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꽃만 보고 좋아할게 아니다.

내가 처음 공장을 지을 때 대지가 그런 대로 넓어서 공장 울타리에
조그마한 화단을 만들었다 . 울타리에 줄장미도 심고 화단에
구상나무도 심고...
여름철이면 그런 대로 구상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울타리 넝
쿨장미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빨간 장미꽃이 울타리를 장식
하고 삭막한 공장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하는데 일
조를 했다.

그러나 그 공터에 2공장을 지으면서 문제는 발생했다.
구상나무와 화단은 다 없애고 공장을 지으면서 울타리 장미는 그
냥 두었다.  그래도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빨간 장미꽃으로 울
타리를 장식하고 해서 꽃보는 재미로 장미를 좋아했다.


그런데 이 장미넝쿨이 미운 짓을 하기 시작한다.
작업통로를 막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찌르기도 하고 가뜩이나
좁은 작업통로를 장미넝쿨이 너부러져서 작업하는 종업원들
을 짜증나게 만든다.
오늘 아침에는 드디어 이 장미를 단죄하기로 작정하고 전정가위를
들고 나섰다.
“작업이 우선이지 꼴란 장미꽃이 뭐라고...”
오늘 아침에 나는 씩씩거리며 장미가지를 자르러 나갔다.
장미꽃 이뿐건 눈이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장미도 저항을 하기 시작한다.
찌른다. 아프도록..
아픈 게 보통이 아니다.
대충 널브러진 가지를 다 자르니 팔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사무실로 들어와서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생명을 자른 내가 잘못인가 길을 막고 미운 짓 하는 장미가 잘못
인가>

장미는 꽃만 보고 좋아할게 아니다.
가시가 있다는 사실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김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