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이종갑 
| 제목 | 옥의 티 |
|---|---|
| 글쓴이 | 김영환(56) [ pat@patkim.com ] |
| 작성일 | 2014-10-28 |
일찌감치부터 호언장담에, 선상 미녀가 한 낚시대로
그녀의 얼굴만한 가자미를 줄줄이 엮어서 들어 올리는
사진으로 호객행위를 해놓고선, 결과는 거의 "몰황수준" 이었던
이유를 정밀분석한 결과입니다. 굳이 읽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바다낚시에서 조황을 결정짓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중요도 순으로 열거하자면, 수온, 물때, 바람이랄 수 있습니다.
그날 수온은 적정했습니다.
문제는 물때였습니다. 동해가 서해에 비해
물때 영향을 덜 받는다고는 하나, 그날이 사리 물때,
즉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날이어서 물발이 상당했습니다.
하필이면 우리가 승선했던 "동해호"의 낚시채비에서 봉돌이
약 15호 정도로 다른 항구의 낚시채비 봉돌에 비해 가벼웠고
그날이 사리때라 센 물발 때문에 봉돌이 바닥에 닿지 않거나
닿더라도 그 느낌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저 멀리 떠대려간 상태로
잠기기에 입질이 오기도 어려웠거니와 오더라도 감지해 내기가 불가능 했습니다.
우리가 항구에 도착했을때 귀항한 먼저 팀의 조과가
거의 "뻥"이었음을 확인하고선 불길한 예감을 잔뜩안고
출발하여 도착한 곳이 제법 먼바다 수심 50미터 이상이었으니
앞서 살펴본 물빨에 조과는 기대할 수 없었고, 이에 선장이 배를
해안쪽 낮은 수심으로 이동하여 그나마 38마리 정도를 건져 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 동해안 가자미 낚시란 타이밍(결굴, 물때와 수온)만
잘 맞추면 한사람이 수십마리 건져내는 것은 콧구녕 후벼 코딱지
빼내는 것보다도 수월한 일인데, 그렇지 못하였음이 못내 서운하긴 합니다.
그러나 사실 낚시란
낚아 올리는 행위 그 자체만은 아닙니다.
날 받아놓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재미
그리고 낚시장비 울러매고 항구에 도착하여 승선명부
작성하고 배위에 오를 때 느끼는 기분, 이는 이성의 배 위를
오를 때의 기분과 별 차이가 없을 듯 합니다.
그리고, 도통 뵈지 않는 바다속에 낚시줄 드리우고선
봉돌로 바다바닥을 통통통 노크하며 지구야 잘있느냐고
문안인사 여쭙는 행위 그 자체가 즐거움일 수도 있습니다.
잡고자 혈안이되고,
승선비와 미끼비용을 감안한 본전생각에
몰두할 것만은 못되지요. 우린 어부도 생선장수도
아닌 그날만은 "조사"이기 때문입니다.
왁자지껄 시끄러운 뭍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찰랑대는 대해 위의
일렁이는 조각배에 올라 끝간데 없는
탁 트인 사방을 둘러보는 그 자체가 낚시,
특히 선상 배낚시의 참맛이라 할 것입니다.
이상 변명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