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3학년인가 4학년일 때인데, 우리 고향은 엄청 산골이라 다들 그렇게 넉넉하지 못했지. 그런데 나는 만화책이 너무 재미있었어. 그런데 그게 공짜로는 안되잖아.
친구들 것 빌려보고 하다가, 어느 날 학교갔다와서 평소처럼 소 먹일 플을 한 지게 베오니, 아버님께서 마루에서 주무시는거라.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조용히 아버님의 허리춤에 있는 쌈지를 열어 지폐인지 동전인지를 꺼집어 내었지. 아마도 그 때 아버님께서 아셨는 것같은데(요즘 생각해보니까) 가만히 계시더라고..... 성공적인 작업을 혼자서 즐기고(?) 있는데, 드디어 아버님께서 잠이 깨시고 조금 계시다가 쌈지에서 돈이 없어졌다는 것이야. 그 때는 마침 집에 아버님과 나만 있었지. 사정이 뻔하잖아. 맞아죽울 각오로 만화책이 보고 싶었서 그랬다고 이실직고 하고 돌려드렸지.
그런데, 예상외로 아무 말씀을 안하시는기라.....  그 뒤로는 도둑질이나 양심에 거리끼는 것은 아직도 못하지. 대학 때 그 흔한 컨닝도 못해봤어.

항상 아버님께 고맙게 생각하며, 내가 자식을 키우면서 과연 어버지만큼 수준이 되는지 반문하게 되는 사건이지.
아버님의 그런 깊은 마음을 따라가기 힘들 것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