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고등학교재경총동창회

제목	*<논설>: 竹林七賢 에 대하여 !
글쓴이	박명식(44) [ mspark4905@hanmail.net ]
작성일	2012-03-22

4주)죽림칠현에 대하여

글쓴이 : 조은솔

"죽림칠현"은 중국 위,진의 정권교체기에 부패한 정치권력에는 등을 돌리고 죽림에 모여 거문고와 술을 즐기며 청담(淸談)으로 세월을 보낸 선비들 중 유명한 일곱 명의 선비를 칭하는데, 그들의 이름은 완적(阮籍), 혜강(嵆康), 산도(山濤), 향수(向秀), 유영(劉伶), 완함(阮咸), 왕융(王戎)이다.

죽림칠현은 남북조시대 이래로 화가들이 즐겨 그리는 주제 중의 하나였다, 푸른 대숲 속에 시원하고 상큼한 바람이 불어온다. 거기에 멋진 수염을 기른 군자들이 비파와 칠현금을 타고, 대금을 불기도 한다, 혹은 웃통을 벗어 부친 채 통쾌하게 술을 마시기도 하고, 혹은 명상에 잠겨 있기도 하다.

죽림칠현이 활동한 시기는 크게 보아 후한말기부터 서진말기까지의 100년 남짓한 시간이다. 그러나 이시기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크게 요동치고 있던 시기이다. 후한말기에 황제들은 조조의 압박을 받아 허수아비 황제로 전락해 버렸고, 조조의 아들 조비가 후한의 마지막 황제 헌재로부터 선양을 받아 위나라를 세운다. 그러나 조씨의 위나라는 최대권력자로 부상한 사마씨에게 압박을 받아, 그가 후한에 대해 행했던 것과 똑같이 이번에는 선양을 해주어야 하는 반대의 위치에 서게 된다.

마침내 사마씨의 서진왕조가 들어섰지만 이번에는 사마씨 황자들간의 골육상쟁 때문에 나라는 피폐해지고, 북쪽 오랑캐들까지 침입해 들어오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렇게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상황이 되면 백성들은 먹을 것을 찾아 유리걸식하거나 산에 들어가 도적이 될 수밖에 없다. 먹물 깨나 먹은 귀족들은 정치에 무관심한 체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려 한다. 아니, 오히려 이런 태도는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현실회피적인 '도교'가 힘을 얻게 된다. 그러나 한나라부터 관학으로의 위치를 굳건히 한 유교의 힘도 만만치는 않았다. 다만 이시기의 유교는 이미 참위설의 영향을 받아 상당히 신비주의적인 색채를 띠고 있었고, 거기에 다시 도교의 영향력이 가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죽림칠현의 연배를 보면, 의외로 차이가 많이 난다. 가장 연장자인 산도는 기원 205년에 태어났는데, 이때는 동한의 마지막 황제인 '헌제'때이고, 가장 어린 왕읍은 왕조가 바뀌어 위나라 명제시기인 234년에 태어난다. 그러니까 나이차이가 꼭 30년이나 나는 셈이다.

그런데 죽림칠현 중에서 가장 연장자는 산도이고, 그 다음은 완적이지만, 그 좌장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혜강이다. 그 는 끝까지 사마씨에 대한 협력을 거부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람이다. 그런 혜강이 사마소(사마중달의 아들)에 의해 처헝된 것이 기원 263이고 그 이후에는 사실상 죽림칠현이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없어졌다고 한다면, 죽림칠현이 실제로 있었다 하더라도 같이 모여 우의를 다질 수 있었던 시간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혜강이 사마씨 정권에 협조하길 거부함은 물론,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산도가 혜강에게 사마씨의 정권에서 벼슬을 할 것을 권유하자 도저히 같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절교서를 보낸 점을 감안하면, 그 이후에는 죽림칠현의 모임이 원활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마중달이 쿠데타에 성공하여 사실상 사마씨 정권을 탄생시킨 시점이 기원 249년이므로 죽림칠현의 활동시기는 기원 240년경부터 250년경까지의 '10년 남짓'한 기간에 불과하게 된다.

요즘들어 죽림칠현에 대한 책이 출간되는 등 관심이 고조되는 분위기이다. 중국의 긴 역사상에서 세월이 수상할 때마다 죽림칠현이 그 대명사처럼 거론되곤 한다. 지금 우리나라도 그렇게 수상한 시절이어서, 죽림을 거닐며 고담을 나누는 유유자적함을 즐겼던 그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는가보다.

20101129 조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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