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아름다운 것
지난 10월말 최봉모 김규복 송의근 이동철 어흥택 양진국 여섯이 지리산 2차 둘레길에 올랐다
기억 속의 잎새 다 떨어진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매달린 감이 보고 싶었는데
산청군 지리산자락에 오르니 지천에 늘린 것이 그런 모습이었다
갓길에 핀, 들국화인지 구절초인지 구별 못하는, 이름 모르는 가을 들꽃들과 억새,
간간이 좋아하는 코스모스, 맑은 계곡 물, 산청 꽂감용 감나무들을 좌우에 두고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해맑은 계곡물을 건너건너 한~ 40km 쯤 걸었다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본다는 설레임에 지리산자락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싸구려 문명같은 가로등과 조명등이 그 희망을 무느뜨렸다
지리산에도 제주도에도 거제도에도 어디에도 그런 칡흑 같은 어둠은 없다
인적없는 마을의 가로등과 조명등 불빛이 밤하늘의 별빛을 차단하는 게 너무 싫다
가을을 보내는 산자락의 바람이 쓸쓸이 차가웁다
비비안 리의 말 처럼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말에
허망한 사치스런 감상일랑 그만 접고 곱게 자자,
싸구려 문명에 길들어진 몸을 지리산 정기로 잠시 씼었다면 만분다행이다
아래에 같은 구간의 소개 글이 있어 옯겨봤습니다
커패 자주들어오시는 최회장, 기록 잘 하시는 이형 송형이 댓글로 추가 사항을 올려주시면
좋겠는데요..
지리산 둘레길 8구간...운리-덕산
운리 마을에서 덕산까지 이어 걷는 지리산 둘레길 8구간은 시작부터 끝까지
긴 임도와 호젓한 산길이 이어져 덕산 사리 마을로 내려설 때까지 마을을 지나지 않습니다.
대신 두 시간 쯤 계속되는 참나무 숲길과 온통 새하얀 바위들이 깔렸다는 백운 계곡과 마근담 계곡이 이어져
산청 둘레길 중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꼽힙니다.
참나무 잎이 무성할 때 지났더라면 훨씬 더 운치가 더해졌을 것 같습니다.
산청군 단성면 운리를 출발해 시천면 사리 덕산까지의 둘레길을 걸어보겠습니다. 13.1km, 4시간
운리를 지나자마자 원정 마을 쉼터가 있는 당산나무가 둘레꾼을 반깁니다.
이 느티나무는 옛날 시골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 올라가면서 쉬어가던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선거 포스터들이 붙어있습니다.
마을을 지나면서부터는 임도따라 오르막길입니다.
백운계곡으로 오르는 임도에서 전망대를 만납니다.
지나온 원정 마을과 운리 마을, 탑동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웅석봉에서 내려온 청계능선이 폭설을 뒤집어 쓴 채 이별을 고합니다.
진자마을
운리-덕산을 잇는 지리산 둘레길 8구간의 백미는 역시 참나무 숲길입니다.
운리 임도 오르막이 끝나면서부터 백운계곡을 건널 때까지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는 걷기 좋은 오솔길이 나오고 날씬한 참나무 숲이 계속 이어집니다.
한겨울이라 잎이 모두 떨어져버려 쓸쓸하기도 합니다.
봄이나 가을에 이 길을 지났다면 길 위에서 한참을 쉬어갔을 것입니다.
백운계곡지나 마근담 계곡 내려가는 길.
마근담 상류에서 사리마을까지는 골짜기따라 1시간 포장도로를 내려옵니다.
십리가 넘는 깊은 골짜기입니다.
마근담에서 내려오면서 민가가 보이면 그 곳부터는 끝없이 이어지는 감나무 밭이 시작됩니다.
고종의 식탁에 올랐다고 해서 고종시라고 불립니다.
지리산 자락에서 찬 겨울바람을 맞고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건조된 고종시는
감을 깍고 말린 뒤 20번 넘게 손길을 거쳐야 완성된다고 합니다.
사리 마을에서 덕산, 위태까지 하동 땅을 넘어서기 전까지 이 주변은 온통 감나무로 넘쳐납니다.
우리나라 최대의 곶감 생산지입니다.
산천재.
남명 조식이 말년을 보냈던 곳입니다.
조식은 조선시대 퇴계 이황과 같은 해에 태어나고(1501년)
16세기 학파 형성기에 퇴계와 더불어 퇴계학파와 남명학파로 구분되는 영남학파 사림의 영수가 됩니다.
퇴계가 70세를 살고 남명이 72세로 세상을 떠났으니 완전히 동시대를 산 학자이자 라이벌이었습니다.
퇴계는 중앙 정계에 진출한 뒤 사대부의 길을 걷게 되지만
남명은 벼슬길을 포기하고 39세에 낙향하여 초야에 묻혀 학문에만 전념하며 선비로서의 길을 걷습니다.
재야 지식인의 길을 선택해 철저하게 선비정신을 실천한 유학자였습니다.
남명은 환갑이 넘은 1561년 이 곳 덕천에 산천재를 짓고 후학을 양성합니다.
권력욕심을 버리고 평생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초야에 은둔하면서 스스로 '처사'라고 칭하며
지리산 자락에서 지리산을 사랑하며 말년을 보냈습니다.
25세에 지리산에 처음 올랐고 평생에 열두번씩이나 지리산에 올랐던 남명은
지리산에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나이가 되자
지리산 천왕봉이 가장 잘 보이는 덕산에 집을 짓고 생의 마지막을 지리산과 함께 합니다.
남명 조식이 지리산에 남긴 시 한 구절은 이렇습니다.
봄 산 어는 곳엔들 향기로운 풀이야 없겠는가마는
천왕봉이 상제가 있는 곳에 가까운 것을 사랑하기 때문
맨손으로 왔으니 무엇을 먹고 살것인가
은하 같은 저 십리 물 아무리 퍼마셔도 오히려 남으리
(덕산복거, 德山卜居)
사리마을에서 덕산으로 가는 산천재 앞에서 본 지리산.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바로 보입니다.
구름에 덮인 천왕봉이 살짝 얼굴을 보여줍니다.
덕산
덕산시장
4일과 9일에 덕산장이 섭니다.
마침 9일이라 덕산장을 기대하고 갔는데 왠지 썰렁합니다.
"장은 새벽에 서서 아침이면 다 끝나"
부지런한 분들은 벌써 다녀가셨나 봅니다.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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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최영일 [yichoi48@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