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짓누르면 뜬다, 2박3일로, 삶은 켜켜이 쌓인 충동이다, 유동하며

무효인 생, 걸낭에 책 한권, 칫솔 가지 등을 쑤셔 박고 서울역으로, 영주

행을 염두하고 갔으나 중앙선이라 장항선에 몸을 싣는다, ‘병든 서울,

그리고 미칠 것 같은 나의 서울아 ’...



인왕 진경산수에 하이얀 달이 오르더니 북악에 별이 흐리고 남몰래 흘리

는 쓰디쓴 미소,



이승이 싫으면 저승인가, 이승과 저승의 길이는 얼마인가, 유언을 할 만

큼의 지호지간일 터, 가진 것 없으니 남길 말씀이 있을 리 만무, 단지 화

장은 말아다오, 너무 뜨거울거야, 봉분 아닌 평토장이라도 좋으니 양지바

른 언덕에 묻으라, 보험사 두세 군데 뒤지면 종신보험도 있고 하여 몇

푼 나올까, 하시라도 홀가분히 갈 수 있을지, 죽어져 진신사리 한 톨 소

득 못 할 이눔의 수행일랑 더 말자,



참사는 대구에만 있질 않으니, 나 하고 사는 꼴 자체가 참사, 정신병자

하나 가두면 그 죽음이 사라지나, 허튼 꽤다,



오래 전에 맴돌던 예산에서 하차, 시골역이 어찌 이리도 멋대가리 하나

없이 도회지 역을 닮아 도무지 성에 차질 않는다, 속도전으로 내달은 근

대화에 질펀하던 문화가 사라진 탓이다, 일방적이고 획일이다,



처녀성을 맛 보고 싶은 뜨내기의 욕망을 초입에서부터 짓밟는다, 논다니

만도 못한 불모의 문화, 그 짓하고 뒤돌아서 바로 수컷을 부르는 그 도도

한 창녀성, 복원하라,



수덕사행 버스를 물으니 역 직원 반응이 신통찮다, 택시 기사의 재조에

하릴 없이 왕복 기차 삯보다 더 거하게 물고 당도, 대웅전이 700여년 신

산고초를 지고 단청 없이 배흘림기둥, 맞배지붕으로 소담하고, 풍경 소

리 음탕, 국보 49호다, 겉치레 않은 저 생명력, 꾸밀 게 없는 내 삶은

또 웬 보물인가,



촘초롬히 성긴 빗발로 뜰 안 가득 촉촉하다, 등진 정상으로 간다, ‘산골

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대원각 주인 김영한의 숨은

사랑, 백석의 일갈이다,



산허리부터 눈으로 바뀐다, 새털 같은 눈 송이마다 고요하다, 적송에 앙

금지는 드문 백색이여, 이젠 더 이상 독야청청이 아닐 새,



얼핏설핏 그 눈길을 돌아서자니 달싹한 젊으나한 여편네와 마주친다, 정

상이 어드메냐고 초행길인 나그네에 하문하니 머쓱, 한참을 가다 뒤돌아

보니 아직 그 자리에 하염없는 얼굴로 속절없이 먼산바래기다, 여차하면

되지 못한 수작하여 낮걸이라도 했으련만, 도이거니 하고 오른 길, ‘슬

프고 고요한 길손’이 해찰할 궁리엔 관심이 없다, 의외다, Dondevoy,

where are you going,



아슬히 멀리하고 오르려니 불현듯 순백의 눈바람이 결곡하게 공허히 소슬

소슬한다, 이건 운무인가, 설무인가, 송뇌에 피어 오르더니 어느새 추억

처럼 흐른다,



문득 고도 495.2 최고봉이다, 앞을 가눌 수 없다, 이것이다, 참혹하게 아

름답다는 것, 말씀이 육신이 되신 주여, 말 좀 해보소, 이거이 모라케야

되능교, 당신이 하늘을 열던 그 날이 이랬던가, 카오스, 혼돈, 하늘로 하

늘로 날아오는 무모한 사변, 낡은 청춘에 새로운 슬픔이 인다, ‘아 신화

같이 운다’ ‘찬란한 슬픔’이라고 하자,



오줌을 누지, 오뉴월 쇠불알처럼 늘어진 고추, 뇻발이 뻗질 않는다, 빙수

처럼 눈이 노랗게 질려 녹는다, 저 아래 절간 수행승이 이 맛을 알랴, 고

도의 분출을,



하행은 녹록치 못하다, 수차 자빠진다, 이미 내리막 인생이건만 오늘따

라 아랫길이 받쳐 주지 않는다, 아직 앳된 끼가 덕지덕지한 스님 둘이 오

른다, 합장, 안개가 걷히면 밑세상이 보여 멋지다고 한다, 이놈들이 여

태 수양이 덜 됐구나, 보이지 않는 세계의 치미는 윤회를 터득 못하고서

야 어찌 이 골에서 공양을 축내고 있단 말이더냐, 이도 잠시, 이내 혼을

몰아오던 무운이 걷고 저 아래 예산 들녘이 호방하다, 바람도 없는 길섶

바우에 허망한 신선의 꿈이여,



적당히 골 깊어 냉기가 가시지 않아 자판기 커피를 뽑아들고 대전 이 변

호사와 무선 접선, 시간이 닿으면 쐬주나 찌끌자고,



일주문을 나서는가 싶더니 초가의 수덕여관, 노송의 기개로 돌계단을 오

름, 고암 이응노, 이국을 떠돌다 간 혼백이 서린 사적지다, 동백림 사건

으로 자초지종이 여하한 지 모르거니와 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고

이 하늘 이 땅을 가슴에만 품고 파리 어드메에서 쓸쓸히 갔다, 싸르트르

와 예술인 묘지에 잠들다, 마당 너럭바위에 알알이 맺힌 문자추상이여,

그 암각에 진정 마음 외롭다,



미망인 박귀희 여사도 수삼년 전에 여관을 끝내 뒤로 하셨다고 집안 사람

이라는 촌부가 귀뜸이다, 도토리 묵이 고소하고 산채 비빔이 흰 쌀밥에

나온다, 서울에는 여전히 분식이 유행하는데도 말이다, 고객이 오케이

할 때 까증 분식!



미리 잡아둔 새마을호 시간이랑 맞질 않아 언제 보마 하고 서울행, 목하

쇼가 난무하는 그 서울로, 기수 파괴쇼에 이어지는 토론쇼, - 백담사쇼,

사형쇼, 하나회쇼, 김정일쇼보다 강한가, 갈갈이 형제의 사투리 버금으

로 재미난다, 더 해조, 더 쌔게, 좀 더..., 아아, 내 아를 낳아도,


이 마취가 풀리면 우린 또 5년마다 되풀이되는 마루타다, 공황을 견디

자,



진(정 이것이) 대(의명) 제란 말이지, 진득하다, 대그빡 안되는 놈 총알

받이나 하랑게~~~



3월의 축배인가, 환호인가, 그 소낙비가 그립다, ‘별도로 썰렁하다 ’



왕궁 수풀 너머에서 동해 붉은 피를 토하며 골동품처럼 해가 오른다, 향

원정의 까치 웅혼한 프라타너스 공습 중, 혼자 스치는 돌담이 영추문 지

나 길다, 유이한 위락, 부엿해가는 그리움이 어지저지하며 매듭짓지 못한

다,



봄아, 나의 솔베이그여, 그렇게 와다오.



(낯짝도 모르는 여대생의 난데 없는 메일에 해를 넘겨 답멜 겸, 이건 작업이 아닌, 청풍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