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했던가..
하늘은 높고,말은 살찌는 시간,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면 오직 편안함만으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하늘이 높이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그리움이 그만큼 깊었던 까닭이며,
말이 살찌는 것은 아마도 그 그리움을 감당하지 못한 스트레스성과식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친다
.
용산으로 가는 어스름 저녁의 길 위에서,
깊어가는 가을바람이 그날따라 심상치 않음은 바로 오늘,
다시금 그 그리운 얼굴들을 본다는 설레임때문이리라.

나의 기대는 역시 실망으로 끝나진 않았다.
모처럼 20여명의 비교적 많은 친구들이 모인 “용사의 집”
비록 역전의 용사는 아니지만 친구를 잘 둔, 그 복하나로
무사통과,
”국화실”이란 향기가 가득한 방안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세월의 무게탓인지 느린 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지만 이미 마음은
쏜살처럼 달리고 있다.

조금 늦은 도착에 이미 10여명이 미리 자릴하고 있고,
낯익은 얼굴들이 반갑게 일어선다,
지금 잡고있는  이 손들의 온기만큼은 변함없이 식어들지 않을 그런 인연들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처음으로 얼굴을 본 친구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
서창희와 이학균,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마주한 눈빛으로 금새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바로 이 느낌,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가진 재산 중 분명 가장 가치있는 것들이다.

반가운 술잔은
주량을 생각하게하지 않고,
오고가는 서두르는 정들이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아니 이 그리움에 어떤 한계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말이 아니다.
우리의 그리움은 바로 무한궤도 위의  운행인 것을..

일본출장일정을 앞당겨 달려온 병호,
용산망월회의 모임과 겹친 탓인지 2,3층을 분주히 오르내리던 원이,
김밥체인 몇을 운영하면서도 항상 젖은 손도 마다않고 느지막이라도 달려오는 용락이,
많은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한다면 한다”는 정신으로
모임을 이끌어 낸 총무 성운이,
조만간 울산쪽으로 내려간다며 2년여의 서울생활을 마무리하며 모임의 자리를 주선하고,
세심한 배려를 끝까지 소홀히하지 않은 상호,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정신없이 살아갈 그 즈음에 있는, 그 정신없을 와중에도
반가움 하나로 달려와 준 나머지 모든 친구들,
그리움은 그렇게 이 가을 하늘을 더 높이는 것이리라.

이 즈음의 시간이 되니,
각자 나름대로의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어쩌면 다시 헤어져 돌아갈 그 자리가 절실한 현실일테지만,
그 현실 속에서 우리는 다시 멀어져가는 하늘을 보게 될 것이며,
감당해내지 못하는 그 어느 순간에 우리는 서로 또 그리워하겠지.
그때쯤이면 다시 만나자.

반가웠다.
친구들.

잘들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