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성이가 낚시조여서 골프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어 시간 많은 내가 대신 쓴다.

대구에서 출발할 때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고, 기상예보는 서해안의 돌풍을

동반한 많은 비를 예상하여 오늘 골프하기는 힘들 것 같고 간만에 친구들이랑

술이나 실컷 먹자고 생각했다.

 

3시간 30분을 고속으로 밟아 도착하니 세찬 비와 함께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진작에 술판이 벌어지고 특히 호성이가 가져온 산삼주(영호가 캔 것이니 진짜임)는

인기만점이었다. 박인식은 골프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인식이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인해 10명이 고무되어 우중 골프를 강행키로

결정, 부랴부랴 취중에 장비들고 윈체스트 C.C로 집결했다. 산삼주 덕분에 힘이

들어가서 원없이 OB도 내고 비바람 속에서 강행군을 했다. 후반 라운드는 다행히

비가 그쳐 나름대로 재미나게 골프를 했고 용화랑 홀 매치 게임을 했으나 아쉽게도

석패를 했다. 용화는 물 수제비 샷(3번 튀김)으로 동반자를 주눅들게 했다.

이 날 베스트 플레이어는 유규문으로 티 샷을 우드로만 하고도 비바람 속에서 80대를

치는 무서운 저력을 보였고 새로운 강자의 등장을 알렸다.

 

다음날 날씨가 쾌청하여 골프하기에 더없이 좋은 분위기였다. 김상진 회장은 전날

과음으로 골프에서 빠지고 새로운 강자 유규문, 서울에서 달려온 변재명, 체구에

비해 엄청난 거리를 뽐내는 권남건, 그리고 소리없이 강한 내가 챔피언 조에서

맞붙었다. 이 날 선수들을 의식해서 첫 홀부터 드라이버를 들었던 규문이는 약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강자의 모습을 유지했고, 재명이는 서울에서 오느라

지쳤는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였고, 남건이는 첫 홀부터 버디로 출발하여

두번 째 홀 파를 하여 셋째 홀 부터 OECD에 가입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역시 챔피언 조라서 버디를 하지 못하면 홀에 걸린 스킨을 획득하지 못하면서

트는 판이 계속되고 후반 라운드가 시작되었다. 핸디캡 1번 홀에서 버디를 하면서

스킨을 획득하기 시작한 내가 결국 82타로 이 날 베스트 플레이어가 되었다.

물론 새로운 강자 규문이도 버디를 하나 떨구고, 남건이는 버디 값으로 민족 자본

까지 토해 내는 기현상이 생겼다. 네 명 모두 80대 타수를 기록하며 간만에 짜릿한

시합을 했다. 어쨌든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명승부였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친선 게임인지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웃으면서 골프를

했다.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한 강재룡과 변재명이 고마웠고, 박종원은 전반 5번째

홀까지 이븐이었다던데 후반은 잘 모르겠고, 인식이는 열정만큼이나 재미나게

골프를 했고 현수는 향상된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동기 모임은 선물 잔치였다. 상용이가 옷을 가져와서 나눠 주고, 회장이 골프공을

하사하고, 용화가 CD를 배부했다. 총무가 수건도 주고 산삼주도 가져와 먹었다.

재철이가 기증한 고가의 옷은 모임에 적극 협조한 우용이에게 돌아갔다.

골프장 식당에서 거나하게 회식을 하면서 차를 가져온 사람에게 차비까지 챙겨

줄 때는 감동의 도가니였다.

초기에 가고 싶은 동기회, 기다려지는 동기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집행부에게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