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가을에 쓴 글인데 오늘 컴 구석을 더덤다가 잊혀진 글 하나를 발견하고 여기 올림니다.
봄인데 가을 이야기라서 별로지만 생각난김에 여기에라도 안올려놓으면 영영 잃어버릴거같은 글이라 올림니다.

  김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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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다.
    들판에 벼들은 이미 누런빛을 띄면서 익을 차비를 하고 있는데 늦더위
    는 아직도 머뭇거리며 버티고 있다
    그래도 아침저녁에는 상쾌한 바람이 분다
    가을은 소리없이 몰래 와서 이미 내 마음속에 둥지를 틀었다.
    나는 또 어쩔수 없는 고질병인 가을앓이를 또 앓겠지. 어느세 나는 우
    수에 젖은 가을하늘을 멍 하게 쳐다보는 버릇이 도진다.
    이런 계절에는 어디던 쏘다녀야 뻥 뚫린 공동의 가슴 한가운데를 그나
    마라도 추스릴수가 있다
   
    일요일 나는 임진강 가로 우리얼(천리안 답사 동호회) 답사를 갔다
    임진강....
    참 많은 사연이 얽힌 곳이다.
    선조대왕이 의주로 몽진하면서 건넛다는 임진나루가 바라보이는  곳에
    화석정이 있다. 율곡 이이가 말년에 제자들과 함께 보내었다는 화석정
    이다.
    화석정에서 나는 저 유유히 흐르고 있는 말없는 임진강을 물끄러미 바
    라보면서 저기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선조대왕 일행이 임진나루에 다다랐을 때 날은 저물고 비는 억수로 퍼
    부어서 도강이 어려워 허둥데고 있을  때 백사 이항복이 이  화석정에
    불을 질러서 그 불빛으로 선조가 무사히 도강을 했다는 일화가 전에온
    다. 이 일이 있으리라고 미리  짐작한 율곡 이이가 그  화석정 기둥에
    기름칠을 해 두었단다.
    설마 그러기야 했겠나마는 아무튼 폭우속에 어둠을 더덤으면서 임진강
    을 허둥데고 건너가던 선조대왕의 일행이 눈이 선 하다
    한 백성이 선조대왕 일행을 보고 \"나랏님이 우리를 버리고  가니 이제
    우리는 누구를 믿고 산단 말고\" 하고 땅을 치고 울었다고 정비록은 전
    한다
   
    통일로 길변에 통일공원이 있다.
    지금은 그 의미가 퇴색될데로 되어버린 전쟁영웅들의 기념탑이 있다
    지금은 아무도 그 충용탑의 의미를 되세겨 보는 이 없는 어쩌면 \'허물
    어 마땅한\' 기념탑이 되어버린 \"육탄 십용사 충용비\"가 그곳에 있었다.
    통일공원에서 나는 그곳에 있는  조각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사진
    몇장을 담았다.
    요지음 처럼 6.25때 목숨을 버린 용사들의  정신이 퇴색되고 통일일꾼
    들이 득세를 하고 설치는 세대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어쩐지 그  탑이
    척은해 보여서였다.  
    저게 무슨 의미란 말인가? 이렇게 될 바에야 뭣 때문에 육탄으로 인민
    군들에게 대항을 했단 말인가? 그냥 항복을 했다면 그때 통일  되었을
    건데....
    나를 이렇게 씁슬하게  하는건 가을  탓인가? 통일동산을 떠나면서도    
    주먹을 불끈 쥔 조각에 자꾸 눈길이 갔다
   
    도데체 그 전쟁을 뭣 때문에 했단 말인가?
    처참했던 전쟁을 어린눈으로 보며 자랐고 이제는 그 전쟁영웅들의  전
    공이 \'반 통일 수구\'들의 어리석은 짓으로 몰리고 있는 이 세대까지 살
    면서 참 여러 가지 자괴감을 불러오게 한다
    가슴속에 어떤 울분같은 엉어리가 자꾸 가슴을 치민다
    도데체 우리가 지켜야 할 이념이 뭐란 말인가?
   
    임진란때 부산진에서 전사한 정발장군 묘역에서 헌화하고 묵념하고 천
    년사직을 고려에 넘긴 비운의 왕인 신라 마지막 임금 경순왕릉에 사배
    하고 마지막 답사지인 호로고루 성에 올라 고구려의 흔적을  찾으면서
    적색 고구려 기와 한조각 수집하고 돌아오니 하루 해동무가 된다..
   
    가을날 저녁해는 유난히도 애잔한 빛을 띄는건 계절의 탓이리라
   
                     김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