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지금으로부터 약40년전 , 장소는 부산 동래고등학교 2학년 1

반 교실, 3교시 물리시간. 담당교사는 우리 학생들 사이에 박주사

로 통하는 박찬웅 선생님.- 2학년 1반 담임 선생님이 셨음_

선생님의 수업 스타일은 급장의 인사가 끝나면, 출석부를 펼쳐 천

천히 한명 한명 학생의 이름을 호명하신 후 교과서를 꺼내 드시면

서 ," 급장' 오늘은 어디 할 차례야 ? " 하고 대답이 조금만 늦으면

불호령을 내리시는 무서운 선생님이시다. 그런데 오늘은 모든 과정

을 생략하시고 가지고 오신 예쁜 꽃봉투를 전체 학생이 보는 앞에

서 정성스레 개봉하시고는 음성을 가다듬어시고 천천히 읽어 주시

는 것이었다. 내용인즉 부산에서 제일 명문고등학교인 본교의 학생

과 펜팔을 하고싶다는 경북의 K여고 1학년 학생의 구애 편지였다.

구구절절 어느 시집에서 베낀 듯한 아름다은 미사여구가 가득한 참

으로 한권의 시집같은 무지개 동산이었다. 편지를 다 읽어시고는

원래의 꽃 봉투에 곱게 넣어 모든 시선이 집중하는 가운데 비교적

뒷쪽에 앉아있던 내 자리까지 오셔서 그 편지를 나에게 주시는 것

이었다. 그 때가 마침 추석 연휴를 지내고 첫 등교 한 날이어서 추

석 전 날  학급비를 걷어서 담임 선생님 댁에 선물로 와이셔츠와 넥

타이를 전달하러 갔었는데 절을 받으시고 선물을 끌러보시더니 불

같이 화를 내시는 것이었다. 와이셔츠와 넥타이 둘다 색갈과 디자

인이 마음에 드시지 않다고 하시면서 이러이러한 걸로 다시 바꾸

어 오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넥타이는 두번째 합격했으나 와이셔

츠는 학급비로는 모자라  웃돈을 더얹어 좀더 고급스러운 것으로  

바꾸어 와서야 세번째 합격판정을 받았다. 이러한 연유로 해서 급

장인 나에게 좀 미안한 마음 때문에 여학생의 편지가  내게로 낙찰

된 줄 알았다. 그런데- (계속), 막상 나에게 전해주신 편지의 겉봉

투에는  수신: 부산동래고등학교 .제 2학년1반. 47번 귀하 라고 되

어 있었다.  내용중에는 이런 설명이 추서되어 있었다.


본인은 경북 K 여고 1학년 1반 47번. 학급에서 제법 예쁜 친구 7명

이 " 7인조 코스모스 클럽 "을 조직했는데 전국의 명문고 7개( 서

울, 부산, 마산, 대구, 광주, 전주, 제주)를 골라 각자 펜팔을 하기

로 결정하고 추첨결과 자기는 부산으로 결정 되었으나, 부산에서

어느 학교가 제일 명문고인지 잘 몰라서  그 당시 청와대 민정반에

서 활약하고 있던 삼촌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동래고등학교가 제

일 명문고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결혼하고 나서 알았지

만 그 삼촌은 동래고 선배였음.-

이렇게 시작된 펜팔은 그 소녀에게서 편지가 오면, 내가 답장하는

형식으로 계속되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중 2때부터 미래의 신부

감으로 혼자 마음속에 정해둔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고 3학년 애인

이 있었고 , 펜팔하는 소녀도 여러명 있었다. 펜팔 제 1호는 카나다

의 여중생으로 장미( 로즈)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여중생이 있었고,

펜팔 제2호는 서울 상명여고1학년 학생이 었는데 우리동기 이기호

님의 4촌 여동생으로 1학년때 고모님댁에서 학교에 다닐 때 이기호

님의 집과는 불과 10여 미터의 이웃이었다. 그 때 이 촌놈을 어떻

게 이쁘게 보아 주셨는지 4촌 여동생과 펜팔을 맺어 주신 것이다.

펜팔 제 3호는 밀양에서 국민하교 4학년을 마치고 서울로 전학을

가버린 친구가  5년 넘게 수소문하여 동래고등학교로 소식을 보내

오면서 본인은 선린상고에 재학중이며 이웃에 숭의여고에 다니는

예쁜 여학생을 펜팔로 맺어 주었다. 펜팔 제 4호는 강릉여고 1학년

학생이 었는데 이 학생의 4촌오빠도 밀양에서 5학년때 서울로 전학

하여 경기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동생과의 펜팔을

부탁했다. 서울 경기고등학교 좋은 친구들도 있었을 텐데 꼭 나에

게 펜팔을 권유한 깊은 뜻을 잘 알지 못하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신: " 동래고등학교 2학년 1반  47번 귀하"라고

온 펜팔 신청 은 별로 환영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의리와 책임감

이 투철했던 당시의 젊음은 펜팔에게서 온 편지의 답장은 단 한번

도 빠뜨린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5명의 펜팔에게 답장쓰는 일

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빼았기게 되었다. 더구나 - (계속 ) 밀양의  

애인에게는 내가먼저 거의 매일이다싶이  편지를 쓰고 있었다.

이쯤에서 그 많은 여인들과의 후일담을 고백( ? ) 해야겠다.

먼저 펜팔 1호 카나다의 "로즈"양과는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2-3개월에 한 두번씩 꾸준히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졸업후 해군 장

교로 복무하면서 출동이 잦고 바쁜일과로 답장을 두번 빠뜨린 후  

한동안 소식이 두절되었었는데 제대후 원양선 선장을 하면서 갑자

기 생각이나서 말레시아 페낭항에서 편지를 보내면서 그동안의 나

의 생활과  한번  만나 보고싶다는 뜻을 전했다. 입항예정 항구와

일정표를  동봉하면서도 큰 기대를 하지않았는데 뜻밖에도 3개월

후  아프리카 시에라레온( SIERA LEONE )의 FREETOWN 항구에

입항했을 때 본사의 에이젼트 직원을 대동하고  어머니와 함께 찾

아왔다.  로즈양과 어머니를 모시고 3000 여명 수용규모의  프리타

운에서 제일 큰 아프리카나 나이트클럽에서 함께 춤도추고 마음껏

한잔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로즈양은 아직 미혼이라고 했다.

그러나 난 이미 고국에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는 고백에 두 모녀는

무척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역했다. 특히 로즈양은 그 동안 내가 보

낸 수십통의 편지를 모두 가지고와서 영문 맞춤법이 틀린곳마다 밑

줄을 표시해두고 편지를 할 때마다 지적해준 지난 날을 추억해내었다.

펜팔 제 2호, 이기호님의 4촌 여동생과의 편지는 몇차레 오고 간후

중단 되었다. 아마도 어느 한쪽이 제때 답장을 하지않아서 중단된

것 같다.


펜팔 제 3호, 숭의여고 학생과는 끊어질듯 이어지고를 반복하면서

내가 제대 말년 해군중위시절까지 계속되었다. 숭의여고생을 소개

해준 그 친구는 그 당시 한국은행 서울본점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웃집 아가씨가 한달 후 결혼한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하인대

너를 꼭 한번보고싶어한다. 가능하면 서울로 출장오너라.

전갈을 받고 며칠 후 그 친구의 방에서 단 둘만의 조용한 대화의 시

간과 긴 이별의 준비를 했다. 더이상 묻지마/ 다쳐/


펜팔 제 4호: 강릉여고생과의 추억도 대학3학년때 학교 실습선을

타고 주문진항에 입항했을떄 처음만나 조용한 찻집에서 1시간정도

대화를 나눈 후 끝이었다. 아마 곧 결혼하게 된다는 얘기를 들은것

같다.

그런데 숭의여고생이나 강릉여고생을 펜팔로 소개해준 두 친구모

두 한국은행 간부를 지내고 지금은 각자 개인사업을 하고 있으며

서울에서 3개월마다 한번씩 만나는 밀성국민학교 동창회 명예회원

으로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어 두소녀의 근간의 소식을 전해 준다

.-(계속 )-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어느정도 먹어가면서 절실히 깨

달은 바이지만, 고등학생일 때  좋은친구를 사귀면, 그 우정은 영원

하다는 것을 느낀다. 손병학과 양재달. 하인대와 김문길. 그 예를

들자면, 너무 많겠다. 더구나 그 사이에 혈연의 소녀를 도우미로 했

을 때 그 효과는 기하급수적이다. 방상우와 신동호. 이근해와 전태

국 처럼 .......


이제 지금은 나의 아내가 되어 있는 경북 K 여고 1학년 펜팔얘기를

해야겠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사랑하는 애인이 있었고 4명의 여

학생과 펜팔을 하고 있던 나에게 펜팔 5호인 K 여고생은 별로 관심

밖이었다. 자기 사진을 보내 주면서 내 사진을 요구하기에  동래고

등학교  교정에 서있던 " 옥은 갈아야 광채가 나고 -(계속 ) - ***

추서: 2003년 .9월 25일 (목)  이용찬님으로부터 아세안 컵 축구 관

람 티켙을 주시겠다는 고마운 연락을 받고  전화 통화 중 본인의 글

을  잘 읽고 계시다는 말씀을 듣고  부끄러운 지난날을 다시 계속

함 ***사람은 배워야 도를 아느니라"  라고 자연석을 깎아 멋있게

세워 둔 비석 앞에서 폼을잡고 찍은 사진을 보내 주었다.

그리고 1주일에 한번 정도 보내주는 편지의 답장만 간단하게 보냈

다. 펜팔을 시작한지 약 3개월 쯤 지났을 때 이런 내용이 적힌 편지

가 왔었다. 코스모스 클럽 7인의 펜팔 중 유일 하게 자기만 남고 모

두 끝났다고 ......

다른 친구들은 서로 사진을주고 받은 것 만으로  모자라 남학생 쪽

에서 직접 찾아오거나  찾아와서 만 난 후 한쪽이 식어버려 끝이라

고,  그러므로 우리는 펜팔로서 의 우정을 영원히 (? ) 계속 해 보자

고......      답장: 좋은 생각임. 동감.

장문의 편지에 대한 가장 짧은 답장을 보낸 후  우리의 펜팔은  끊

어 질 듯 이어져갔다.  세월은 흘러 내가 대학 4학년 때 9년 째 ( 계

속) . 사귀어 오던  첫 사랑 여인과 의 인연도 그녀가 결혼식 전 날

긴 밤을 함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 준 후 그 녀가 결혼함으로 끝

나버린 후 온 세상이 캄캄하고  살 맛이 없는 날이 오래오래 지속되

었다. 이러한  시기에 나를 위로해주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끊임

없이 나에게 관심을 쏟아부어 자칫 자살을 결심 할 뻔 한 나를 구출

해준 친 구가 있었으니 지금은 하늘나라를 여행중인 김문길이었다.

그 친구의 속 깊은 뜻은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야 절실히 나의 마음

에 와 닿는다.   첫 사랑을 잃고 삶의 의욕을 잃어 버린 나의 사정

을 낱낱이 다 알고 있는 이 친구가  처음으로  나를 위해서 개시한

행동은  미혼의 예쁜 여동생이 있는 자기의 친 구를 나에게 소개해

준 것이었다. 술자리를 마련하고 자연스럽게 나와 어울려 차츰차

츰  친구가 되어지도록 해 주었다. 그 친구는 김문길이와 동아중 학

교 동기 동창  친 구 였는 데 일찍 부터 예쁜 여동생이 있는 것을 알

고  계획적(?)으로  사귀어 온 친구였는데  내가 워낙 슬픔에  잠겨

있으니까  슬그머니 나에게 잘 해 보라고 양보하는 것 같았다.

그 당시는 김문길 친구의 깊은 뜻을 잘 모른채 우리 셋은 틈 만 나

면 자주 어울렸고  그 친구의 여동생도 나를 오빠라고 부르며 잘 따

랐다. 김문길 친구가 나를 위해서 취한 두번째 액션은 나의 마음을

움직여 영원히 펜팔로서만 지낼려고 마음 먹고 있던 그 녀를 만나

러 함께 가는 일 이었다. --( 계속 ) *** 수업시간 때문에 ***

김문길이가 김천행 무궁화호 승차권 2장을 들고 나의 마음을 싣고

함께 여행을 떠난 날은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 함박눈이 펑펑 쏟

아지던 오후였다.  펜팔주소와 전화번호를 챙겨들고 사전 예고도없

이 김천에 내려서 역앞의 다방에 앉아 그녀에게 전화를 하는 손은

약간 떨리고 있었다. 약 30분 쯤 후  친구 한명을 데리고 그녀가 나

타났다. 첫 인상은 푸른 초원에 어디선가 날아와서 사뿐히 내려앉

는 한마리 학 같은  청순하고 고고한 자태였다.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품위가 돋보이고 , 자존심이 무척 강한

아가씨였다.  아는 사람의 눈에 띄면 곤란하니까  조용히 돌아가 달

라는  정중한 부탁을 거절하고  김천 직지사 구경을 시켜달라고 문

길이가  제안했다. 다음 날 직지사 입구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

고 그녀와 친구는 조용히 사라졌다.

결혼 후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함박눈을 맞으며 직지사의 오솔

길을 함께 거닐던 그날이 어제 일 처럼 눈에 선 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