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엉청 불밝은 포스틸 건물 아래
쌀쌀한 겨울 바람이 세운 깃 사이로 차갑게 스쳐 지나는 순간
시계는 늦은 8:00을 지나고 있었다. 갑자기 터진 금융감독원 충당금
추가적립 사항을 대강 수숩하고 나오는 길이 었지만 큰 선배님들을
만나러 가는 자리에 늦어져 마음만 급하게 질러가고 있었다.

번개답게 처음 가보는 장소라서 운식이와의 몇번의 교신를 치루고서야
약속장소에 들어 갈 수 있었다. 늦은 후배의 겸연쩍은 모습을
따뜻하게 맞아 주시는 선배님들의 마음은 이미 음식점 방안의 온기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48회 신영환 선배, 52회 이종대 선배, 69회 신운식 후배가
세꼬시집 한모퉁이를 자릴 잡고 맘씨 좋은 어여뿐 아가씨(?)의 서빙을
받고 있던 참이었다.

\"니 왔나\"라고 던지는 인사말 속에 동고인만이 느낄 수 있는 살가움이
담겨있다. 시간이 흘러도 색 바래지 않는 소나무 같은 정겨움.

세꼬시 한접시를 소주와 함께 미리 비워 버린 탓인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벌써 무르익어 음주 삼매경으로 빠져 들어가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고인 답게 늘 깨어 있는 시대정신으로 살아오신
선배님들 덕분에 화제는 정치,경제,시사,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꺼리를 안주삼아 술을 마셨다.

특히, 온 백성들의 관심사가 되어 버린 황우석 박사 주제에선
황우석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모두의 공통 감정이었지만
실체적 진실에 관해서는 서로 의견을 달리 하는 부분도 있었다.

지난 시간 그의 행적에 대해서 학자로서 신뢰감을 주기에 부족했다는
운식 후배의 이야기가 있었고 쇼우맨쉽이 강한 그의 캐릭터가 오늘의 화를
자초했다는 영환 형님의 지적도 있었다.

ㅎㅎ 나는 황박을 계속 지지하는 의견을 개진하였고 그에게 소명할 시간을
달라고 읍소했더니 맘 좋은 우리 동문들 시간이 더 필요한 것에 동의를
하면서 황박사 이야기는 일단락을 지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황박사가 백성들의 BT 지식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했다는
사실을 울 동문 모두 확인한것이다.

이윽고 소주병이 몇병 바닥을 보이더니 어제의 진정한 호스트, 신선배님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계신 말로만 듣던 미모의 형수께서 나타나셨어
분위기는 일순간 형수님께로 집중 되었다.
70년대 꽃미남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나를 소개했지만 속으론 좀 민망했다.
엄청 너저분을 떠는 놈이라고 흉보셨는지도 모르겠다.

연말이라 연일 계속되는 술자리에서도 우리 번개는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체력안배를 위해 아쉬움을 달래면서 1차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신영환 선배와 운식 후배는 한 차로 돌아 갔고 나와 울 회장님 이종대 선배는
지옥같은 전철에 몸을 실고 서울의 서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지하철은 오랜만에 타보았다.
우리는 사람 파도에 이산가족처럼 떨어질수 밖에 없었고
종대 형님 앞으로 아가씨들이 많았으므로 그다지 괴로운 시간만은
아니었을거같은데 형님의 표정을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마치 참선에
들어간듯한 \'므흣한\' 표정으로 지긋이 눈을 감아 버리셨다.

오랜만에 게시판에 모임 후기를 올리느라 퇴근이 좀 늦어졌지만
참여하지 못한 분들 안타까운 맘을 이 글로서 좀 달래신다면
좀 늦게 간들 어떠리...

피 에쑤 : 재학생 후배들아 혹시 이 글 보거든 지난 번에 찍은 사진
            빨리 등록해주라. 너거도 가끔 글좀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