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봄날은 온다더니

시샘하던 꽃샘추위도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바람도

이제는 추위보다는 시원함을 전해주는 또한번의 겨울이 지나가고 있는 저녁,

매봉역 1번출구 "우각"

준성이의 사무실 인근이라 일찌감치 자리를 예약한 장본인과

늘 번거러움을 마다하고 열성적으로 모임을 주관하는

회장님(신성운),총무님(김상용)이 일찌감치 자리를 준비하고 있다.

약속시간이 지나서 하나둘씩 드러내는 얼굴들에는

여전한 반가움과 그리움들이 교차한 행복들,

한잔 술과 지난 정담에 시간은 쏜살처럼 지나고,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 속에 자연스런 내일이 그려진다.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순간순간이 변해가는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잠시나마 잊고 흠뻑 취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변하지 않은

우리들의 소중한 기억들을 확인하는 짧지만 굵은 진실때문은 아닐까..

남자의 삶의 행보는 대개 "굵고 짧게"라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남아있는 몫들보다는 지나온 흔적들이 이미 충분히 굵고 짧았기에

앉아있는 시간내내 훌륭하게 살아낸 남자의 삶들을 얻어간다.

오랫만에 만나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친구들,

항상 참석하면서도 또한 늘 새로운 즐거움들,

가까이 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아쉬운 그리움들,

하나도 버림없이 모두 가슴에 안고

이렇게 듬뿍 얻어가기만 하는 나는

주책없게도 늘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