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변화와 함께 스산한 바람이 두 뺨을 스친다.

옷깃을 여미면서도 우리네 일상들은 늘 그러하였듯 바쁜 몸짓으로 더운 김을 활력과 함께 뿜어 대기만 한다.

불현듯 어렸을 적 읽었던 " 곰무 도하가 " 구절들이 머리를 스친다.

떠나는 정든 님을 못내 보내올 수 없어 물 속까지 마구 뛰어들며 옷자락이 잠기도록 참기 어려운 별리의 아픔을 토해내다 못이겨

그 쓰라리고  괴로운 심정을 노래로 달래면서  춤까지 추었다는 태고의 우리 님들 이시라는데 ...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어제도 그제도 이별의 아픔들을 가슴 속 깊히 묻으며 살고지고 하나 보다.

이도저도 아님 가는 세월에 대한 이별도 ,

앞 뜰에 소담스레 영글었던 대추나무의 빨간 열매와도 ,

가을 하늘을 수놓던 고추 잠자리와도 말이다.

흐르던 강물도 언뜻 보면 천 년을 두고 흘렀어도 어제의 그 물이 아니었듯 말이다.

우리네 삶이 그 무엇이라고 갈파하든

환희와 열락이 오면 일렁이던 가슴과 함께 이내 별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