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김창기 
| 제목 | 길 위의 길을 걷다 6 |
|---|---|
| 글쓴이 | 이윤재(48) [ leopard69@gmail.com ] |
| 작성일 | 2018-12-28 |
181209(일)
내 생체리듬은 오늘 또 01:30에 날 깨운다.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다가 05:30 일어나 패킹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밖으로 나오니 바로 눈앞에 피쉬테일과 안나푸르나 남봉이 손에 잡힐 듯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간단한 아침 식사 후 계산하고 07:35 마지막 날 트레킹을 시작한다. 초반 마을을 통과하는 좁은 골목길에서 진한 사람 사는 냄새를 맡는다. 중간에 액션캠과 카메라 촬영 때문에 자주 멈춘다. 킴체까지 가는 길은 전반적으로 아주 쉬운 내리막이다. 한 시간도 채 못가서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버스를 만난다. 차장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가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포카라를 외친다. 나야풀 간다고 했더니 타라고 한다. 난 킴체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탈 거라고 하니 이게 그 버스란다. 이렇게 하여 버스에 탄 시각이 08:25. 그리고 먼지 나는 좁은 비포장 도로 가장자리에 멈춰 서서 움직이지를 않는다.
내 생체리듬은 오늘 또 01:30에 날 깨운다.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다가 05:30 일어나 패킹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밖으로 나오니 바로 눈앞에 피쉬테일과 안나푸르나 남봉이 손에 잡힐 듯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간단한 아침 식사 후 계산하고 07:35 마지막 날 트레킹을 시작한다. 초반 마을을 통과하는 좁은 골목길에서 진한 사람 사는 냄새를 맡는다. 중간에 액션캠과 카메라 촬영 때문에 자주 멈춘다. 킴체까지 가는 길은 전반적으로 아주 쉬운 내리막이다. 한 시간도 채 못가서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버스를 만난다. 차장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가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포카라를 외친다. 나야풀 간다고 했더니 타라고 한다. 난 킴체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탈 거라고 하니 이게 그 버스란다. 이렇게 하여 버스에 탄 시각이 08:25. 그리고 먼지 나는 좁은 비포장 도로 가장자리에 멈춰 서서 움직이지를 않는다.
이윽고 09:00에 출발한다며 차장이 통로에 선 채 손님들에게서 차비를 받는다. 나야풀까지 300루피를 받으면서 왜 포카라로 가지 않느냐고 묻는다. 여기 올 때 예약한 택시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기사 전화 번호 알려주면 자기가 취소하고 300루피 더 내고 포카라로 가잔다. 여기서 포카라까지 3시간 반이면 가는데 왜 나야풀에서 내리는지 도데체 이해가 안 된단다. 순간 갈등이 생기네… 600루피면 포카라로 바로 가는데 300루피 내고 나야풀 내려서 또 2500루피 주고 택시로 포카라로 간다? 이건 누가 봐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포카라에서 그 힘든 길을 달려와 나를 기다리고 있을 Raju 얼굴을 떠올리니 도저히 그럴 수 없다. 꼴랑 돈 2만여원에 싸나이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9시에 출발한다던 버스가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전기사도 차장도 보이지 않는 버스 안에 앉은 이방인 트레커들은 그저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젊은 런던 친구가 내렸다 올라오더니 9시 반에 출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산에서 내려온 트레커들을 더 태운 버스는 바리바리 짐을 든 마을 아낙네들과 온 동네 할배 할매들 꽉꽉 채운 뒤 10:20에 출발한다. 내려가는 도중 만나는 작은 마을마다 멈추어 사람들을 부리고 싣고를 반복하다 결국 11:40에 나야풀에 도착한다. Raju가 아직 기다리고 있을지도 의문이다. 차장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 택시 기사가 가고 없으면 다시 이 버스 타겠다 하고 나 혼자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Raju가 자신의 손목시계를 두드리며 다가온다. 13:55 카트만두행 뱅기 탈 수 있겠냐고 얼굴이 사색이다. 걱정 마 내가 14:45 뱅기로 바꿔놨다고.. 안되면 내일 가면 되고.. 서로 고맙고 반가운 입장이 됐다. 그는 내가 나야풀에 내려준 것에 고마워하고 난 그가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려준 것에 고마워하고..
덜컹거리는 비포장길을 한동안 말없이 운전하던 Raju가 갑자기 우회전을 하여 포장도로로 접어든다. 오잉~? 이 길이 아닌데… 잠시 달리니 패러글라이더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는 아름다운 절경이 나타난다. 사랑콧(Sarangkot)이라는 곳인데 멋진 일출과 함께 히말라야의 고산준령을 조망할 수 있어 관광객에게 아주 인기가 있다고 한다. 흐음~~ 날 위해 일부러 이곳을 거쳐 둘러서 포카라로 가는구나. 짜슥이 고맙구로..
포카라 공항에 도착하니 13:30이다. 급하게 체크인을 하며 원래 예약했던 13:55편 부탁한다고 하니 빨리 게이트로 뛰어가라신다. 뛰어 가라고라고라?? 나도 인자 네팔 쫌 안다고요… 역시 이번에도 뱅기는 14:45에 이륙한다. 예티항공 4번째 타는데 한번도 제시간 부근에서 출발한 적이 없다. 카트만두 국내선 공항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오면 수많은 택시기사들이 호객행위를 하는데 전부 시내까지 800루피를 부르는 공항택시들이다. 이들을 헤치고 좀 더 걸어 주차장쪽으로 나오면 합승할 수 있는 일반택시 많이 있다.
예약해 두었던 UTSE hotel에 도착하니 15:50이다. 3박4일 힘든 산행의 tension이 풀어져서 그런지 갑자기 졸음이 쏟아진다. 짐보따리 대충 치워 놓고 일단 샤워부터. 간만에 옆지기와 느긋하게 카톡으로 오래 통화하고 밖으로 나온다. 좀 근사한 데서 분위기 있게 저녁 먹으려고 여기 저기 기웃거렸으나 혼잡한 소음과 목이 따가운 타멜의 혼탁한 공기 때문에 더 이상 걷는 걸 포기하고 지난 번에 가봤던 GAIA restaurant으로 발길을 돌렸다.
상당히 차가운 밤 날씨지만 실내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모두 장작이 활활 타고 있는 바깥 테이블에 몰려 있다. 나도 불 옆에 자리를 잡고 혼자만의 푼힐 트레킹 완주를 자축하며 만찬을 즐기기로 한다. 따뜻한 장작불과 함께하는 시원한 Everest beer의 청량감이 참 유별나단 느낌이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깊은 생각에 잠겨 거기 오래 머문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Strong beer 하나와 ABC Circuit map 하나 사서 호텔로 돌아와 양치하고 방이 너무 추운 것 같아 난방기 thermostat을 찾아 온 벽을 더듬었으나 없다. Front desk에 전화를 하니 놀랍게도 Normal room에는 난방이 안 된다고 한다. 덕분에 호텔방 침대 위에서 침낭 속에 들어가 자는 역사적 추억을 만들었다.
Day 4 : 깜빡 잊고 손목시계 GPS를 작동하지 않아 기록이 없지만 약 3킬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
문제는 9시에 출발한다던 버스가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전기사도 차장도 보이지 않는 버스 안에 앉은 이방인 트레커들은 그저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젊은 런던 친구가 내렸다 올라오더니 9시 반에 출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산에서 내려온 트레커들을 더 태운 버스는 바리바리 짐을 든 마을 아낙네들과 온 동네 할배 할매들 꽉꽉 채운 뒤 10:20에 출발한다. 내려가는 도중 만나는 작은 마을마다 멈추어 사람들을 부리고 싣고를 반복하다 결국 11:40에 나야풀에 도착한다. Raju가 아직 기다리고 있을지도 의문이다. 차장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 택시 기사가 가고 없으면 다시 이 버스 타겠다 하고 나 혼자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Raju가 자신의 손목시계를 두드리며 다가온다. 13:55 카트만두행 뱅기 탈 수 있겠냐고 얼굴이 사색이다. 걱정 마 내가 14:45 뱅기로 바꿔놨다고.. 안되면 내일 가면 되고.. 서로 고맙고 반가운 입장이 됐다. 그는 내가 나야풀에 내려준 것에 고마워하고 난 그가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려준 것에 고마워하고..
덜컹거리는 비포장길을 한동안 말없이 운전하던 Raju가 갑자기 우회전을 하여 포장도로로 접어든다. 오잉~? 이 길이 아닌데… 잠시 달리니 패러글라이더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는 아름다운 절경이 나타난다. 사랑콧(Sarangkot)이라는 곳인데 멋진 일출과 함께 히말라야의 고산준령을 조망할 수 있어 관광객에게 아주 인기가 있다고 한다. 흐음~~ 날 위해 일부러 이곳을 거쳐 둘러서 포카라로 가는구나. 짜슥이 고맙구로..
포카라 공항에 도착하니 13:30이다. 급하게 체크인을 하며 원래 예약했던 13:55편 부탁한다고 하니 빨리 게이트로 뛰어가라신다. 뛰어 가라고라고라?? 나도 인자 네팔 쫌 안다고요… 역시 이번에도 뱅기는 14:45에 이륙한다. 예티항공 4번째 타는데 한번도 제시간 부근에서 출발한 적이 없다. 카트만두 국내선 공항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오면 수많은 택시기사들이 호객행위를 하는데 전부 시내까지 800루피를 부르는 공항택시들이다. 이들을 헤치고 좀 더 걸어 주차장쪽으로 나오면 합승할 수 있는 일반택시 많이 있다.
예약해 두었던 UTSE hotel에 도착하니 15:50이다. 3박4일 힘든 산행의 tension이 풀어져서 그런지 갑자기 졸음이 쏟아진다. 짐보따리 대충 치워 놓고 일단 샤워부터. 간만에 옆지기와 느긋하게 카톡으로 오래 통화하고 밖으로 나온다. 좀 근사한 데서 분위기 있게 저녁 먹으려고 여기 저기 기웃거렸으나 혼잡한 소음과 목이 따가운 타멜의 혼탁한 공기 때문에 더 이상 걷는 걸 포기하고 지난 번에 가봤던 GAIA restaurant으로 발길을 돌렸다.
상당히 차가운 밤 날씨지만 실내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모두 장작이 활활 타고 있는 바깥 테이블에 몰려 있다. 나도 불 옆에 자리를 잡고 혼자만의 푼힐 트레킹 완주를 자축하며 만찬을 즐기기로 한다. 따뜻한 장작불과 함께하는 시원한 Everest beer의 청량감이 참 유별나단 느낌이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깊은 생각에 잠겨 거기 오래 머문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Strong beer 하나와 ABC Circuit map 하나 사서 호텔로 돌아와 양치하고 방이 너무 추운 것 같아 난방기 thermostat을 찾아 온 벽을 더듬었으나 없다. Front desk에 전화를 하니 놀랍게도 Normal room에는 난방이 안 된다고 한다. 덕분에 호텔방 침대 위에서 침낭 속에 들어가 자는 역사적 추억을 만들었다.
Day 4 : 깜빡 잊고 손목시계 GPS를 작동하지 않아 기록이 없지만 약 3킬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