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고두헌 
| 제목 | 47년만에 찾은 중학시절 자취집 |
|---|---|
| 글쓴이 | 고두헌(48) [ 1123sw@hanmail.net ] |
| 작성일 | 2013-05-16 |
새비탈산으로 가는 둑을 가다 우측으로 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 오른편에는 황소 구르마 보관하는 막집이 있었지.
47년 전 중1때 당시 3학년이던 누님과 같이 자취를 하던
정씨 할아버지 집.
새비탈 입구는 잘려 나가 새 길이 지나고 있고, 둑 건너편
이 편에는 집들이 차 있었지만, 난 금방 알 수 있었다.
모퉁이를 돌아 들어 가니 자취방이 그대로이고, 마당의 감나무
샘도 그 자리에 있는데, 황혼녁 죽담에는 신발이 놓여 있었지만
그저 고요했다.
한참을 서성이다 다시 들어 가니 젊은 아낙이 몹시 놀라며
초저녁 어둠에 찾아 든 낯선 나그네를 훑어 본다.
'여기가 황소 구르마 하시던 정씨 할아버지 집이지요?'
'예?'
'큰아드님은 동네 콩쿠르마다 기타 반주하던 정영조 선생이고
그 아래로 두 여형제 그리고 귀조 순조라는 아들이 있었는데요'
'아, 예. 맞습니다. 저는 둗째 며느리입니다'
'그럼, 귀조씨는 안에 계신가요?'
'예, 낮에 술 한잔 걸치고 들어 와서는 자고 있는데 깨워
드릴까요?'
'어데요. 그냥 쉬시게 두세요. 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는
세상 버리셨지요?'
'그라무요. 할배는 96세로 돌아 가셨고 할매는 그리 수를
누리지 못 했어요'
집에서 부르기로 '마자'라 하는 중2 여학생이 나에게 수학도
가르쳐 주고 친절히 대해 주었는데, 키가 크고 다말래기 선
수였다.
그래 상냥하신 신선례 선배께 확인해 보자. 근처에 살면
서로 동기니까 연락처를 알아낼 수도 있겠다.
'아, 그 달리기 잘 하고 키 크고 좀 마르고 얼굴 하얳던 애가
있었지. 그런데 모임에서 통 볼 수가 없데'
'언제 연락이 닿으면 꼭 좀 알려 주이소'
남창 걸음 있을 때마다, 한번은 찾아 봐야지 했는데, 막상
이루고 보니 마음이 후련하기도 하고 쓸쓸해 지기도 했다.
그날 저녁에 유난히 크게 들리던 끼럭끼럭. 울며 날아가던
기러기. 그 기러기가 내 마음을 알고 갔을 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