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닷새 앞둔 14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로 분류되는 부산에서 세 대결을 벌였다. 같은 거리에서 1시간 간격으로 이뤄진 격돌이었다, 두 후보는 비를 맞아가며 마지막 한 표를 호소했다. 주말인 15일, 두 사람은 서울 강남과 강북에서 서울 대회전을 예고해 놓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오후 4시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서면)을 찾아 "국민을 상대로 사기 치는 사람들"이라며 민주당을 향해 다른 지역에서보다 더욱 강하게 공세를 펼쳤다. 그의 부산 방문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두 번째다.

박 후보는 "소중한 대한민국의 운명을 흑색선전이 결정하도록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라면서 문 후보를 향해 공세를 폈다.

그는 "흑색선전은 달리 말하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사기 치는 사람들이 어떻게 국민을 위해 일하겠느냐"고 전에 없이 강한 언사를 동원했다. 이어 '굿판' '아이패드' '여론조사 조작' 등을 예로 들며 "(야권이) 트위터와 인터넷 페이스북으로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무차별적인 흑색선전을 해 선거를 오염시키고 있다"면서 "제2의 김대업 등장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구태정치 보고만 계시겠나"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국민 속이는 거 그대로 두면 습관성이 된다. 여러분이 막아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 후보는 부산 유권자들의 1순위 희망공약인 신공항 유치를 강조했다. 그는 "(신공항) 부산 가덕도가 최고 입지라면 가덕도로 할 것"이라며 "부산시민이 바라는 신공항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탯줄 끊어준 할머니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왼쪽)가 14일 고향인 경남 거제도를 방문, 거리유세에 앞서 자신의 탯줄을 끊어준 추경순 할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거제 | 강윤중 기자

1시간 뒤 문재인 후보는 서면의 한 백화점 앞 거리 유세에서 박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의 민생파탄에 박 후보도 책임이 있다"며 "박 후보를 찍는 것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연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이 디비지면(뒤집어지면) 대한민국이 바뀐다"고 외쳤다.

연설을 마친 후엔 시민들과 함께 '부산 갈매기' 노래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시민들은 '부산 갈매기' 가사 대신 '부산 문재인'으로 바꿔 불렀다.

문 후보는 이날 부산·경남(PK) 지역을 집중 공략했다. 경남 거제를 시작으로 양산, 울산을 거쳐 자신의 지역구이기도 한 부산을 차례로 방문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첫 유세지로 부산과 창원을 선택했던 문 후보가 이 지역을 찾은 것은 이날이 세 번째였다. 이곳의 표심이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방문 전에는 자신의 출생지인 거제를 찾아갔다. 그는 "경남 출신 대통령 한번 만들어 보자"며 지역 민심에 호소했다. 이어 "대통령에서 퇴임하면 제가 태어나고 지금도 제 집이 있는 이곳 경남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부산 유세에서 양측 지지자들은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쓰지 않은 채 "박근혜" "문재인"을 연호했다. 선거 초읽기에 들어가는 15일부터 여야 두 후보는 서울의 강남과 강북에서 각각 대규모 유세전을 펼치며 세몰이에 나선다. 박 후보는 서울 강남구 삼성역 코엑스 앞에서, 문 후보는 광화문에서 막판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 부산 | 임지선·박홍두 기자 vision@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