 있는
기업 문화 구축을 위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성공한 事例는 좀처럼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많은 선진 기업들의 문화적 가치나 일화, 事例들에 대한 연구와
정보가 쏟아져 나왔으나, 진정으로 이를 충실히 이행하여
경쟁력 있는 문화를 구축한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다. 왜 그럴까?


기업 문화 혁신 왜 어려운가?

기업 문화를 더 以上 블랙 박스로 방치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규명하려는 여러 시도들이 있었다. 그 中 대표적인 것은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된 문화적 특징들을 찾아 내려는 노력이었다.
유명한 경영 전문가인 Peters와 Waterman은 'In Search of
Excellence'라는 책에서 초일류 기업의 공통적인 문화적 특성을
여덟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① 행위 지향성, ② 고객 최우대 서비스,
③ 자율성과 기업가 정신, ④ 인간에 대한 존중, ⑤ 핵심 가치 존중,
⑥ 이점경영(利點經營), ⑦ 간소한 조직 운영, ⑧ 자율과 통제의 共存
등이 바로 그것이다. 以後 수많은 學者들이 초일류 기업들의
여러 문화적 특성들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그것들은 20年 前에
제시된 여덟 가지 특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 문화 혁신의 성공 열쇠는 조직 가치의 內面化이다.
물론 어떤 문화적 특성들이 구현되어야 경영 성과를 극대화하면서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가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가치의 內面化를 통하여 구성원들의 자발적
몰입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즉, 조직의 핵심 가치가 구성원들의 內面
의식 속에 자리잡아야 기업 문화를 의도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점이라 하겠다.

例를 들어, 세계 최대의 스포츠用品 업체인 Nike의 事例를 보자.
앞서 이야기한 TV 프로그램에서 Nike의 성공 비결을 찾기 위해
여러 종업원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들의 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Different'였다. 운동화 디자이너, 마케팅 담당자,
社內 교육 담당자 등 구성원들 모두가 한결같이 자신의 사고와
행동의 첫번째 명제를 '다르게 생각하는 것(Think Differently)'
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명함에서부터 제품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서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 가치는 하나의
신념이 되었고, 구성원들은 그에 따라 행동하고 사고하기 때문이다.
Nike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창의성의 극대화'라는 문화는
바로 이 가치의 內面化를 통해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이 문화가
지난 25年 동안 不動의 世界 1位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결국 기업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구성원들의 內面 의식 속에
진실로 자리잡지 못한다면, 기업 문화 혁신 노력은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희망 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직 깊숙히
자리 잡고 있는 가치나 신념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 신념, 관습, 규범 등은 오랜 역사와
경험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서, 短期間에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기업 문화 혁신이 쉽지 않은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 문화 혁신에 실패하는 이유

● '액자 속의 슬로건'만으로는 실패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영 이념, 경영 철학, 핵심 가치 등을 슬로건이나
로고와 같은 상징적인 표현물로 구체화한다. 물론 지향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가치를 정립하여 상징적인 표현물로 널리 알리는 것은
기업 문화 구축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간혹 이와 같은 상징적인
표현물을 기업 문화와 同一視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슬로건, 로고, 언어, 신화, 실화, 의식 등과 같은 상징적인
표현물도 기업 문화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기업 문화는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공유 가치이지, 결코 상징적인
표현물이 아니다. 특히 상징적인 표현물들은 비교적 관리하기 쉽고
短期間에 눈에 보이는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의 문화가
상징적 표현물 속의 가치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고, 단지
액자 속의 슬로건으로만 남아 있다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예컨대 많은 기업들은 사람을 최고의 가치, 최고의 자산으로 여긴다
라고 이야기한다. '인간 존중', '인재 육성', '인재 제일' 등과
같은 슬로건들은 어느 기업에서나 쉽게 接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여기서 만약 내세우는 가치와 실제 깔려 있는 문화가 계속 일치하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은 어떤 신념과 가치를 內面化하게 될 것인가?
사람을 최고의 자산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조직內 주요 의사 결정이
이와 반대로 이루어진다면 구성원들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하여
二重的인 태도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표면적으로는 그 가치를
수용하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지만, 內面的으로는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구성원들의 몸과 마음 속에 조직 가치가
體化되는 것을 원했던 경영자의 바람은 결국 희망 사항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액자 속의 슬로건은 단지 문화 혁신의 시발점에 불과하다.


● 구성원의 가치가 쉽게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실패한다

기업 문화를 변화하려고 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 中의 하나는
기업이 표방하는 가치가 구성원들의 의식 속에 쉽게 각인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의 가치와 의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인간의 의식이나 가치관은 남이 바꾸라고
해서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워크샵, 포스터, 社內 교육 등
다양한 가치 전파 활동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변화 방향과 의지를
전달한다고 해서 문화가 바뀔 것이다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가치의 내면화가 쉽지 않은 첫번째 이유는 인간의
계산적 속성 때문이다. 경영학자인 Etzioni가 지적했던 것처럼
기업의 구성원들은 조직에 대해 자발적 몰입이 아닌 계산적 몰입
(Calculative Involvement)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例를 들어
'창의와 자율이 숨쉬는 문화'를 만들자고 기업이 외칠 때,
구성원들은 정말 그런가를, 그리고 믿고 따라가도 손해는 없는가를
먼저 확인하려고 한다. 만약 자신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면,
구성원들은 새로운 문화로의 변화 요구를 적극 수용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 신념,
그리고 태도는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강요되는
것이 되고 만다.

두 번째, 오랜 동안 굳어진 타성에 안주하려는 인간의 본능 때문이다.
기존의 안정된 질서나 오랜 동안 당연시 되었던 관행을 바꾸려 할 때
필연적인 반작용으로 사람들은 이에 저항한다. 마치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 승객의 上體가 뒤로 넘어지려고 하는 것처럼, 旣存의 문화에
젖어 있는 구성원들은 쉽게 그것을 바꾸지 않으려는 관성을 가지고
있다. 언제든지 익숙하고 편안했던 과거로 다시 회귀하려고 하기
때문에 단발적인 활동으로 구성원들의 가치를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다.

이처럼 구성원들의 가치관과 마인드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기업 문화 변화를 위해서는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몰입은 조직 內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끊임없이
관찰, 확인해 보는 과정 속에서 생성된다. 따라서 제반 경영 활동과
시스템의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성원들의 가치나 행동의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Why를 모르면 실패한다

기업 문화를 혁신하려고 할 때 What과 How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Why라는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문화 혁신을
전담하는 팀에서조차 왜 지금 문화를 변화하려고 하는가를
생각하지 않고, 지나치게 실천적인 과제에만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근본적인 문화 변화 이유를 구성원들과 충분히 공유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려고만 하면, 구성원들의 共感과 참여를 얻어낼 수 없다.

특히 문화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상의하달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새로운 문화가 구성원들의 일상 생활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하여 열린 사고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변화가 필요한 이유, 왜 지금 변화해야 하는지, 변화 後의 결과는
어떠한지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구성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 문화 혁신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했던 MetLife의 CEO Benmosche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회사를 바꾸려면 그 회사 사람들의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할 일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여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가고자 하는
방향과 비전을 이해 시키면서 거기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즉, 사람들을 비전을 향해 이끌고 가야 하는 것이다."


● 短期的 '캠페인'으로 끝나기 때문에 실패한다

한때 '기업 문화 운동'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기업 문화 혁신을 마치 표어나 플랭카드를 내걸고 반복해서 외치는
캠페인처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短期的인 변화 노력으로
오랜 동안 형성되어 온 문화가 쉽게 바뀔 수 있을까?

기업 문화는 역사 속에서 만들어지는 産物이다. 自社 고유의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성공한 초일류 기업 역시 오랜 노력과 부단한
변화를 통해 오늘날의 문화를 형성하였다.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들 역시 숨가쁜 위기의 순간을 넘겨야 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라는 말처럼, 그들은 위기의 순간에 과거로 퇴보하지 않고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신념을 더욱 강화하는 기회로 삼았다.
例를 들어 세계 최대의 보험 회사인 MetLife는 보험 사업의 특성上
고객과의 약속, 고객과의 신뢰가 중요하다. 同社는 9.11 뉴욕 대참사로
因한 주식시장 폭락과 사상자에 대한 막대한 보상 금액으로 큰 위기에
봉착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同社는 실종자에게
사망진단서 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을 선택하였다. 위기를
고객과 구성원들의 신뢰를 강화하는 최대의 기회로 만들어낸 것이다.

기업 문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꾸준히 일관성 있게 변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만약 短期的으로 슬로건을 걸고 상징적인
활동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문화 혁신 시도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한국의 대표적 환경친화기업으로 이야기되는
유한킴벌리의 事例를 보자. 同社는 숲의 혜택을 우리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까지 누리게 하기 위하여 1984年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라는 환경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지난 20年 동안 생태 환경 보존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였고, 자체적으로는 나무심기, 숲가꾸기, 생태 환경
교육, 생태 환경 전문가 양성 등 다양한 환경 운동을 펼쳐 왔다.
또한 同社는 지속적으로 제품의 설계, 제조, 운송, 판매 및 서비스
활동으로부터 수반되는 모든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였다.
이와 같은 오랜 노력이 바로 同社를 대표적인 환경친화기업,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표방하는 문화에 실제 문화를 일치시켜야

요즘의 기업 환경을 위기의 시대라고 한다. 그리고 많은 경영자와
學者들은 이 위기의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은 人的 자원에
달려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Good to Great'의 著者인
Collins가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 아니라,
적합한 사람(Right People)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그렇다면 누가 '적합한 사람'인가? 전문 지식이나 기술 역시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가치나 신념을 가슴 속 깊이
內面化한 사람들이다.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문화적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
바로 이것이 기업 문화 혁신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그러나 애써
정립한 조직 가치나 경영 이념이 실제 조직 내에 흐르는 문화와
계속 괴리되어 있다면 구성원들은 그 가치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속으로 '온갖 좋은 것들은 다 모아 놓았군' 이라고
비아냥 거리거나, '이건 다 허상이야' 라고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문화 혁신의 성공은 기업의 CI나 슬로건 등과
같은 '표방 문화'와 구성원들의 사고 방식, 가치관 등을 의미하는
'실제 문화'를 지속적으로 一致시키려는 노력에 달려 있다.
이러한 노력이 長期間 지속될 때 의도했던 문화로의 성공적인 변화가
구현될 수 있다.

최근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인간 중심의 경영, 윤리 경영, 신뢰 경영 등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실제 문화'와 '표방 문화' 사이에 괴리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의 가치 內面化나 몰입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왜냐하면 구성원들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몰입하지 않고,
끊임없이 그러한 가치와 '거리두기'를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IBM의 CEO인 Gerstner가 이야기한 것처럼, 변화란 문서를
주고 받음으로써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구성원의 몸과 마음이
함께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