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에다 잔뜩 찌뿌린 하늘이 번갈아 스트레스를 주는 날씨다!

모처럼 나온 내 매장도 파리만 날리고  영 신통치가 않다

얼른 이쁜이들에게 아이스크림 사다주고 바쁘다는 핑계대고

화천으로 출발했다

 

순환도로를 거쳐 지방국도로 접어들면서 볼륨을 높이고 창문을 열었다

뜨거운 공기가 달리는 속력에 그래도 신선한게 다가온다

 

얼마전에 구입한 cd에서 귀에 익숙한 노랫가락이 꽁꽁 숨어있는 감성을 불러낸다

빠르게 스쳐가는 풍경만큼이나 내 추억들도 노래가락과 뒤엉켜 살아 움직인다

 

난 이때가 좋은 것 같다~~

 

아쉽지만 지나고 보니 옛 시절도 그립고

그동안 사랑했던 연인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그림움을 전하고 싶은 충동이 솟구친다

 

포천에 들어서자 국도변으로 1000m급 산자락이 넓은 어께를 짝 벌리고 도열해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시원하고 호연지기를 느끼게 한다

백운계곡을 거쳐 광덕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광은 압권이다

 

예전에 영호랑 이 산자락에서 더덕 캐느라 이렇게 큰 산을 어떻게 헤집고 다녔느지...

칡즙 한 잔 급하게 마시고 화천으로 향한다

 

멀다~~

이젠 더 들을 노래도 추억들도 시들해진다

영호 이자식은 가까운데다 잡지 이렇게나 먼 데다 별장을 만들어서

고생시키나 막 짜증이 날무렵 화천에 접어들었다

 

내 마눌도 홍천산인데 화천에 별장둔 덕에 계속 강원도와 인연이 이어지네

게다가 둘 다 천이라~~

그래 용은 물을 좋아하지 물에서 쇼부를 봐야되는 인생인가보다

 

화천별장엔 이미 심마니 이 형 친구들이 냇가에 진을 치고

한바탕 술판이 벌어졌네

죄다 더운지 웃통을 벗고있다

나도 잽싸게 웃통까고 수인사하면서 꼽사리 끼어들었다

 

노릿하게 구운 삽겹살에 곰치 쌈싸서 권커니 받거니 하다보니

취기가 오른다~~

이 좋은데서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지 좀은 미안한 생각도 든다

 

난 세상 살면서 제일 듣고싶은 말이 "성실하다" "참 착실하단데"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요즘 우리 이쁜이들이 지어준 별명이 배짱이다

 

내가 매장에 있어도 자기네끼린 배짱이라고 호칭한다

그래도 괜찬은 별명같다

팔자가 그런데 어떻하냐?

 

해도 어슬럭해지고 술 판도 끝나간다

벌써 냉기가 어께에 닿아서 옷을 입어야겠다

헬스 열심히 한 몸 좀 오래 보여줄랬더니 감기들겠다

 

술상 정리하고 돌아서니

여긴 벌써 어둠이다

별장에 전기장판 켜고 누웠더니

고단한 탓인지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

 

잠들면서 아침에 깨면 좋겠다 했는데

또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이 형은 고단한지 코까지 골면서 잔다

가지고간 "수도원 기행"-공지영- 책을 읽다 재미없어

커피 한 잔 들고 밖으로 나왔다

 

싸늘한 냉기가 감도는 새벽이지만 공기는 기가 막히다

고개돌려 올려다본 하늘이 장관이다

 

낮에 바람이 구름을 몰고갔는지

은하수에다가 무슨 별들이 이렇게 몰려나왔는지

하도 쳐다보다가 고개까지 아파온다

 

이렇게 하늘 쳐다본 적이 없었는데

참 곱다~~~

게다가 앞 산에는 짐승이 나타났는지 불빛이 번쩍인다

자세히 보니 반디불이다

참 미치겠네~~

 

게다가 이 친구들이 내가 피우는 담배 불에 화답하듯

뚜엣으로 반짝이다 십 수마리가 동시에 번쩍인다

나도 화답하느라 담배만 몇 대를 물었는지 목이 따끔그린다

 

환상적인 밤이다~~~

{이 얘기 지어내고 싶어도 경험 하지 못하면 표현 못한다}

커피향이 어우러져 맛깔스러운 밤이다

여기에다가 오페라- 나부코-희브리 노예들의 합장이라도 중저음으로 울려퍼지면

더 더 아름다운 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Giuseppe Verdi(1813-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