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김선만 
| 제목 | 컴퓨터와의 첫 인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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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재화(33) [ jhp1460@hananet.net ] |
| 작성일 | 2004-06-19 |
컴퓨터와의 첫 인연
몇 년 전 정년 퇴직후의 일이다. 출가한 막내딸이 두고 간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하루라도 컴퓨터를 열어 보지 않으면 답답할 정도로 컴퓨터에 빠져들고 말았다.
컴퓨터에 전원을 넣고 마우스를 클릭하면 조그만 모니터 화면에 별의 별것이 다 펼쳐지는 것이다. 하도 신기하여 이것저것 무리하게 하다 보니 \"짱!\"하는 경고음과 함께 노란 경고판이 나타나곤 하였는데 이런 때는 겁도 나고 종료하는 절차도 몰라 얼른 전원 스윗치를 빼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전원을 켜는 순간 모니터 화면이 다른 때와는 달리 마치 불에 타는 듯 벌겋게 변해 오는 것이 아닌가. 뭔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동네에 보아둔 컴퓨터 수리점을 찾아 A/S를 받았는데 부팅과 로그아웃을 할 때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않아 이와 관련되는 컴퓨터내의 칩이 모두 파손되었다는 것이다.
알아야 면장도 한다는데 컴퓨터를 만지려면 좀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우리동네 삼성컴퓨터 교육장에서 컴퓨터의 기초와 window95. excel. power point. 훈민정음 등 몇 개 과목을 욕심 내어 약 1개월간에 걸쳐 교육을 받았다. 학급인원은 대부분 젊은 주부들이었고 나처럼 나이 든 늙은이는 없었다. 젊은 강사의 강의와 실습지도에 모두들 잘도 따라하는데 나는 도무지 그렇지를 못하였다. 옆자리의 짝궁에게 협조를 얻으면 좀 쉬울텐데 나 옆자리에는 아무도 앉질 않으니 그럴수도 없어 그저 멍하니 구경만 하는 것이 다 반사였다.
몇 번이고 중도에서 포기할까하고 생각도 하였으나 그때마다 특유의 오기가 발동하곤 하였다. \"60평생 산전수전 다 겪은 내가 왜 못해... 저 젊은 주부들도 다 하는데 내가 저들보다 못난 것이 뭐 있어\" 이렇게 객기를 부리며 \"중도에서 포기하면 절대 안돼. 안되면 될 때까지 반복 수강하는 거야\" 자신을 채찍질하며 한달 수강을 어렵게 마쳤다.
그러나 아는 것이 부족하여 그 다음 달 수강을 재신청하였는데 보기좋게 수강을 거부당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유인즉 워드를 못 하니 나 때문에 학급의 교과 진도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이를 악물고 워드 연습에 몰입하였다. 굳은 손가락과 손목. 그리고 어깨가 아플때까지 자판을 두들기곤 하였는데 1주일이 지나고 2주일정도 되니 분당60자. 정확도 95%가 되었고 한달후에는 분당130자에 정확도95%의 수준이 되었다. 이 정도면 수강하더라도 학과진도에 방해는 되지 않겠지 하는 자신감이 생겨 종전의 삼성교육장 대신 LG컴퓨터 교육장을 찾아 앞서 배웠던 과목을 재 수강하였는데 어떤 과목은 4회까지 반복 수강하여 겨우 컴맹을 면하고 자칭 왕 초보의 실력(?)으로 무장하게 되었다.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지 4년이 지난 지금. 개인홈페이지와 학교 동기회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용하고 컴퓨터에 취미를 가진 동기생들간에 사이버 동호회를 만들어 상호 정보교환과 친교를 다지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컴퓨터 하면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로 착각하는 나이든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컴퓨터 근처에 가는 것부터 겁을 먹거나 귀찮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일수록 컴퓨터를 익혀 이를 통하여 세상 돌아가는 수많은 정보들을 접하고 멀리 떨어져 살고있는 친구와 바둑을 두거나 외국이나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자식. 손자에게도 서로 소식을 전할수 있게 된다면 이 얼마나 멋진 할아버지가되겠는가.
동고 33회 동문 모두들 컴퓨터를 익혀 노년을 보다 풍요롭고 아름답게 지날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아울러서 동기생 사무실에 컴퓨터를 설치하여 그곳에 들리는 동문들의 교육과 활용에 사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회당단에 바라는 나의 조그만 소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