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서로 얼룩진 군 진급인사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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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4.11.24 14:43: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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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시 극성..내용은 대부분 `음해성\'\'(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군 장성진급 인사와 투서는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가?\'\'육군이 지난달 15일 준장 진급자 52명을 발표한 이후 연례행사처럼 나돌던 인사비리 소문이 이번에는 괴문서 형태로 작성돼 최근 국방부 청사에 살포된 것을 계기로 인사 후유증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번 투서는 과거 인사 때와 마찬가지로 특정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으나 작성자가 개인이 아니라 여러 명이 가담한 인상이 짙다는 점은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군사정권과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를 거치는 동안 군 인사를 전후해 주로 개인차원에서 이뤄지던 투서가 최근에는 조직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진급인사 시스템이 갈수록 보완되고 발전되는데도 투서는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는 양상을 띠는 것은 과거 육사 출신자들에게 부여됐던 특혜가 거의 없어지면서 자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군 인사비리와 관련한 대표적인 투서 사례는 1993년 하나회 명단 살포 사건이다.
그해 4월 백승도 대령(육사 31기)이 작성했다고 밝혀진 이 문건 살포 사건은 그동안 하나회 회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받아오던 군인들의 감정을 건드린 것이 계기가 됐고 \'\'숙군\'\'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사회적으로 파장을 몰고왔다.
134명의 하나회 명단이 기록된 문건의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문민정권 시대를 연 김영삼정부에 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하는 등 군의 민주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후 하나회 문건 폭로와 같은 대형 투서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내 특정 지연, 학연, 인맥을 겨냥한 비공식적인 투서들이 정권의 상층부와 사정기관에 끊임없이 전달됐다.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로 바뀔 때도 군 요직에 득세했던 특정지역 출신 인맥의 청산을 요구하는 문건들이 은밀히 나돌았다.
금년 5월 신일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현역 대장으로서는 창군 이래 처음으로 구속된 사건도 투서가 발단이 됐다.
e-메일을 이용해 청와대와 국방장관실, 법무관리관실 등에 전달된 무기명의 투서에는 공금유용 사실이 적시돼 있었다.
군 인사와 관련한 투서 사건이 국회 국정감사장으로 옮겨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02년 9월 해군본부에 대한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해군 K모 대령이 2000년 3월께 당시 정권 실세와 친분이 있다고 소문난 J씨에게 진급 청탁 명목으로 돈을 주고 받아 징계된 사건을 일부 야당 의원들이 문제를 삼았다.
애초 6월로 예정됐다가 10월로 미뤄진 올해 육군 장성진급 인사를 앞두고도 각종 루머와 음해성 투서가 난무했다.
투서는 누구는 진급 대가로 얼마를 받았고, 누구는 무능력자인데 출신지역 때문에 승진했다는 등 대부분 음해성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조영길 전(前) 국방장관이 올 5월 근거없는 악성루머나 투서 연루자를 철저히 색출해 엄단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리는 등 군이 \'\'음해성 투서와 전쟁\'\'을 선포한 것은 이에 대한 심각성을 말해줬다.
문제는 진급과 관련한 투서가 대부분 익명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투서 작성자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내용을 적시하고 있어 비리척결에 기여하기 보다는 군내 위화감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
그렇다고 이 같은 투서를 막을 만한 뾰족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국방부는 투서와 루머 유포자를 끝까지 색출해 엄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적발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 일각에서는 창군 이래 처음으로 육군본부 인사참모부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이번 괴문서 살포 사건도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thre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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