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門에서 









           김 용 옥 







길이 끝나는 곳에

돌아앉아 面壁한 겨울의

흰 이마가 보인다.



차갑게 말문을 닫은 바람이

石澗水 아래 얼어붙고

눈 맑은 산새는 아침마다

빛의 울음을

눈 속에 몰고 온다.



冬安居에 들어간

선방 앞댓돌에

햇빛 한 자락

혼자 비추다 돌아가고,

흰 고무신이

달빛 고인 뜨락에 내린다.



아랫마을의 등불이

뿌옇게 번져보이는 이 산속,

제 안으로 빛을 내리는

촛불의 흔들림에

어디선가

얼음이 깨어진다.







입춘과 우수가 지나갔는데 아직도 산위에는 겨울이 가득합니다

그래도 봄은 오는가 봅니다. 어디선가 얼음이 깨어지고

길옆에 쌓인 잔설 사이로 푸른 쑥이 

고개를 내미는 것을 보면요. 며칠 남지 않은 2월 마무리 잘하시고

상큼한 봄향기에 취한 3월 맞이하시길 빌며 

오늘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신라의 包山二聖( 관기(觀機)와 도성(道成))이

함께 의좋게 수도하여 각각 성불하였다는  비슬산 자락의 사찰을 소개 합니다



비슬산은 신라시대에는 포산(包山)이라 불리었던 곳으로  봄철이면 참꽃 (진달래) 

가을철이면 억새로 유명한 곳으로 비슬이라는 산 이름은 정상의 바위모습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것과 같아 붙여졌다고 합니다 

 

유가사(瑜伽寺)  













현풍IC로 진입하여 유가사를 찾아드니 절입구 바로 앞까지 주차장이 

들어서 있고 콘크리트 막 포장으로 되어있어 겨울산의 

삭막하고 을씨년스러움에 괜시리 바람의 냉기가 더한듯 여겨진다 



어디 절 찾아 가는 다른 길이 없을까 두리번거리면, 

나무 사이에 어디 바위계곡 처럼 자연스럽게 널려 있는 

바위들이 눈에 띤다. 어디를 둘러 보아도 사람이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평평한 돌을 놓은 흔적은 발견 할 수 없지만

발을 내딛일만 한곳에는 편하게 밟을 수 있는 넓적한 돌이 놓여져 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돌들의 표면을 갈아서 밟기 쉽게 만든

아니 만들어 진 것이다. 



숲속으로 난 이돌길의 흔적을 따라 올라가면  

이윽고  돌계단이 멀리 보이고 그위로  

장중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비슬산이 

흰평풍을 두르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유가사는 신라 흥덕왕(827년)에 세워졌으니 천 년이 넘은 고찰이다. 

비구니들의 수도처인 수도암修道庵, 청신암 그리고 영남嶺南에서의 

최고 선원禪院중에 하나인 도성암道成庵을 산 쪽으로 거느렸다



시방루



천왕문을 지나면 황금빛 기와가 얹혀진 \'시방루\'가 나타난다. 

사방(동서남북)이 아닌 \'온세상의 방향을 새롭게 만든다는 뜻\'으로 

시방(열방향)루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안심당




신축한 시방루 뒤로 쇠락해서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요사체가 나타난다.

바람 불면 무너져 내릴 것 같이 불안 하기만 한데 당호가 

안심법문(安心法問)에서 나온 안심당이다.





어느 날 혜가스님이 달마스님에게 



\"저의 마음이 편안치 않으니 스님께서 편안케 해 주십시오(我心未寧 乞師與安).\" 



대사가 말했다. 



\"마음을 가져오너라. 편안케 해 주리라(將心來 與汝安).\" 



혜가가 대답했다. 



\"마음을 찾아보았으나 얻을 수 없습니다(覓心了 不可得).\" 



대사가 다시 말했다. 



\"네 마음을 벌써 편안케 해 주었느니라(與汝安心竟).\" 



이 말을 들은 혜가스님이 크게 깨달았다고 한다.





대웅전








유가사는 자연에 순응한 그 겅축적 가치로 인해 전통건축 분야에서 주목받는 절집이다. 

절의  가장 큰 매력은 대웅전과 나한전, 용화전, 산신각으로 이어지는 갈지자형 흐름과 

차례로 줄어드는 건물의 크기와 위치다.



나한전(羅漢殿)






산영각(山靈閣)




산영각의 경계는  크고 작은 있는 그대로의 바위로 만들어져있다. 

원(願)을 하나 세우고 돌을 하나 쌓은 것이 모여 울타리가 되었고

벗어버린 탐욕과 노여움 어리석음의 무게가 돌을 눌러 길이 되어버린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아직 잘남아 있는 곳이다



용화전








업보 







                           김 지하







업보처럼

쑥쑥 자라는 아이들만 남았다



지은 죄 많고

아직도 더 죄지을 듯

불안한 하루하루

눈앞에 커다랗게

업보처럼 남았다



다 놓아버릴 수 없을까

마음만 그저

노을구름처럼 떴다간 스러지고



한 방울 두 방울씩

가슴 밑에 보이는

업보 사랑.



용화전 앞에서 노보살님의 지성은 추위를 녹이고 있다.

그나이에 자신의 부나 복을 비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렇게 쉬지 않고 기도하는 것은 분명 자식을 위한 것이 분명하리다

내 어머니도 그러하시듯 저 어머님도....



도성암





유가사를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 수도암을 거쳐 도성암으로 향했다.

암자 입구에는 `이곳은 스님들이 정진하는 곳이니 일체 말을 마시오`라는 팻말이 서 있다.

암자 뒤로 도성이 그 위에 언제나 조용히 앉아 있었다던 몇 길이나 되는 

그 바위가 거짓말처럼 그대로 서 있다. 산속의 나무는 지금도 그때를 기억한다는 듯 

정상 쪽 관기봉을 향해 약간 고개를 숙이고 있고, 암자 뒤 편의 소나무는 

반대로 도성암을 향해 허리를 굽히고 있다.





시간이란 그들에게



바위에 말라붙은 이끼나 같았고



마음에 걸리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풀잎을 보면 풀잎이 되었다가



물소리 들으면 물소리 되었고







-박희진 시 <포산이성(包山二聖)> 중에서-





도성암에는 도성선원(道成禪院)이 개설되어 있으며 23일 해제일을 앞두고 

동안거 막바지 용맹정진으로 바람조차 숨죽이는 듯 조용하기 그지 없다.









도성암 대웅전 앞에 마련된 작은 마당에 도성스님이 심었다는 

큰 나무가 자라고 있어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가 상쾌하다. 

나무 아래로  비슬산과  현풍들판이 일망무제로 탁 트인 시야가 열린다



소재사(消災寺)













유가면 용리 비슬산 남쪽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이 사찰은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하여 온다.

경내에는 大雄殿 과 冥府殿 그리고 三聖閣이 있다. 

삼성각은 본래 산령각으로 당우가 노후하여 2002년큰 비로 인하여 허물어진 것을 

산신, 용왕, 독성 탱화를 새로 모시고 삼성각으로 중수하였다 



얼음조각













최근 새로운 볼거리로 한겨울의 여행자마저 유혹하고 있다. 

다름 아닌 비슬산 자연휴양림(자연공원)의 얼음동산. 얼음기둥과 얼음집,얼음 동굴,빙벽,

고드름집 등 얼음주제들로 계곡을 온통 뒤덮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