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김창기 
| 제목 | 길 위의 길을 걷다 4 |
|---|---|
| 글쓴이 | 이윤재(48) [ leopard69@gmail.com ] |
| 작성일 | 2018-12-28 |
181207(금)
지난 밤 잠들 땐 침낭 속이 꽤 따뜻했는데 추위를 느끼며 눈을 번쩍 뜨니 01:30 이다. 정확히 한국에서 내가 일어나는 시간이네.. 또 멋진 오늘의 산행을 위해 좀 더 자야 된다 노력하지만 끝내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지난 밤 잠들 땐 침낭 속이 꽤 따뜻했는데 추위를 느끼며 눈을 번쩍 뜨니 01:30 이다. 정확히 한국에서 내가 일어나는 시간이네.. 또 멋진 오늘의 산행을 위해 좀 더 자야 된다 노력하지만 끝내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새로 맞는 하루의 첫 식사로 어제 저녁 보온병에 끓인 물과 함께 잘게 부숴 넣었던 누룽지가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08:20 고레파니(Ghorepani)를 향한 힘찬 진군의 발걸음을 시작한다. 초반부터 돌계단 길이 이어지긴 하지만 경사도가 그리 심하지 않고 조금 더 가다 보니 평탄한 길도 제법 나타난다. 청명한 하늘과 쾌적한 온도와 습도가 발검음을 아주 가볍게 해준다. 나도 모르게 네팔 민요 레쌈삐리리를 흥얼거려 본다. 네팔의 산들과 절묘하게 매칭이 되는 음률에 오는 내내 첫 시작 소절만 계속 반복적으로 궁시렁거렸다. 언젠가 전 곡을 소화하여 하모니카로 함 빨아땡기고 말 테다..
두 시간 반정도 걸어 10:45에 도착한 곳이 Nanggethanti인데 여기서 커피 한잔 하며 20분간 휴식. 어제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12:10경 Lower Ghorepani에 도착한다. 울레리에서 3시간 50분이 걸렸네. 이곳에서 또 TIMS 체크해야 한다. 십여 분 더 올라가서 오다가 우연히 길에서 만난 폴란드인 Mirek의 네팔리 가이드가 적극 추천한 Moonlight hotel에 투숙. Mirek 및 Singapore에서 혼자 온 Jessica와 이웃이 됨. 함께 점심 먹고 휴식하다 16:00 나 혼자 일몰을 보기 위하여 푼힐에 올라갔다. 입장료 100루피. 숙소에서 푼힐까지 내 Suunto 손목시계의 GPS에 의하면 편도 1.37Km의 거리에 푼힐의 고도가 3197 미터였다. 푼힐 전망대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구름이 잔뜩 끼어 또렷한 일몰 장면은 볼 수 없었지만 끈질기게 기다려 사진 몇 장 건졌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서둘러 하산 게스트하우스로 귀환하니 다들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
Mirek 그리고 23세의 싱가폴 처녀 Jessica와 함께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다 보니 분위기가 참 인간적으로 돌아간다. 잽싸게 방에 들어가 빨간 딱지 참이슬을 갖고 오니 Mirek 이 친구 지난 9월 서울에서 삼겹살과 함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며 난리블루스다. 아 이럴 줄 알았더라면 더 큰 배낭에 1.8리터 소주를 넣어 오는 건데..
그렇게 차가운 고레파니니의 밤이 무르익어 가면서 대형 화목 난로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올라올 때 눈여겨보았던 20-30대로 보이는 네팔 젊은이 무리도 우리와 함께 어울렸다. 리더로 보이는 젊은이는 미국 영주권을 얻어 9년째 샌프란시스코에서 사는데 이번에 귀국하여 형제자매 및 친구들 대거 8명을 이끌고 카트만두에서 왔단다. 작은 양이지만 맛보기로 소주를 한잔씩 돌리니 유일하게 혼자 온 오늘의 최고령자라며 날 깍듯이 예우한다. 지난 번에도 느꼈지만 네팔리들 중에 왠지 모르게 생김새나 행동거지가 한국사람과 비슷한 이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끝없이 노변정담(爐邊情談)이 이어진다.
네팔리들에게 ‘레쌈삐리리’ 한번 불러 달라고 요청했더니 리더 청년이 구성진 목소리로 완창을 한다. 이 네팔 전통민요 길이가 엄청 길다. 히말라야의 영혼을 느꼈다고 하니 곧바로 내게 ‘아리랑’ 요청이 들어온다. 나의 열창에 박수가 이어지고… 가이드와 함께한 지난번 ABC 트레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다. 네팔 전통주 락시(Raksi)를 마셔보고 싶다고 했더니 자기들끼리 잠시 수군거린 후 주인장이 따끈하게 데운 락시 머그잔을 갖다 준다. 얘기꽃이 만발한 12월의 히말라야 2900고지 산장 난로 앞에서 처음 마셔본 락시의 맛은 내겐 바로 ‘히레사케’였다. 락시는 네팔의 수수를 발효시켜 만든 증류주인데 원액은 약 50도 정도이고 보통 물을 타서 마신다고 한다. 따라서 첨가하는 물의 양에 따라 맛이 다르겠지만 이런 산 속이 아닌 카트만두 등의 도시에서 파는 락시는 다른 캐미컬을 섞는 경우가 많아 맛이 이것과 다르다고 한다. 어쨌거나 내겐 당시의 상황에 완벽하게 매칭되는 최고의 술이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환상적인 분위기와 그 친구 아티스트 여동생 비양카가 그린 나의 커리커쳐를 사진으로 담지 못했던 것이다. 시계며 카메라 휴대폰 등 몽땅 내일을 위한 충전모드로 방에 두고 나왔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나도 충전모드에 들기로 한다. 내일 8시간의 긴 강행군을 위해..
Day 2 : 9.28 Km 이동, 4시간 15분, 평균속도 2.2Km/h, 최저고도 2027m, 최대고도 2895m
(추가 : 푼힐 왕복 2.75 Km, 최대고도 3197m)
Mirek 그리고 23세의 싱가폴 처녀 Jessica와 함께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다 보니 분위기가 참 인간적으로 돌아간다. 잽싸게 방에 들어가 빨간 딱지 참이슬을 갖고 오니 Mirek 이 친구 지난 9월 서울에서 삼겹살과 함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며 난리블루스다. 아 이럴 줄 알았더라면 더 큰 배낭에 1.8리터 소주를 넣어 오는 건데..
그렇게 차가운 고레파니니의 밤이 무르익어 가면서 대형 화목 난로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올라올 때 눈여겨보았던 20-30대로 보이는 네팔 젊은이 무리도 우리와 함께 어울렸다. 리더로 보이는 젊은이는 미국 영주권을 얻어 9년째 샌프란시스코에서 사는데 이번에 귀국하여 형제자매 및 친구들 대거 8명을 이끌고 카트만두에서 왔단다. 작은 양이지만 맛보기로 소주를 한잔씩 돌리니 유일하게 혼자 온 오늘의 최고령자라며 날 깍듯이 예우한다. 지난 번에도 느꼈지만 네팔리들 중에 왠지 모르게 생김새나 행동거지가 한국사람과 비슷한 이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끝없이 노변정담(爐邊情談)이 이어진다.
네팔리들에게 ‘레쌈삐리리’ 한번 불러 달라고 요청했더니 리더 청년이 구성진 목소리로 완창을 한다. 이 네팔 전통민요 길이가 엄청 길다. 히말라야의 영혼을 느꼈다고 하니 곧바로 내게 ‘아리랑’ 요청이 들어온다. 나의 열창에 박수가 이어지고… 가이드와 함께한 지난번 ABC 트레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다. 네팔 전통주 락시(Raksi)를 마셔보고 싶다고 했더니 자기들끼리 잠시 수군거린 후 주인장이 따끈하게 데운 락시 머그잔을 갖다 준다. 얘기꽃이 만발한 12월의 히말라야 2900고지 산장 난로 앞에서 처음 마셔본 락시의 맛은 내겐 바로 ‘히레사케’였다. 락시는 네팔의 수수를 발효시켜 만든 증류주인데 원액은 약 50도 정도이고 보통 물을 타서 마신다고 한다. 따라서 첨가하는 물의 양에 따라 맛이 다르겠지만 이런 산 속이 아닌 카트만두 등의 도시에서 파는 락시는 다른 캐미컬을 섞는 경우가 많아 맛이 이것과 다르다고 한다. 어쨌거나 내겐 당시의 상황에 완벽하게 매칭되는 최고의 술이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환상적인 분위기와 그 친구 아티스트 여동생 비양카가 그린 나의 커리커쳐를 사진으로 담지 못했던 것이다. 시계며 카메라 휴대폰 등 몽땅 내일을 위한 충전모드로 방에 두고 나왔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나도 충전모드에 들기로 한다. 내일 8시간의 긴 강행군을 위해..
Day 2 : 9.28 Km 이동, 4시간 15분, 평균속도 2.2Km/h, 최저고도 2027m, 최대고도 2895m
(추가 : 푼힐 왕복 2.75 Km, 최대고도 3197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