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무덥든 8월, 얼떨결에 아들 혼사를 치렀다.

양가 상견례와 예식일자를 잡고 나니 주례선생님을 찾아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 남아있다.

거사일 까지는 4주 남짓.

누구를 모실까 고민타가 아! 쏘가리 형님이 떠오른다.

신경조형님과 한원호형님의 결혼을 집례하고 년 전에 통영 앞 죽도에 갔을 때에도 간밤의 숙취에도 주례 본다고 신 새벽에 배를 전세 내어 서울로 가신 양반 - 강철희 형님.

수차례 전화를 했건만 연결은 안 되고 리콜도 없다.

아니 이 양반이 내 전화를 스펨으로 돌려놨나? 별 생각 다하면서 메일을 보냈다.

그제야 답이 있다. ‘제주도에서 집수리와 은퇴 준비로 어쩌구’ 하시면서 혼사를 축하하신다며 조건을 거신다. 예비 신랑 신부를 사전에 만나야만 주례를 서시겠단다.

비가 찔끔거리는 어느 날 우리는 연구실을 찾았고 둘은 한 시간 쯤 후에 나왔다. 물론 나는 동석도 못하고... 무슨 말씀 하시더냐고 물어 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등 특별한 말씀은 없었단다. 아니 그런 소리 하실라꼬 한 시간씩이나??? 어찌 되었건 큰일 하나를 매듭지었다며 그날을 기다린다.

그 날. 당일 식 시작 10분전에도 주례선생님은 모습이 안 보인다. 전화를 넣어도 걱정 말란다. 어디계시냐고 물어도 그냥 걱정 말란다.

문득 몇 년 전 쏘가리 형님 아들 결혼식이 생각난다. 강남 성당에서 하는데 신부가 오지 않아서 식을 진행하지 못하단다. 아니! 그 날 혼사의 주인공인 신부가 오지 않다니! 하기사 주말의 강남에 비까지 왔으니 교통 혼잡으로 늦어질 수 밖 에는.

근데 그 신부가 신부(新婦)가 아니라 집례하는 신부(神父)가 교통지체로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혹시 이런 상황이 재연되는 것일까?

예정시각에 딱 맞게 그 날의 주인공(?)이 도착하고 식은 진행되고 그리고 그럴듯한 주례사가 이어지는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는데...

신랑신부가 서로에게 고백하고 맹세하고 각오를 말하게 하는 것으로 주례사를 대신하시겠단다.

기존의 형식과 틀을 깬 정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 이런 주례사도 있구나. 주례의 집전에 약간의 변형을 하였음에도 예식의 분위기, 품격, 가치가 이리도 달라 질수 있구나.

내가 혼주임에도 이런 결혼식을 하게 된 것이 너무나 고맙고 의미있게 느껴진다.

하객들도 그러한 주례는 처음 본다고 경탄을 자아낸다.

후일에 인사를 드렸다.

“명품 주례를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인생의 긴 여정의 전반부를 마치고 낙향하시는 형님!

남아있는 후반의 삶은 또 다른 의미로 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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蛇足1 : 쏘가리 형님! 이것이 형님 작품이라면 월총과 의논하여 지적재산권 신청을 해보는 것이 어떻런지요?

蛇足2 : 형님! 그 날 가까운 곳에 숨어계시다가 1분전에 “짠!” 하며 오셨지요?

형님은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혼주인 저의 마음 어떠했겠습니까?

부디 다른 결혼식 집례는 여유있게 옥체를 보이시기를.

蛇足3 : 월총의 아들이 명명한 ‘쏘가리 교수’ -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눈으로 본 별칭이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그 적확(的確)한 표현에 재차 감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