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농촌뿐 아니라 농촌 내에서도 주민들 사이에 격차가 커지고 있어요. 가장 두드러진 것이 주거환경입니다."

정영일 다솜둥지복지재단 이사장은 농어촌 주민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는 낡은 주택 문제라고 꼽는다.

8일 과천에 있는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정 이사장은 "70년대 새마을운동 시절 지어진 슬레이트 지붕 가옥이 현재 농어촌 주택 중 30%"라면서 "농어촌 주거 복지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 원래 직업은 대학교수다.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농경제학을 가르쳤고, 농촌경제연구원장 등을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농촌 현실에 눈을 돌렸다.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을 맡아 농촌 경제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그가 농어촌 현안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쏟는 것은 주거 문제다. 집이라는 기초적인 삶의 터전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농어촌 개발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명예교수로 물러난 뒤 이러한 고민을 풀어준 것이 농림수산식품부가 2007년 재단법인 형태로 설립한 다솜둥지복지재단이다. 그는 초대 이사장으로 선출돼 전국 농어촌의 집 고치는 현장들을 뛰어다녔다. 전국 9개 도에서 집 수리를 해준 가구가 2008년 38가구, 2009년 113가구에서 올해는 165가구에 달한다. 이 사업은 농식품부 협조로 각 도에서 집 고치기 대상 가구를 추천받으면 자원봉사 교수들이 현장을 찾아가 사전조사를 거쳐 대상지를 확정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정 이사장은 2008년 전북 장수군 오지에서 다문화가정 집을 고쳐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국인 남편과 베트남인 부인, 아이 5명, 할머니가 어울려 원룸 형태로 살고 있던 집을 방 4개, 목욕탕, 거실 등이 딸린 집으로 고쳐줬다. 정 이사장은 "그때 베트남에서 시집 온 부인이 눈물을 흘리고, 아이들도 무척 좋아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단의 집 고쳐주기 사업 비용은 무료다. `해비타트`운동처럼 집을 아예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집을 수리해주는 것이고, 비용을 아예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다솜둥지복지재단 예산은 농식품부 산하 마사회 적립기금 일부와 4000여 회원들 성금으로 이뤄진다. 올해 예산은 8억여 원이다. 정 이사장은 "향후 회원을 1만여 명까지 확보하고 기업의 사회적 활동과 연계해 집 고쳐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쳐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솜둥지복지재단은 10일 농식품부와 함께 `2010년 농어촌 집 고쳐주기` 성과보고회를 충주 건설경영연수원에서 할 예정이다. 보고회에서는 올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대학생, 건축과 교수, 후원회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올해 결산과 내년 사업계획 등을 논의한다.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한 자원봉사자 91명에 대해 농식품부 장관상 등 표창을 수여한다.

[김병호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