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똥구멍이 슬슬 아파오기 시작하여 집 근처의 항문외과를 찾아 갔다
간호사는 문진표를 내밀면서 작성해 달란다.
내용이야 뻔했다. 과거 수술경험, 집안의 병력, 최근 앓았던 병…..

그리고 호출이 있어서 의사와 대면을 했다

의사 : 어떻게 오셨나요?
환자 : 최근에 똥구멍이 밖으로 슬슬 삐져 나오는데 이러면 아주 쓰라려서…
의사 : (문진표를 보면서) 과거 20년 전에 치질 수술을 받았던 경험이 있으시네요.
환자 : 예 있습니다.
의사 : 그 당시 수술은 어떤 방식으로 하셨는지 기억나는대로 얘기 좀 해 주세요.
환자 : 예 제 기억으로는 드라이아이스 요법이라고 하던데요. 치질 부위를 드라이아이스로

         얼려서 똑 부려뜨렸다고 하던데요.
의사 : 드라이 아이스 요법요? 그건 의학서적에 잠시 시행되었다가 문제가 많아서

         곧 바로 시행이 중단된 요법으로 그런 수술을 실제 받았다고 하는 환자는 처음 봅니다
환자 : 말도 마십시요. 수술을 받고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그런 고통이 뒤따르는

        수술이라면 차라리 죽고 말지 병원에 안 올겁니다.
의사 : 환자분. 기분 나쁘게 생각지 말고 아마 환자분은 그 수술의 실험대상이셨던

         것 같습니다
환자 : 그럼 마루타? 

20년전 1990년은 다니던 직장을 두 번이나 그만 두고(한창,부산생명) 럭키금성(현 LG)에
입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던 때였다.
우리 아버지는 멀쩡한 회사를 두 번씩이나 그만 둔 게 밉다며 일체의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으셨다.
당시 하도 앉아서 공부만 해서 그런지 똥구멍에 이상이 생겼고 화장실에만 가서
앉으면 피를 줄줄 쏟아 내었다.
피를 쏟는 양이 늘어남에 따라 나중에는 어지러움증에다가 걷기조차 어려운 지경에까지
빠졌었다.
그래서 어머니와 함께 야메로 하는 싸구려 항문외과를 수소문하였고 결국 주례에 있는

조그마한 병원을 찾아갔다.

의사는 상태가 시급하다며 바로 수술을 하자고 하였다.
의사는 최근에 나온 첨단요법이 있는데 받아 보겠냐고 권유를 하였다.
드라이아이스로 부위를 얼려서 똑 떼어낸다는 것이었다.
첨단 요법이라고 하는데 안 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래서 흔쾌히 수락하고 수술을 받았는데 1주일만 고통을 참으면 된다고 하던 통증이
두달간 계속 되었다.
사람 피부 중에 가장 연약한 부위가 항문 속살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부위의 생살을 쥐어 뜯어 내었는데 안 아플 수가 있겠나!
게다가 하루에 한번씩 똥이 지나다녀야 하고…

당시 난 재채기도 할 수 없었고 코메디프로도 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재채기를 한다거나 웃으면 똥구멍이 말려 올라가는데 똥구멍이 말려 올라가면
너무나 아파서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한번 말려 올라간 똥구멍7은 릴렉스하면서 근육을 놓아 주어야 고통에서 해방되는데
아파서 고함을 치면서 동동 구르는데 그게 쉽게 될 리가 있나
그래서 재채기가 나오려 하면 꾹 참아야 하고 TV는 아예 멀리 하여야만 했었다.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반가운 친구가 찾아 왔다.

이 친구도 치질 수술을 받고 요양중이었는데 이 친구 때문에 난 많은 위안을 받았다.

이유인 즉은 이 친구는 치질수술을 하러 갔다가 의사가 “당신은 이 참에 포경수술도 한꺼번에 해야겠다”고 권유하는 바람에 한꺼번에 그 아픈 수술을 동시에 받았다고 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이 친구도 <치질수술과 포경수술의 동시에 했을 때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에 대한 논문>이 필요한 의사에게 오지게 잘못 걸렸지 않나 의심된다.

하여간 이 친구는 치질수술만 보면 나보단 덜 고통을 받았는지 몰라도 앞뒤로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상당했을 것이다. 난 그 친구를 떠올리며 고통을 이겨낼 수가 있었다.

난 치질수술의 고통을 두번 다시 받지 않으려고 그 날 이후 의사의 권유에 따라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비데도 없던 시절에 똥만 누고 나면 똥구멍을 물로 빡빡 ��었다.
그리고 비데가 출시되었을 때 제일 먼저 비데를 샀다.

그런데 다시 그 고통이 재연될지 모르는 수술의 기로에 서 있다.
몰론 지금은 기술이 많이 좋아져서 3일만 입원하면 괜찮다고 하는데 20년 전에도 1주일만 참으면 된다고 했었다.

여러분 똥구멍 잘 닦고 관리 잘하고 다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