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에 희부윰 안개 서리면 마음 급하다, 무중기행을 일삼는 까닭이다,

청풍계 고 왕회장 저택 철대문에 문화일보 수북하다, 어느새 불어난 활엽

수 사이로 슬픈 사내의 등반, 그 편린이 이윽고 울울창창,


겸재 정선의

붓끝이 살아오르는 암벽에 억겁의 물때 오싹하다, 포화로 그을린 불구의

성벽돌을 밟아 내린다, 풍수에 따라 문을 열면 화가 미친다고 하여 닫았

던 창의문(자하문), 1623년 서인들의 인조반정시 열려 내가 직립보행,



지독한 자폐로 지샌 밤은 산성, 슈퍼100으로 알카리로 바꾼다, 세종대왕

나신 골목안 인왕사우나 3천 하고도 500원, 물기를 훔치는 할아부지의 물

건이 장난이 아니다, 아담의 그것일까, 열탕에서 때를 불려 곧 냉탕으로

넘어간다, 두타산 무릉계곡의 물맛이 아닐지언정 노는 물이 다르다, 별안

간 흔들며 쉬이하는 지릿한 상쾌함, 폭포수로 단전호흡, 습식 사우나로

독기를 뺀다, 가라사대 귀신아 물렀거라, 거울 보니 그 얼굴에 햇살,



청량리로 가는 지하철이 한산하다, 춘천행 즉시 발차다, 산등성이마다 진

달래 가차없이 넋을 훔친다, 첫 밤을 알아버린 처녀의 낯빛으로 가슴 가

득 농염하다, 진짜 달라면 줄래, 택도 없다, XX놈아, 영변약산에 핵꽃 아

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라, 첫 피처럼 선연한 꽃물에 아롱져 토막잠 들

다,



역 앞 Camp Page 헬기들이 열 지어 비를 맞는다, 버스로 가볍게 소양댐

올라 선착장에서 유람선 청평사 간다, 천 것이 살아 생전 공주를 사모하

다 죽여져 뱀이 되어 공주를 칭칭 감았다, 그 당나라 공주가 청평사에 치

성 들여 풀려 난다, 모름지기 여기 어드메 한 맺힌 노총각이 목을 매었

을 것이고 이 절간 창건하던 즈음에 그 한풀이를 하면서 당나라와 우호하

던 호시절에 조작된 전설이리라 억측,



그 공주탕을 지나노라면 고려 정원이 나온다, 이자현의 연못이다, 급제하고

도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서 평생을 은거했다, 실패한 은거, 그 천년은 고

작 돌이끼에 묻어나고 물은 흘러야 맛이니 은자들이여 연못을 만들지 말

라, 가둔다고 등기한다고 제 것이 아니니 집착 말지라, 유폐된 물은 권력

과 근친상간이라 경회루, 청남대 대청호가 유서 깊게 썩어 간다, 노통장

재산 적다고 공개하나 둑을 헐어 물이 넘치게 하라, 비우라,



문화해설사라는 자가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쓰고 열심히 줏어 댄다, 습한

속진을 벗어나 청정산사에서 마저 속인의 육성을 맞닥뜨려야 하는 허탈

감, 절 뒤로 정상은 가팔라 호시만 하고 우행은 포기,



‘말이 많았다, 되돌아 가자’, 오봉산장의 춘천막국수, 감자전이 쌉쌀하

다, 교장이 아니라서 자판기커피로 마음 녹이고 두둑하게 계속 하산, 교

조도 없이 헤게모니 뒤로 하고 똘레랑스 되뇌다, 근방 어디 삶은 달걀이

부화한 한천자묘가 있을 텐데,



길가 변견 풍월 읊는가, 배나무 옆에서 병이다, 휴..., 짓지 좀 마라, '논

리적으로 토론하라', 4월 하순에, 봉이야, 언제쯤이면 괜찮을까 수구없는

세상에서 새깔새깔 곱게 단장하고,



소양호 벼랑 자락마다 꽃덤불이다, 음성 있어 가로되 나는 스스로 있는

자라, 물꽃 튀는 저 멀리 비구름이 아득히 공중부양,



노후된 엔진의 연기 따라 한무리의 아줌마 부대 신이 나 금요일 오후의

정적이 조각난다, 남편 떠나 자식 잊고 세상 밖으로 소리가 크다, 수굿했

던 소녀들이여 교성을 낯추라, 조각모음,



박통의 소양댐 준공비 앞에 할머니 쪼그리고 더덕 다듬어 판다, 꽃다운

시절 애미의 자화상이다, 다 놈 탓이다, 그 애미가 금쪽처럼 키운 자식

이 품에 없다, 연구원질이란다, 전속녀 지난한 몸짓에 아랫녘 후달거려

집으로 가는 길 그 애미는 없다, 효자삼거리 주작이 노랗게 질려 있을

뿐, 고개 쳐든다, 하늘 본다,



수산을 날린 시금치 국에 바지락이 쫄깃하다, 무공해 쌀이 IH압력으로 누

룽지 없이 눈부시다, 누룽지 달라, 도로홀로남 물 올랐다,



궁정동에 새벽닭 홰친다, 야훼여 세 번만 울게 하소서, 모가지 틀지 안으

려니,



밥 벌러 아침길 나서니 문화재청 목련 젖봉오리인양 떨기떨기 토실하다,

유년의 우물가 수국 같던 수옥이, 샤론의 꽃 예수를 마지막으로 어디로

갔나, 참새 홀로 자작나무 가지에 몸으로 운다, 이내 유두 함몰, 화무십

일홍, 경복궁 마당 가득 마음껏 폐허를 누비며 이슬 맺힌 박태기의 눈부

신 보라에 뇌수 혼미하여 부셔 부셔 오르가즘 길다,



이라크 이편의 상춘, 탐미는 죄악, 뉘라서 이 봄에 미치는가, 봄비 긋고

하이얀 석양이 번진다, 크게 무너진다,



나 방년 41세, 내통한 봄이 불치병처럼 간다,

이 무슨 잡놈의 ' 뜨거운 연정 ' ,

‘가능한 한 방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