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3 [09:16:11] | 수정시간: 2012-11-03 [10:42:27] | 1면

"꽃과 향기가 넘치는 대천천이 제 일터이자 희망이죠."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 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지난달 30일 오전 11시께 김상식(65) 씨는 부산 북구 화명동 대천천에서 붉은 꽃을 활짝 피운 칸나와 노란 꽃망울을 머금은 소국을 돌보고 있었다. '대천천 가꾸미' 김상식 씨 "화명동 관광 명소로 조성"김 씨는 대천천을 따라 넓게 펼쳐진 꽃밭을 2시간여 동안 거닐며 알록달록 피어난 꽃과 식물들을 정성스레 살폈다. 그는 "내년 봄 활짝 핀 꽃들로 가득할 대천천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며 활짝 웃었다. 북구 화명동 일대 주민들의 산책로와 쉼터로 조성된 대천천이 15년째 꾸준히 꽃과 나무를 심고 관리해 온 '꽃중년' 김 씨의 노력으로 화명동의 명물로 빛을 발하고 있다.스스로 '대천천 가꾸미'라고 부르는 김 씨가 대천천 주변 공터를 꽃과 나무가 자라는 꽃밭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8년부터다. 당시 대천천 인근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 김 씨는 물 맑고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대천천에 푹 빠졌다. 선박수리업체를 운영하던 김 씨는 갯버들과 수양버들 등을 한 포기씩 심어오다 57세의 나이로 은퇴한 뒤 본격적으로 꽃과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은퇴 후 소일거리 삼아 시작했던 일은 꽃과 나무가 늘어나면서 김 씨의 하루 일과가 됐다. 갯버들에 이어 지인들로부터 얻은 칸나를 시작으로 국화와 코스모스, 접시꽃, 해바라기, 벚꽃나무 등을 잇따라 심었다.

화가인아내의 예술적 조언을 받아가며 계절마다 아름답게 필 꽃들을 고려해 정성스레 가꿨다.

매일 2~3시간씩 가꾼 결과 김 씨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꽃길은 현재 대천천 변을 따라 700여m에 이른다. 대천천변을 거니는 동안 가지런하게 줄을 맞춰 이어진 꽃을 피운 칸나와 소국, 코스모스는 그동안의 노력을 말해주는 듯 했다.물론 어려움도 따랐다. 장마철과 여름철 폭우로 대천천이 범람할 때마다 그가 가꾼 꽃과 나무들은 매서운 물살과 함께 떠내려가기 일쑤였다.공공근로자들이 구청의 지시만 받고 코스모스 등을 모두 베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김 씨가 대천천 주변을 가꾸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일했던 근로자들은 김 씨의 작품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김 씨의 꽃길은 어느새 이웃 주민들의 자랑거리로 자리잡았다. 한 이웃주민은 "매일 같이 꽃을 애지중지 가꾸는 노력 덕분에 산책에 나설 때마다 활짝핀 꽃을 보며 기분이 좋아진다"고 감사했다. 김 씨는 "도심 속을 흐르는 깨끗한 대천천을 좀 더 잘 가꾸면 훌륭한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예쁘게 핀 꽃을 보며 마음의 평화를 느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