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대표로 결식아동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쓴 후기 인데 회사 사보에

실렸던 글입니다.

희망 나눔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봉사활동을 담당하고 주관하는 김재덕차장이 어느 날 나를 찾아 왔다.

김재덕차장 : 회사에서 결식아동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는데 자금팀원 중에참가할 만한 사람 한 사람 추천해 주십시오
김태옥부장 : (이에 주저 없이) 내가 갈게
김재덕차장 : (너무나 대답을 쉽게 하는 모습에 놀라며) 어떻게 부장님이 직접 가시려구요? 후배 사원 중에 한 사람을 보내시지요?
김태옥부장 : 이런 행사에는 스스로 가고 싶어 가는 게 제일 바람직하지 않겠어? 내가 평소 가고 싶었으니 내가 가도록 할게.

이렇게 해서 내가 서울사무소 대표로 결식아동 봉사활동에 참가하게 되었다.

 

행사는 서울대공원으로 정해졌는데 행사 당일 집중호우가 내린다는 주간 일기예보를 접하고 제발 비가 오지 말아 달라고 기도했었다.

행사 당일 아이들을 만난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 일어나서 먼저 와이프에게 아이들에게 제일 친근하게 보이는 옷을 챙겨 달라고 부탁을 했다.

와이프는 나이 들어 보이는 일일 교사를 누가 따르겠느냐며 동물프린팅이 들어간 유아틱한 T-Shirt를 하나 골라 주었다.

8월 12일 행사 당일 일기예보대로 많은 비가 내렸고 약속시간에 맞춰서 집합장소인 은평구에 위치한 연신초등학교에 도착하였다.

 

운동장을 가로 질러 교실로 찾아 가면서도 오늘 만나야 할 아이들이 결손가정 또는 저소득층 아이들이라 무슨 말로서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어떤 얘기로 아이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첫 인상이 좋을지 참 고민스러웠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는 사이 아이들과 일일 교사들이 모인 교실에 도착하였다.

 

드디어 내가 하루를 책임져야 할 짝꿍인 현지와 인사를 나누었다.
현지는 옷과 신발, 머리띠 심지어 양말까지 그 나이 또래 여자 아이들이 제일로 좋아한다는 핑크색으로 갖추고 나왔다.
나름대로 멋을 부린 모습이었고 패션 감각이 상당히 있어 보였다.

인사를 나누고 놀이동산에 가서 먹을 샌드위치를 같이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 때 장난을 쳐가며 서로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 가며 친해져 갔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는 중에 놀랄 일이 하나 있었다.

“현지는 꿈이 뭐야?”
“그런 것 없어요”
“그럼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
“그런 것도 없어요”
“좋아하는 과목이 뭐야?”
“없어요. 아! 하나 있어요.미술은 좋아해요”

현지에겐 이 맘 때 보통의 아이들이 가져야 할 꿈이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나만 하더라도 현지 나이에 꿈이 있었다는 것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맘 때의 꿈은 한 달이 멀다하고 바뀌곤 하였었다.

아이들의 꿈은 주위 어른들이 꿀 수 있도록 자주 물어 봐 주고, 희망 또한 가슴 속에 항상 담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현지에겐 그럴 사정이 못 되는 것 같았다.
더 이상 꿈과 희망을 물어 봤다간 아이에게 괜한 상처를 줄까 싶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현지가 만든 샌드위치는 너무 못생겨서 난 절대 안 먹을 거야”
“저도 선생님이 만든 샌드위치는 절대 안 먹을 거예요”하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행사장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서울대공원으로 가기로 한 당초 계획은 우천관계로 실내 놀이공원인 롯데월드로 변경이 되었다

버스는 비가 내려 심해진 교통체증 탓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현지는 어서 가서 놀이동산에서 놀고 싶은데 언제 도착하느냐고 보채었다.
그러던 중 버스 뒷 편에서 아이 하나가 버스에서 오줌을 싸 버렸다는 안타까운 얘기가 흘러 나왔다.
아이들 중에는 신체적으로 기능이 조금 떨어지는 아이가 있어서 그런 것인데 그 순간 난 “내가 맡은 아이가 오줌을 안 싸서 다행이다” 라며 안도의 한 숨을 쉬기도 하였다.
(봉사활동을 나갔다면 어떠한 궂은 일도 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런 생각을 가졌다는 게 저도 부족한가 봅니다)

 

 

놀이동산에 도착하여 한 켠에 마련된 식사장소로 이동하여 오전에 만든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고 곧바로 놀이동산으로 직행하였다.

처음 들어간 곳은 유령의 집인데 현지는 내 손을 잡고 악악하면서 무서워 하는데 난 픽픽 웃음이 나왔다. 돈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유령의 집 앞에서 유령복장을 한 알바학생이 더워서 가면을 잠깐 벗는 순간 많이 덥지요?라며 유령(?)하고 직접 대화를 나눈 사람인데 무서울 리가 만무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롤러코스트(일명 청룡열차)인데 사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이 놀이기구를 아이들이 겁 없이 탄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물론 겁이 없기로 소문난 나도 360도를 회전하거나 심하게 꼬여서 돌아 갈때는 이 열차가 탈선은 하는 것은 아니겠지하며 상당한 겁을 먹기도 하였다

어찌나 좌우로 급하게 요동치는 바람에 머리 보호대 양 옆으로 머리가 둥둥둥둥 부딪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롯데월드에서 일정을 마치고 연신초등학교로 돌아 가는 차 안에서 이제 꽤나 친해져서 마음을 연 현지의 어려운 사정을 조금씩 들을 수 있었다.

들으면 들을 수록 가슴 아픈 얘기들 뿐이었다.

이런 희망나눔 행사에 처음 나오는 나의 무관심을 조금이나마 반성하고 저 아이들보다 어린 시절 행복하게 자라 온 나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 마저 들어서 그날 행사에 참가한 모든 아이들에게 케익 하나씩 선물을 하였다.

 

그리고 저 아이들에게 케익 하나 선물하는 것 보다 주기적으로 아이들을 만나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삐뚤어 지지 않는 인생을 살도록 자주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우리가 만난 아이들에게 제일 절실한 것이 경제적인 문제 외에도 고민이 있을 때 진심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현명한 카운셀러가 필요하지 않나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