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중천 달 밝은 밤에

촉혼이 외로이 울어

슬픔은 은하에 잠기고

괴로움은 수풀에 서렸네

촉혼아, 내 사랑 네 알 리로다

그 사랑 오자 곧 떠나가니

보아라, 무심한 저 바람도

송악산 숲 속에 부니며 울어 예네

아, 길이여! 님이 가실 길이여

어쩔 수 없는 고별이라 버들아지를 꺾었지만

어즈버, 길섶 짙은 찬이슬에

그대 옷 젖을 가 념려로세’

명월이 황진이가 생전의 큰사랑 놈이한테 옥바라지 가서 첫잔이자 마지막 잔을 올리며 불러 올 호곡의 피맺힌 권주가, 이 놈이의 억세고 거룩한 넋을 뒤로하고 진이는 기약 없는 길을 갔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유독 이승의 밝은 빛을 반기고 저승의 어둠을 두려워 하는 것일까’

‘그리워도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소이다

제가 님을 찾아갈 때

님도 저를 찾으소서

밤마다 오고가는

머나먼 꿈길

한시에 꿈을 꾸어

도중에 만나사이다’

서울 윤승지 댁의 도령과 혼인을 꿈꾸던 진이의 가혹하고 무서운 마지막 길이었다(황진이, 평양문학예술출판사 홍석중), 길이 다를까, 이 기막힌 생을 잊으려 간다, 잊으려, 그 먼 길에 이 사랑 또...

테러 피하여 가는 길이 오히려 더 심각, 유일신도 사람 그 따위로 참수하나, 천국 니 혼자 가라, 몸뚱아리 없이 눈알만 굴리며 천 년 만 년 어찌 살라고, 殺神成人

 

낯익은 프랑크푸르트행 루프트한자, 옆에 일흔한 살 노인 동승, H여행사 단체여행 유럽 15일, 할망구랑은 뜻이 안 맞아 혼자 간다고, 마라톤 기록보유자에 팔굽혀펴기 수 백 개씩 한다네, 부동산으로 돈 벌어 죽기 전에 다 못 쓴다나, 나 주고 가렴, 이 노인 나이에 난 뭐하고 있을지

매번 나오던 컵라면이 모자란단다, 이 항공사도 정신 놓을 때가 있구나, 때를 써서 다 불어터진 면발에 만족, 뭡니까이게룹탄자나빠요

베를린 행 비행기, 알렉산더플라츠 행 버스로 숙소인 Park Inn 호텔에 체크인하고 객실에 가자마자 쓰러져 깨어보니 새벽 2시가 좀 지났다, 나가까 마까, 무섬을 감추고 길에 나서는데 그 시각에 소녀 둘이 디카로 장난하며 깔깔거리고 엉킨다, 이걸 그냥 두고 가 어쪄, 한참을 그러더니 지나가는 차량마다 손짓인데 차는 서지 않는다, 그 뒤 어찌 됐을까

어둠 짙은 공원에 나를 뒤서거니 하며 살피는 놈이 있어 두렵다, 방향을 선회, 돌아갈까, 계속 가보자, 너무 춥다, 목티, 쉐타에다 장갑까지 꼈는데도 오들오들 떨리고 오금이 펴지질 않는다, 인생이 얼마나 더 쓸쓸하고 외로워야 견딜 수 있을까, 동백림의 바람이 한 쪽 귀로 흘러 들어와 한 쪽 귀로 흘린다, 가을에 유럽 다닐 일 아닌가보다, 이 정처 없는 길에 난데없이 쥐 한 마리 급히 횡단하더니 공사장으로 기어 들어간다, 을씨년하게 초라하게 부서지는 낙엽 사이로 처음이자 마지막일 베를린의 쥐새끼, 말랐다

여기는 베를린이다, 그 베를린이다, 어디서 베를린을 찾으랴, 좀처럼 드러나지 않으려 한다, 지하도엔 오줌지려 코 열고 가기 난망하고 벽엔 온통 낙서다, 우리 서로 X까지 말자 X팔리니까, 라고 갈기고 싶었으나 손 시리다, 마음도 차다, 아랫것들의 짓거리를 윗것들이 간섭하지 않는가, 한인 식당에서 발로 해도 이보다 나을 성 싶은 정체불명의 김치찌개 먹고 14유로 50 지불, 이래저래 마음 아프다

로자 룩셈부르크 거리다, 실패한 혁명가를 이토록 대우하나, 허무한 발품에 피곤한데 칼 막스 흉상을 스친다, 1836년 수학한 베를린 대학이 바로 지척에 있고 이 흉상 앞 아파트에서 기숙했나보다, 막스가 갔던 인간세와 우리 오고 가는 이 땅은 많이 다른가, 먹이 법칙에 옥죄어 겨우 연명하고 있나, 인구 더 줄여라, 책임지지도 못하는 장난질 하지 마라, 유럽은 1천만으로도 잘 산다, 두수 줄면 아락바락 하지 않아도 저절로 해결되는 게 한 둘 아니다, 힘에 부치고 춥고 어깨바람이 나질 않아 더 이상 다닐 마음이 없어 주점에서 생맥 한 잔, 이 잿빛 도시에 핏덩이들도 이렇게 밤을 지새는구나,

호텔 29층 방에 들어와 이윽고 어둠이 가시고 볼품없이 날이 새는 걸 보니 저기가 동녘인가, Berlin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구나, 이랬구나, 그 도저하던 모습은 이렇게도 평면이구나, Bonn에서 옮겨온 통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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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늘려 헌재 어르신들 놀러가게 좀 해주라, 놀리지 않고 부려먹기만 하면 정신 혼미하다, 이 멋쩍은 베를린 한 번 구경이나 하고 판결하시지 그래, 코딱지만한 재동 구석에 자랑스런 헌법국가, 목하 관습 중, 국보도 관습이라고허끄나 어쯔끄나, 그랴그랴 관습, 약들은 챙겨 드셨우, 관습적으루다가 만수무강

잠시 몸을 누였다가 아침 먹으면서 사과 2개 챙기고 하룻길을 걱정에 놓는 중 아침 TV에서 맛사지 걸이 아버지 뻘 손님과 모자이크 처리도 안하고 가운 차림으로 어깨동무하고 정답게 간다, 어디로 가나, 저 여인의 영혼은 필부의 것보다 무척 가벼운가, 어디서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그 무게가 다른가, 단속좀고마해, 암탉이울면수탉이곤궁하다, 발정기 없는 인간은 짐승보다 외롭다, 진화한다,

‘결혼이라는 단어와 개념, 모호함이나 종교적 위선을 제거하고 섹스 파트너들 또는 강제되지 않은 여럿 사이에 보편화되고 정제된 유연한 계약인 시민결합으로 대체할 수 있다’(자크 데리다), 결혼은 매음을 수반, 사유재산제 상속 없어지면 신성한 매음 부활하나, ‘결혼에서 사랑을 배제하는 것은 정의에 적합’(프루동)

시내관광버스로 일주, 지난 밤에 초라하던 도시가 이토록 넓었구나, 여기가 과거 동독의 중심지인 알렉산더 광장, 훔볼트 대학, 케테 콜비츠 박물관을 지난다, ‘나는 평화주의자임을 한 번도 고백하지 못한 채 그 주변에서 동요하고 있다’ ‘그들이 내가 확고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될까봐 두렵...’,

과거 동서독의 경계인 Brandenburger Tor, 아테네 신전을 모방한 프로이센 왕국의 개선문(1791년), 승리의 여신과 4두 마차는 1806년 나폴레옹이 파리로 가져갔다가 1814년 다시 이리로 왔다, 외교의 중심, 수시로 요인들을 경호하느라 독일 경찰 분주하다,

 

별달리 볼 것 없는 전망대에 왼 장사진인지, 미리 알았더라면 가지 않았을 걸, 정거장을 잘 못 알려준 Polizei 덕택으로 걸어서 베를린 장벽까지 가보려던 기획은 물거품, 다시 장벽을 올리자고 하는 모양, 장벽 저 넘어 김정일 원수,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부지런히 벌어, 느닷없이 통일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 깐 체제가 뭐 길래, 시절이 하수상하오

장벽 조각을 넣어 만든 카드 사고 하룻밤 더 묵은 뒤 Berlin Ostbahnhof에서 드레스덴 행 유레일에 몸을 실었다

비가 내린다, 그냥 비도 아닌 추적추적 비를 이 자들은 그냥 잘도 맞고 다닌다, 좋은 때 다 피하고 장마철에 왔나보다, 이 유럽의 비, 이 가을의 저주에 독일은 분리와 비분리를 분리하고 분리를 끝에다 둔다, 위법성의 인식이 어떠니 저떠니 하면서 견딘다, 여경이 알려준 길 따라 고르바초프가 묵었다던 별 다섯의 Westin Bellevue에 여장을 풀고 비 오는 거리에 나선다, 수많은 참화를 견딘 다리를 지나 왕궁, 성당을 보고 다리 건너편으로 탐색, 인적 드문 길 검은 하늘 아래 갑자기 별천지다, 드레스덴의 홍대앞 정도일까, 맥주병이 차위로 날아 오르더니 둔탁하게 깨지고 진로를 막는다, 두렵다, 술기운이 오른 말 같은 처녀 둘이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가며 깔깔거리고 희롱이다, 가벼운 생이여, ‘규제된 광기’ 청춘 드레스덴아,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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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을 한 호텔 레스토랑은 생애 최고다, 모처럼 유일한 동양인, 군주의 아침이 이렇게 밝았을까, 창 밖 엘베 강 위로 여전히 부슬거리고 푸른 잔디에 고목, 왕궁의 조찬을 방불케 하여 흡족, 이 나간 접시는 보이를 불러 바꿨다, Augustus 다리 아래 강물이 저 혼자 얕게 흐르고

이 호텔에도 비데는 없어 샤워기로 뒤처리 하고 체코 프라하 행, 2년 전 독일 Oase에서 만났던 180의 미녀 말린의 조국으로 간다, 국경역 Bad Schandau역에서 환승 전 양국의 경찰 2명씩이 여권을 확인하고 압날한다, Schona역도 아니고 플랫폼, 시각도 다 각각이다, 독일 미세하게 틀리다, 개찰 없는 유럽, 열린 사회 이런 거구나, 300년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합스부르크가의 속국으로 있다가 1918년 겨우 해방하자마자 1939년 히틀러 침공, 가련한 보헤미안, 산악지대가 나타나고 가옥 모양새가 다르고 허름한 걸 보아 예서부터 체코, 1968년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 일환인 프라하의 봄, 소련은 그 꼴을 내버려 두지 않았으나 1989년 벨벳혁명으로 충돌 없이 공산정권 퇴진

낡은 Praha-Holesovice 역사, 예술로 가는 길이다, 환전하고 지하철을 타려는데 동전 바꾸는 자판기가 없어 그냥 무임승차, 유럽 Gulliver 여행사에서 정해 준 별 셋의 호텔, 말이 호텔이지, 여관 수준이다, 3년 간 7개국 15개 도시 숙소 중에서 최악, 프라하에 관한 아픈 추억, 친절하고 이쁘기는 만점, 다음 날 비엔나 행 열차를 시간대 별로 형광펜으로 칠해가며 일일이 알려 줬으니

체코왕 카렐이 신성로마제국 황제 칼4세로 선출된 후 프라하가 로마제국의 수도, 카렐 대학(프라하 대학) 1348 건립, 괴테가 황금의 도시라고 찬사, 릴케의 도시, 카프카의 고향

Milan Kundera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이 거릴까, 동란 후 60년대 경 서울이 이랬을까,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의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그렇다면 무엇을 택할까, 묵직함, 아니면 가벼움, 토마스가 테레사를 만나 열흘 만에 동침한 바로 이 프라하,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을 느꼈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신경증인지, 브레즈네프가 두브체크를 납치하여 보헤미아가 결국 정복자에 머리를 조아리고, 1968년 점령 첫날부터 소련 비행기가 밤새도록 프라하 상공을 날아 다니고, 사랑이란 뭔가 가벼운 것, 전혀 무게가 나가지 않는 무엇이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믿음, 사랑이 없으면 우리의 삶도 더 이상 삶이 아닐 거라는 믿음, 안나 카레리나를 겨드랑이에 끼고 토마스가 쏘다닌 프라하 거리, 체코의 정체성은 허깨비일 뿐, 사비나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치욕의 극단까지 가보자는 욕망, 그저 육체, 오로지 육체 그 자체가 되고자 하는 욕망, 오이디푸스는 어머니와 동침하는 줄 몰랐지만 사태의 진상을 알자 자신이 결백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중앙 유럽의 범죄적 정치체제, 광신자들은 살인자였다, 그들이 몰랐다는 것이 사실인가, 혹은 모른 척한 것일까, 프라하가 추해졌어요(테레사), 토마스는 생각했다, 사랑과 섹스를 연관시킨 것은 창조주의 가장 괴상한 발상 중의 하나이다, 나의 적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키치’, 동네 비디오 방에 프라하의 봄이 없단다, 정말 꼬진 서울의 사대문 안 마을이다,

섹스샵에 전혀 밝힐 것 같지 않은 50대, 20대 모녀가 기구 가리키며 진지하게 대화한다, 어느새 비가 내린다, 검은 비가 내린다, 어둡고 춥다, 카프카 기념 서점에서 달력, 카드 사고 출생한 집과 무덤을 물었다, 변신한 벌레는 어느 지점에서 인간일까, 떨면서 광장을 헤맨다, 성당마다 모차르트, 베토벤의 콘서트다, 내일 비엔나 가면 다시 기회가 있을 테지, 허기를 채우고 다릴 건널까, 블타바(몰다우) 강 건너 언덕의 불빛, 온 도시를 뒤덮은 휘황, 이 헛 것이 내 생애 빈곤을 채우랴, 그냥 추운 비, 흙탕물, 예술은 유혹이고 껍데기다, 삶을 잊기 위함이다, 나방은 왜 불로 뛰어들까, 잊기 위함인가, 죽으려 함인가, 멀리 보면 잊은 듯 가까이 갈수록 생이 무겁다, 정상에서 ‘이제 나는 누구란 말인가’,

‘삶이란 비상을 거부하는

가파른 계단

나 오늘 이 먼 곳에 와 비로소

...

이리도 간절히

...’

(문정희)

걸을 힘이 없다, 버스타고 다리 앞에 내려 거리의 악사에 다다라 유리컵에 물을 채워 연주하는 광경에 눈길 주다, 돌아가는 길이 아득하여 길을 잃다, ‘나의 생애는 늘 허둥거렸지’ 총명함의 한계다, ‘막다른 길 아니면 미로뿐이다 끝없이 앞으로만 질주하는 습성을 그래도 사람들은 넋을 잃고 사랑한다’

길을 물어 늦은 밤길을 오래 걸었다, 숙소 가는 길에 들어서니 조그만 카페에 점원 아가씨 혼자 서서 깊은 시름이다, 이런 거 놓치고 가면 바보라 하겠지,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23살의 Livka, 19살부터 동거하여 남친은 아직 대학생, 광장 번화가와는 달리 오늘따라 거의 사람이 다니지 않아 매상이 시원찮고 그러잖아도 13시간 노동에 박봉인 자신의 처지, 조국이 우울했나보다, 자기가 도와 줄 테니 구애해보라는 주방 보조를 뒤로 하고 밤 12시에 나온다, ‘어떤 사랑으로 한번 장렬하게 추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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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일본 여자애들이 많았던 프라하, 온 세상 천지로 욘사마 찾으러 다니니, 광풍의 한류, 열풍이 분다함은 빈 곳이 있다는 말일 터, 할애비 할미 따라 금발의 손녀딸 얼루 가니, 고사리 손아귀 안에 딱인 소니 디카가 여간 신기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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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인가가 나서고 깔끔하여 오스트리아다, 철조망 없는 국경이 이렇게도 선명한 게 기특

1914년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함으로써 1차 대전을 촉발시킨 오스트리아, Hotel Ananas의 리셉션 데스크, 몸매는 금복주인데 거들먹거리기는 백세주다, 한산한 거리 차도에 쌍두마차가 태연하고 차들이 피해 다니는데 너무도 적막, 일요일이다, 콘서트 관람 실패, 비엔나 거지가 쓰레기통 뒤지는 사이 난 인도산 지팡이를 만지작거리며 노후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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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거리에 사진 전시 중, 밤새도록 환하다, 나체군상의 대형 사진이 버젓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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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성과 섹스는 무엇인가, 잡지 겉면에 오스트리아의 은행 선전 광고(우리식으로 하면 티끌 모아 태산 정도)물, 황급히 중년의 여인이 바지 지퍼를 끌어 올린다, 역력한 당황, 출장 간다던 남편이 느닷없이 들이닥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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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빠를 통째로 빨아 당긴대, 내가 조이는 그 순간을 오빠는 영원히 못 잊을 거라고 했어, 내 인생은 부패하고 있었다, 대체 우리는 어떻게 성숙해야 하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이 생에서 실종되는가, 친정에 와서 밀회 장소로 가고 있는 부정한 여자, 내 일생에서 어쩌면 꼭 하루뿐일 날일 것이다, 가슴 빈약한 여자가 하면 예술, 아니면 외설, 우린 서로에게 어떤 의미이기에 아직도 이토록 치명적인가, 사랑을 잃고 무표정하게 살아온 우리의 삶, 이미 서로의 순결이 훼손되어버린 뒤에도 무엇이 남아 있어서 이토록 힘이 드나, 강하다는 건 이를 악물고 세상을 이긴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상관없이 어떤 경우에도 행복하다는 거, 어느 것이 통증이고 어느 것이 쾌락인지’, 관능적이고 부유하는 사랑을 미화, 비합리적인 사랑에 매혹, 그 섬광이 늘 아름다웠다(전경린, 내생에꼭하루뿐일특별한날)

모든 사랑은 정당하다, 불륜은 없다, 불륜은 그저 사랑의 다른 이름일 뿐? 언제까지 불륜은 발랑 까진 작가, 감독, 시인의 전유물인가, 바람처럼 온 밤을 웃어라 여자야, 도나도나도나 도나 (How the winds are laughing, They laugh with all their night. Laugh and laugh the whole day through and half the summer\'s night. Donna Donna Donna Donna, 변영주 밀애, 존 바에즈 Donna Donna)

‘시민 각자는 자기 친아버지의 아들로서 공인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경제적, 종교적 이유로 여자에게는 순결이 강요된다, 정숙한 여자를 가정에 예속되게 한 결과 매음, 악덕의 전형인 매음부는 미덕의 가장 적극적인 옹호자’(Simone de Beauvoir, 제2의 성)

이 예술의 거리, 박물관 뒷길 어디 메, ‘성욕은 실존과 공존한다’(사르트르)
BAR20MIN116EURORUMANIANMARIA, 강박증일까, 나쁜 피일까

‘내가 본 도나우 강은 일회적으로 아름다웠다’, 전혜린이 유학 시절 찾은 Donau로 간다, 독일어로 Alte 도나우, Neue 도나우 하며 물었는데 안내 아줌마는 영어로 하라고 그러네, 여행의 쓰라림은 환상이 무참히 깨지고 새로이 망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한 시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여긴가, 슬프게도 힘 없이 한 코 댕기는 강변에 청년, ‘모든 상처가 푸른 빛을 띤 것은 하늘의 살결을 동경한 흔적인가’, 인적 없는 강가, 혜린은 생을 무한히 확대하다 허무하게 자진한다, ‘몹시 괴로워지거든 어느 일요일에 죽어 버리라’, 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함은 천재성, 봄날 꽃밭 가득 죽음을 안고 가는 꿈이 해마다 무성, ‘삶은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썩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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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강남(도나우 강 이남)에 하루 밤 뼈 속 깊은 고독을 묻고 Wien Sudbahnhof발 Budapest-Keleti pu행 Bruck/Leitha umsteigen, 부다페스트 국내 L기업 깃발 천지다, 프라하처럼, 그래도 원화환전은 안 돼, 엔화는 되는데, 맑은 도나우가 여기 헝가리에서 너무 흐리게 다뉴브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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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열세 살이라고 그랬다

네 죽음에서는 한 송이 꽃도

흰 깃의 한 마리 비둘기도 날지 않았다

네 죽음을 보듬고 부다페스트의 밤은 목 놓아 울 수도 없었다

죽어서 한결 가벼운 네 영혼은

감시의 일만의 눈초리도 미칠 수 없는

다뉴브강 푸른 물결 위에 와서

오히려 죽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소리 높이 울었다’

(김춘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정신없는 거리, 인파, 만원버스, 공해, 소음 서울이 흡사하다, 지하철은 막장 가는 신세가 아닌지 착시할 정도다, 부다페스트 남산(?) 2차 대전의 진지를 레스토랑으로 개조해 전망 죽이고 한 쌍의 연인 흘레인 듯 애무인 듯 가을에 바싹 붙어 있다, 낙엽 함부로 차지마라 그만큼 가벼이 살아본 적 있느냐, 대저택지 아름드리 단풍 사이로 타이즈 차림의 헝가리 처녀 저리도 까마득한 계단을 뛰 오른다, 한참을 보다, 내가 건넌 다리가 글루미썬데이의 그 란치히드일까, ‘여기서 언젠가 나는 나의 혼과 방황한 적이 있었다’

밤거리 미녀 2인조가 먹거리 사게 돈 달랜다, 미안하다, 나도 거지 여행 중, KFC에서 닭다리 감자 튀김 사들고 그랜드호텔로 와 유벤투스와 FC바이에른 뮌헨 축구보다 잠들다

부다페스트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 약속과 달리 서비스 해 줄 수 없다면서 택시로 가라고 한다, 5,600 Forint(1유로 250포린트) 날리다, 내가 뭘 잘 못 했지, 악몽 치욕의 Leaving Buda, 맥도날드 Livi양이 아니었다면 지우리, 부다페스트, 이름 모를 STANDINGGIRL, ‘노력하는 한 잘못이었다’, ‘나는 1/3만 책임’, ‘운명을 납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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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가을 꿈 끝자락 망각 뒤 ‘나는 지나치게 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