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도 비가 나리신다. 추적추적 나리신다. 대지를 적시고, 사나이 가슴에 노크도 한다. 뭣 땜시 이 지구를 딛고 살아가고 있는지 묻는 듯하다.

"야, 야! 넌 뭣 땜시 어제도 했고, 내일도 할 일에 골머리 앓아 가면서 사느겨?" 뭐 이렇게 묻는 듯하다. 내가 귀국한 27일엔 엄청 더웠었는데, 벌써 여름이 지나간 듯하다. 이 비가 그치면 남자의 계절, 가을이 오려나보다. 아니 이미 성큼 발을 내디뎠는지도... 자꾸 짧아만진다는 가을, 남자가 탄다는 가을... 가을을 어떻게 탈까? 사랑, 우정, 아니면 고독, 분위기... 예전엔 좋아서 사랑이었지만 이제는 불륜이고, 우정도 마누라 눈치를 봐야 하고... 고독을 씹으려고 해도 돈이 안 따라주네... 분위기 팍 잡고 있으면 을씨년스럽기만 하지 누가 관심이나 가져 주겠냐고... 아, 바야흐로 가을을 타는 것도 문제로다. 아!

내 핸드폰 번호가 바뀌었다. 010-9192-2422 로... 예전의 전화번호로 하면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별 연락이 없네, 벗들아! 조만간에 좋은 시간 한 번 만들어 봄세.

귀국인사 겸, 성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