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김창기 
| 제목 | 길 위의 길을 걷다 5 |
|---|---|
| 글쓴이 | 이윤재(48) [ leopard69@gmail.com ] |
| 작성일 | 2018-12-28 |
181208(토)
어젯밤 소주와 락시 2잔 덕분에 푹 잔 것 같다. 04:00 기상. 방 안은 더 추워졌다. 배낭 꾸리기로 열을 낸다. 오늘 예상 일출 시간이 06:30 이라고 해서 05:20 헤드랜턴 불빛으로 길을 나선다. 수많은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푼힐로 오르고 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그 외 여러 외국어들 속에 어렴풋이 우리말도 흐르는 물소리처럼 들린다. 깜깜한 정적 속에서 저렇게 떠드는 것은 저 마다의 주파수에 맞춰 제 방식으로 추위를 잊으려는 것일 게다. 어제 오후와 달리 발 앞 돌계단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으니 생각이 줄어든다. 06:00 푼힐 전망대 정상에 도착했으나 아직 여명의 기미조차 없다. 저 무리들만 없다면 이건 나에게 완벽한 도량석(道場釋)이 될 텐데..
어젯밤 소주와 락시 2잔 덕분에 푹 잔 것 같다. 04:00 기상. 방 안은 더 추워졌다. 배낭 꾸리기로 열을 낸다. 오늘 예상 일출 시간이 06:30 이라고 해서 05:20 헤드랜턴 불빛으로 길을 나선다. 수많은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푼힐로 오르고 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그 외 여러 외국어들 속에 어렴풋이 우리말도 흐르는 물소리처럼 들린다. 깜깜한 정적 속에서 저렇게 떠드는 것은 저 마다의 주파수에 맞춰 제 방식으로 추위를 잊으려는 것일 게다. 어제 오후와 달리 발 앞 돌계단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으니 생각이 줄어든다. 06:00 푼힐 전망대 정상에 도착했으나 아직 여명의 기미조차 없다. 저 무리들만 없다면 이건 나에게 완벽한 도량석(道場釋)이 될 텐데..
몸 속으로 파고드는 추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리저리 움직여야만 할 즈음 저 먼 하늘 끝으로 빛의 흔적이 다가온다. 희미한 짙은 오렌지색이 점차 밝아지면서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마차푸차레 Fishtail이었다. 눈에 익은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 그 왼쪽 너머로 닐기리와 다울라기리 형제들의 위용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8개월 전 새벽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를 향해 올라갈 땐 히운출리가 안나푸르나 남봉의 왼쪽에 있었는데 여기서는 남봉 오른쪽에 히운출리가 버티고 있다. 과연 히말 산군의 장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임을 실감한다. 사진촬영에 정신이 없는 사람들 틈을 빠져나와 25분만에 하산한다. Moonlight Hotel에서 아침 먹고 계산하고 출발한 시각이 08:53.
상점들이 모여 있는 거리까지 나와서 우측 Ghandruk 방향으로 접어든다. 이제부터는 또 혼자다.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된오름길이 시작된다. 약 한 시간을 쉬지 않고 계속 힘든 오름길을 이어갔다. 고도 3200까지 다시 올라야 한다. 왼쪽으로 전개되는 산들의 절경이 눈부시다. 혼자서 사진도 찍고 가끔 액션캠 촬영도 하다가 또 레쌈삐리리를 흥얼거리며 그렇게 정신없이 걷다 보니 Deurali 게스트하우스가 나타난다. 10:45 약 두 시간 걸었네…
의정부의 한 공장에서 7년간 일 했었다는 이곳 산장 주인장 아저씨는 날 특별히 자신의 연로하신 어머님 혼자 앉아 계신 난로 옆 특별석으로 안내한다. 달라이 라마 초상화 앞에 앉아 졸고 있는 것 같은 그의 모친 표정은 거의 삼매(三昧)에 든 수준이다. 1300원짜리 생강차 한잔 하며 보낸 20분이 참으로 맘 편안한 시간이었다.
의정부의 한 공장에서 7년간 일 했었다는 이곳 산장 주인장 아저씨는 날 특별히 자신의 연로하신 어머님 혼자 앉아 계신 난로 옆 특별석으로 안내한다. 달라이 라마 초상화 앞에 앉아 졸고 있는 것 같은 그의 모친 표정은 거의 삼매(三昧)에 든 수준이다. 1300원짜리 생강차 한잔 하며 보낸 20분이 참으로 맘 편안한 시간이었다.
심신의 재충전으로 배낭 매기가 훨씬 수월함을 느낀다. 11:15 아주 유쾌한 기분으로 다시 걷기 시작. 이어지는 약 1시간여의 밀림 속 같은 길에서는 완전히 나 혼자다. 인적 없는 숲 속에서 적막감이나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충만감을 느낀다. 이것이 네팔의 순수 자연 속에서 깨닫는 mindfulness인 모양이다. 군데군데 눈이 시리도록 맑은 물소리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런 길은 목적지와 시간을 정하여 허둥지둥 걸을 것이 아니라 의식이 최대로 각성된 상태에서 五感의 Pratyahara 수련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가는 둥 마는 둥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아뿔싸, 애초 일정을 계획할 때 오늘 코스를 고레파니에서 간드룩까지 8시간 무대뽀로 밀어부칠 것이 아니라 중간 Tadapani에서 일박하는 것으로 짰어야 했는데..
Banthanti 두 번째 마을에 있는 Tranquility Guest house에 도착하니 12:30.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움직일 땐 몰랐으나 배낭을 내려놓고 마당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으스스 춥다.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실내로 들어가 겨우 자리를 잡고 내가 주문한 닭고기 볶음면을 먹으며 옆 테이블의 국물 있는 면 종류에 자꾸 눈길이 간다. 어제 저녁 일몰 보러 푼힐에 올라갔을 때 만난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함께 온 한국 아줌마를 여기서 또 만난다. 헐~~ 내 나이를 물어보시네..
13:15 어제보다는 다소 무게가 줄어든 배낭을 매고 다시 출발이다. 여기서부터 Tadapani까지는 약 한 시간이 걸리는데 마지막에 20분 정도의 힘든 돌계단 오르막이 버티고 있다. 이후 생각하며 걷기에 아주 좋은 트레일을 따라 15:05 Bhaisikharka에 도착 약 15분의 tea break. 거기서부터 간드룩까지는 아주 평탄하며 조용한 숲길을 즐길 수 있다. 어제 밤의 네팔 청년 일행을 또 만나게 되어 마지막 약 10분을 같이 걸으며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었다. 간드룩에 가면 묵을 호텔을 생각한 게 있느냐고 묻는다. 사실 네팔 오기 전에 한국인들의 푼힐 트레킹 후기를 보며 한 곳을 염두에 두긴 했으나 그의 대답이 궁금하여 없다고 했다. 자신들이 추천 받은 Shangrila Hotel을 내게 추천한다. 와이 낫… 오늘 밤 또 이들과 재밌는 시간이 되겠구나.
오후 5시의 어스름이 깔린 그 숙소에 들어가자 마자 무조건 선택을 결정한 이유는 보여주는 방에 침대 2개와 세면대 및 샤워기가 달려 있는 화장실 때문이었다. 그것도 1박에 300루피.. 여유 있게 짐을 풀고 침낭까지 완벽하게 세팅해 놓고 샤워를 하려고 하니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찬물이지만 입산 이후 처음으로 발을 닦고 밖으로 나오니 네팔 친구들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8명의 의견일치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젯밤과 비슷한 분위기를 기대했건만 손님은 딸랑 나 혼자 뿐이다. 흐릿한 전등 아래의 텅 빈 식당 안에는 적막감만 가득하고.. 머쓱해 하는 주인장을 테이블로 불러 우선 소주 한잔을 권했다. 어제는 손님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었고 밤 늦게까지 캠프파이어로 북새통을 이루었노라고 넓은 마당 한 구석에 있는 재가 가득한 드럼통을 가리킨다. 저녁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유기농 채소로 만든 달밧을 권한다. 달밧은 네팔 대표음식으로 큰 쟁반에 밥과 반찬 소스 등이 한꺼번에 차려져 나오는데 현지인들은 손으로 섞어서 먹는다. 밥과 반찬류는 무한리필. 몇 년 전 인도에서 달밧 비슷한 음식을 먹고 배탈로 심히 고생한 기억이 있어 여태 달밧을 한번도 먹지 않았었는데 과감히 주문을 했다. 그런데 그 맛이 의외로 담백하고 좋다.
조그만 소주병이 금방 바닥을 보이자 자신 있게 데운 락시 한잔을 주문한다. 주인 아줌마가 느릿한 걸음으로 갖다 주는 락시를 받아 드는 순간 실망이 크다. 우선 미지근한 온도가 맘에 들지 않았고 맛도 어제와 딴판으로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모든 게 영 아니올씨다..
주인장에게 내일 아침 Kimche에서 나야풀 가는 버스 시간을 물어보니 내 일정이 어떻게 되냐고 되묻는다. 오후 2시 포카라에서 카트만두 가는 뱅기 타야 한다고 하니까 포카라 갈거면 왜 나야풀로 가냐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간드룩에서 버스를 타면 4시간이면 포카라에 간단다. 요금은 400루피… 이내 30대로 보이는 아들과 한참 얘기하더니 어제부터 모레까지 도로공사로 버스 운행 안 한다고 한다. 내일 아침 식사는 07:00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고 방으로 들어온다.
산에서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조용히 마무리 하는 것이 맞다고 애써 자위하며 잠을 청한다.
Day 3 : 18.06 Km 이동, 8시간 06분, 평균속도 2.2Km/h, 최저고도 1964m, 최대고도 3213m
(추가 : 푼힐 왕복 2.75 Km, 최대고도 3197m)
Banthanti 두 번째 마을에 있는 Tranquility Guest house에 도착하니 12:30.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움직일 땐 몰랐으나 배낭을 내려놓고 마당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으스스 춥다.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실내로 들어가 겨우 자리를 잡고 내가 주문한 닭고기 볶음면을 먹으며 옆 테이블의 국물 있는 면 종류에 자꾸 눈길이 간다. 어제 저녁 일몰 보러 푼힐에 올라갔을 때 만난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함께 온 한국 아줌마를 여기서 또 만난다. 헐~~ 내 나이를 물어보시네..
13:15 어제보다는 다소 무게가 줄어든 배낭을 매고 다시 출발이다. 여기서부터 Tadapani까지는 약 한 시간이 걸리는데 마지막에 20분 정도의 힘든 돌계단 오르막이 버티고 있다. 이후 생각하며 걷기에 아주 좋은 트레일을 따라 15:05 Bhaisikharka에 도착 약 15분의 tea break. 거기서부터 간드룩까지는 아주 평탄하며 조용한 숲길을 즐길 수 있다. 어제 밤의 네팔 청년 일행을 또 만나게 되어 마지막 약 10분을 같이 걸으며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었다. 간드룩에 가면 묵을 호텔을 생각한 게 있느냐고 묻는다. 사실 네팔 오기 전에 한국인들의 푼힐 트레킹 후기를 보며 한 곳을 염두에 두긴 했으나 그의 대답이 궁금하여 없다고 했다. 자신들이 추천 받은 Shangrila Hotel을 내게 추천한다. 와이 낫… 오늘 밤 또 이들과 재밌는 시간이 되겠구나.
오후 5시의 어스름이 깔린 그 숙소에 들어가자 마자 무조건 선택을 결정한 이유는 보여주는 방에 침대 2개와 세면대 및 샤워기가 달려 있는 화장실 때문이었다. 그것도 1박에 300루피.. 여유 있게 짐을 풀고 침낭까지 완벽하게 세팅해 놓고 샤워를 하려고 하니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찬물이지만 입산 이후 처음으로 발을 닦고 밖으로 나오니 네팔 친구들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8명의 의견일치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젯밤과 비슷한 분위기를 기대했건만 손님은 딸랑 나 혼자 뿐이다. 흐릿한 전등 아래의 텅 빈 식당 안에는 적막감만 가득하고.. 머쓱해 하는 주인장을 테이블로 불러 우선 소주 한잔을 권했다. 어제는 손님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었고 밤 늦게까지 캠프파이어로 북새통을 이루었노라고 넓은 마당 한 구석에 있는 재가 가득한 드럼통을 가리킨다. 저녁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유기농 채소로 만든 달밧을 권한다. 달밧은 네팔 대표음식으로 큰 쟁반에 밥과 반찬 소스 등이 한꺼번에 차려져 나오는데 현지인들은 손으로 섞어서 먹는다. 밥과 반찬류는 무한리필. 몇 년 전 인도에서 달밧 비슷한 음식을 먹고 배탈로 심히 고생한 기억이 있어 여태 달밧을 한번도 먹지 않았었는데 과감히 주문을 했다. 그런데 그 맛이 의외로 담백하고 좋다.
조그만 소주병이 금방 바닥을 보이자 자신 있게 데운 락시 한잔을 주문한다. 주인 아줌마가 느릿한 걸음으로 갖다 주는 락시를 받아 드는 순간 실망이 크다. 우선 미지근한 온도가 맘에 들지 않았고 맛도 어제와 딴판으로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모든 게 영 아니올씨다..
주인장에게 내일 아침 Kimche에서 나야풀 가는 버스 시간을 물어보니 내 일정이 어떻게 되냐고 되묻는다. 오후 2시 포카라에서 카트만두 가는 뱅기 타야 한다고 하니까 포카라 갈거면 왜 나야풀로 가냐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간드룩에서 버스를 타면 4시간이면 포카라에 간단다. 요금은 400루피… 이내 30대로 보이는 아들과 한참 얘기하더니 어제부터 모레까지 도로공사로 버스 운행 안 한다고 한다. 내일 아침 식사는 07:00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고 방으로 들어온다.
산에서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조용히 마무리 하는 것이 맞다고 애써 자위하며 잠을 청한다.
Day 3 : 18.06 Km 이동, 8시간 06분, 평균속도 2.2Km/h, 최저고도 1964m, 최대고도 3213m
(추가 : 푼힐 왕복 2.75 Km, 최대고도 3197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