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랫만에 부산 광복동 거릴 걷는다.

이곳은 내가 초등학교 그리고 중학교를 보낸 곳 이기도 하다

 

해안가를 따라 살포시 자리잡은 이곳은 흡사 베네치아와 닮았다

미로같은 골목길들과 그 길에 자리잡은 음식점 기타 판매시설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여길 지켜나가고 있다

 

덕분에 내 추억들도 흩어지지 않고 그 미로를 지켜가고 있는

고집스러운 가게 덕택에 간만에 옛 향수에 취해본다

 

한 길 건너 자갈치 시장에선 밤마다 꼼장어 꿉는냄새가 진동하면서

길가는 행인의 후각을 자극한다

연탄불에 양념을 한 그 맛은 지금도 여전하다

 

국제시장에선 좌판에 늘어선 상인이 여전히 놀랄만한 가격으로

저가의 상품을 구수한 사투리 가락에 섞어 고객을 유혹한다

 

내가 어릴때 보았던 그 아저씨와 생김새나 목소리가 꼭같다

아마 이자리에 서면 이런 얼굴 이런 목소리가 저절로 생기는 모양이다

 

밤에 올라본 용두산공원은 예전에 우남공원으로 불렸는데

시원한 바닷바람과 탁터인 해안조망이 아베크족에게

은밀하고 친근한 작업공간을 기꺼이 내어주고 있다

 

전엔 제법 높은 곳으로 추억 되어졌는데 내가 큰 탓인지

아님 이곳이 낮아졌는지 별로 높다는 생각이 들지않는다

 

광복동 한복판 재래식 목욕탕에서 만난 사람좋게 생긴 아저씨는

자기가 완도출신이고 27년째 건어물장사를 하고있다고

묻지도 않은 얘기까지 다해준다

 

내친김에 이 분의 내공이 얼마나 되는지 가름해볼려고

해 본 질문에 상당한 혜안을 가진 분이란 걸 그의 경험담에서 느끼게한다

그러고보면 고수는 산속에 있는게 아니라

이런 시정의 잡배들 속에 진주처럼 묵묵히 자신의 처신과 생활에

달인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든다

 

시청청사 전망 좋은방에서 검사스럽게 앉아있던 재훈이는

날보자 특유의 호쾌한 웃음으로 반겨준다

 

서울을 떠난지 벌써 2년이 다 되었으니까

나름 오랫만이다

 

그가 베푸는 점심은 유난히 맛이 좋다

이렇게 말 잘 통한는 친구와의 식사는 달다

빨리 가까이에서 자주 봤어면 좋겠다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본가로 출퇴근 하면서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한바퀴 둘러보고 타는데

여전히 내 첫사랑 혜경이는 보이지 않네......

 

다음 출장에서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며........

Let it be

Beat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