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이종호 
| 제목 | LA 경찰이 된 이창근이를 만나다 |
|---|---|
| 글쓴이 | 김태옥(57) [ tokim@lgnikko.com ] |
| 작성일 | 2009-02-24 |
최근의 동문회보의 기사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세탁소 아저씨가 45세의 나이에 LA경찰이 되었다는 기사였다.
그런데 그 기사에는 주인공의 사진도 같이 게재되었는데 그 사진 속의 주인공은 내가 너무도 잘 아는 친구라 그 기사를 단숨에 읽어 나갔다.
창근이와 나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학교를 같이 나온 인연이 깊은 친구였고
(초등학교~대학교까지 같이 다닌 친구는 유일하게 봉회 딱 한 친구뿐이다)
창근이가 군대 휴가를 나왔을 때도 서울로 놀러 다녔던 각별한 친구였다.
무엇보다도 미국을 떠날 때 이민 결심을 나에게 내게 털어 놓았고
아무 대책도 없이 무일푼으로 미국을 떠나는 친구가 걱정스럽기도 하고 또 멀리 떠나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런데 그 기사를 읽고 난 후 바로 며칠 후 미국 LA로 출장 갈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이 친구를 꼭 찾아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우선 LA살다 온 용재에게 도움을 청했다.
용재에게서 미국에 사는 교포 한 사람을 소개받았고 스케쥴이 비는 날(현지 시간으로 2월12일)에 그 분과 함께 창근이를 찾아 나섰다.
우선 동문회보 기사 내용대로 LA 하버 경찰서(Harbor Patrol Division)로 찾아 갔다.
그런데 그곳 하버 경찰서에 가서 물어 보니 창리(Chang Lee)는 1년 전 LA 한인타운 근처의 경찰서로 전출되어 갔다는 것이었다.
하버 경찰서에서 한인타운까지는 다시 자동차로 30분 이상을 가야 하는 곳이었으므로 전화를 걸어 창근이가 근무하는지를 확인했는데 그곳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하였다.
행방불명된 사람도 찾아 주는 경찰이지만 관내의 경찰 한 사람을 찾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화를 붙잡고 약 30분을 기다렸는데 결국 실마리 하나를 얻었다. 소속이 77번가 경찰서라는 것이었다. 77번가 경찰서로 직접 찾아 가기 전 전화로 소재를 우선 파악하려 했으나 이 또한 쉽지가 않았다. 도대체가 전화가 계속 끊어 지는 것이었다.
하도 화가 나서 창근이 찾는 것을 포기할까도 생각 했었다.
그러나 전화로는 창근이의 소재 여부를 확인한다는 게 어렵다는 것으로 결론 내리고 그 경찰서로 직접 찾아 갔다.
그러나 77번가 경찰서는 흑인들 거주지로 범죄율이 높은 아주 무서운 곳이라고 했다.
경찰서 근처에 들어서니 주변의 분위기부터 달랐다. 건물의 외벽 색깔부터 어두워 보였고 우리와 눈이 마주친 흑인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금방 흑인들이 몰려와 총을 쏘면서 차를 세울 것만 같았다.
경찰서 정문 앞에서 방금 순찰을 돌고 온 경찰에게 Chang Lee를 물었지만 이 경찰서에는 경찰관이 400명 정도라서 모르겠다고 하였다. 사진도 보여주었지만 역시 모른다고 하였다.
그래서 민원접수창구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서 당직 경찰에 사정을 얘기했더니 방금 홀에서 그 친구를 봤다며 잠시 기다려 보라고 했다.
5분 여를 기다렸을까 드디어 저곳에서 문이 열리며 빢빡 깍은 머리의 친구가 나타났다.
드디어 헤어진 지 25년이나 된 친구를 이국만리 미국땅 흑인지역의 경찰서에서 조우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난 단번에 창근이를 알아보겠는데 이 친구는 누구신지…하면서 나를 알아 보지 못했다.
야 임마
혹시 쌍둥이 태옥이?
그래 임마 이제 알아보겠어?
니가 여기까지 어떻게…
니가 한국 신문에 났길래 너 찾으려고 일부러 한국서 일부러 왔다.
서로를 확인하고서는 우리는 부둥켜 안았다.
창근이는 퇴근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며 하마터면 만나지도 못할 뻔 하였다.
창근이는 만난 기쁨을 잠시 뒤로 하고 이곳은 너무 위험하니 빨리 가라고 하였다. 이곳 흑인들은 대체로 마약 중독자들로 경찰도 싫어하지만 경찰과 같이 있는 사람도 싫어서 어떤 짓을 할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자신은 이미 무장을 하고 있으니깐 그래도 괜찮은데 일반인은 흑인들의 공격대상이 언제든지 될 수 있다며 저녁에 호텔로 오겠다고 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나도 저녁 스케쥴이 있어서 일단은 헤어졌다.
저녁에 창근이는 호텔로 나를 찾아 왔는데 주차를 하면서 LA경찰 신분증을 내밀자 호텔측에서는 매춘단속을 나온 줄 알고 신경을 쓰더라는 것이었다.
창근이는 경찰이 된 이유를 세탁소를 운영해 보니 너무나 지루해서 경찰에 입문했다고 하였으며, 미국도 한국과 다를 바 없이 힘없고 빽 없으면 좋은 지역에 배치 받는 것도 어렵고 급여는 많이 받지만 너무나 위험스러워서 경찰근무를 더할지는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내 친구가 이 멀리 이국 땅에 와서 저렇게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참 아팠다.
창근이와 나는
창근이는 학창시절 안정환이과
친구도 없고 친척도 없는 이국 만리 미국에서 열심히 살아 가는 창근이를 위해
한번 Fighting 외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