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이 아름다운 거제 지심도(只心島),  지천(至賤)으로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

가는 겨울을 희롱(戱弄)한다. 

1, 지천(至賤)으로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이 가는 겨울을 희롱(戱弄)하는 섬

지심도(只心島)  

(동백섬 답게 온 섬이 핏빛 동백꽃으로 물들어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일까? 최근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봄 절기 외에 또다른 절기를 만들어할 것같다. 화공에게 뇌물을 주지 않은 탓에 추물(醜物)로 그려져 머나먼 오랑캐땅의 호왕(胡王) 선우(鮮于)에게 바쳐져야만 했던 절세미인(絶世美人) 왕소군(王昭君)이 "봄은 봄인데 봄같지 않다(春來不似春)"라고 읊었듯이 지역에 따라 봄같지 않은 곳도 많이 있어 동해안은 때아닌 폭설로 고생들 하고 있는데 봄 시샘도 이쯤이면 설상가상격(雪上加霜格)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드센 동장군(冬將軍)이라 해도 절기 기운은 이기지 못하는 법,  저만치 와 있던 봄이 조금만 버티면 겨울은 갈 것이라고 나지막이 속삭인다. 

(고운 태양빛을 받아 투명한 선홍빛의 동백의 곱디고운 자태 )

오는 봄을 느끼고자 봄이 짙게 내려앉았다는 남녘으로 봄 마중을 나섰드니 마침 봄이 '동백섬' 지심도 안마당에 사뿐히 내려 앉아 있었다. 섬 형태가 마음심(心)자라 해서 지심도(只心島)인 이 섬은 마치 가는 겨울을 희롱이라도 하려는 듯이 온 섬에 동백꽃이 지천이다. 뿐만 아니라, 뭐가 급한지 어느 날 통째로 툭 떨어져 땅바닥에 핏빛 붉은 융단을 깔아 놓으면서 또 한 차례 땅바닥에서 개화한다. 두 번 피는 동백꽃 사이로 살랑 살랑 봄바람이 불어오는데, 이 섬에는 동백꽃만 좋은 게 아니다. 하늘 가린 숲, 가슴 때리는 파도 소리, 바닷바람 머문 해안 절벽. 그 앞에서 눈과 귀는 속수무책으로 호강하지만, 마음(心) 닮은 섬에서 마음(心)을 뺏긴 몸은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어느새 봄 앓이로 고생하고 있었다. 

(지심도로 가는 배) 

동백이 사랑한 섬 지심도(只心島)는 거제시 일운면 옥림리에 있는 면적 0.36㎢(약11만평)의 작은 섬으로  조선조 때 거제현 고현면 지심리였다가 1913년 통영군 일운면 옥림리로, 그리고 현재 거제시 일운면 옥림리로 변경됐다. 섬 북쪽으로 진해만과 부산 가덕도를, 동남쪽으로 대한해협과 일본 쓰시마를 볼 수 있으며, 1980년대까지 지삼도와 지심도로 혼용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은 보리섬으로 불렀다. 이 섬은 제일 높은 곳이 해발 97m임에도 불구하고 태고적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거제 8경 중의 하나로서 생태,역사,휴양의 섬으로, 이 섬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생긴 모양이 마치 한자의 마음 심(心)자(字)를 닮았다 하여 지심도라고 불리우고 있다.

  (지심도에서 바라본 남해의 에메랄드빛 바다)

남해안 여러 섬들 중 어느 곳보다 동백나무의 묘목수나 수령 등이 압도적이어서, 동백섬이란 이름이 여타 섬들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섬으로서 실제 동백 숲을 둘러보면 현재 국내에서 원시상태가 가장 잘 유지되어 온 곳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기에 서천 마량리, 고창 선운사, 제주 선흘리, 여수 오동도, 광양 옥룡사지 등과 구조라에서 남쪽으로 12㎞쯤 떨어진 학동 팔색조 도래지에서도 만개하며, 몽돌해변으로 유명한 학동 남쪽지점 해변가의 거대한 동백나무 군락지와 더불어 국내 동백군락지로 소문나 있는 곳으로 구조라와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동쪽의 지심도는 온통 동백으로 뒤덮혔다. 특히 지심도는 3.5㎞에 이르는 동백숲길이 조성돼 봄 기운을 만끽할 수 있기에 지심도를 동백섬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통상 대한민국에서 동백을 운위(云謂)할 때 둘째가라면 서러운 동백꽃 여행지이기도 하다. 

이같은 연유로 지심도의 동백 숲으로 들어가면 한낮에도 어두컴컴하게 그늘진 동백 숲 동굴로 이어지고, 12월초부터 이듬해 4월까지 피고 지는 동백꽃의 특성 때문에 숲길을 걸을 때마다 바닥에 촘촘히 떨어진 핏빛 붉은 동백꽃을 일부러 피해가기도 힘들 정도로 동백꽃이 무성하다.  지심도의 민가는 현재 국방과학연구소 건물이 선 곳 서쪽 사면에 열한 가구가 모여 있고 섬 중간에 한 가구, 그리고 섬 북쪽 모서리에 세 가구가 살고 있다.  천혜의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한 지심도는 오솔길을 따라 1시간 30분~2시간만 걸으면 지심도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는 일주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다.

 (아름다운 해식암변)

지심도는 거제 장승포항에서 배로 약 20분 정도 가야 하는 곳으로 섬 전체 나무 중 약 60% 이상이 동백나무로 뒤덮여 있을 만큼 동백꽃의 지상낙원이라 불리우는데, 동백꽃으로 유명한 지심도답게 꽃이 한창 피어나는 이맘때쯤이 가장 붐비는 곳으로 보통은 1시간 단위로 지심도로 들어 가는 배가 있지만, 동백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이 시기에는 약 15분 단위로 배가 운행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성수기인 이맘떄쯤에는 비록 15분 단위로 배가 운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언제나 설레임을 한가득 앉고 동백을 만나러 가는 많은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한다. 그 결과 배를 타고 지심도로 동백을 만나러 가는 길에도 동백꽃이 한창인 요즘은 서두르지 않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거제 장승포항에서 지심도를 오고 가는 여객선은 지심도에 도차하자 마자 우르르 한 무리의 사람들을 내려놓고 부리나케 다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려오기 위해 선착장을 떠난다. 떠들썩한 소음이 조금씩 잦아들면서 잠시 동안의 고요가 찾아올 때쯤 동백섬 선착장에서 다소 가파른 길을 올라 바로 걷기가 시작된다. 다른 섬들과 달리 이곳은 차가 전혀 다닐 수 없고 거주하는 가구도 몇 가구 되지 않아 길이라고 해봐야 이 길이 전부이고, 또 동백꽃과 뗄레야 뗄 수없는 동박새로 길 안내 표지판을 만들었는데 동박새의 새부리가 가리키는 곳이 곧 나아가야 할 길이다. 

 (지심도 간이 여객부두에 정박 중인 여객선)

트래킹 코스는 선착장 - 국방과학연구소 - 탄약고. 포진지- 활주로 -동백숲- 망루 - 방향지시석 - 노랑바위 -다시 선착장으로 코스가 조성이 되어 있어 누구라도 손쉽게 동백꽃 마중을 하며 걸을 수 있다. 이 길은 아마도 주민들이 다니는 길이 그대로 트레킹 코스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지심도행 여객터미널이 있는 장승포항)

섬 전체의 모양이 마음 심(心)자 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지심도 트레킹은 선착장에서 동백하우스 펜션을 거쳐 샛끝으로 발길 옮기기가 무섭게 동백숲이 나타난다. 기실 섬 수목의 60%가 동백이니 놀랄 것도 없긴 하다. 온통 붉게 물들어 섬이 동백꽃에 덮였다. 유난히 붉은 꽃은 샛노란 수술을 감싼 꽃잎이 피를 뿜었다. 햇살 부딪쳐 반짝이는 이파리 틈새로 붉은 선혈이 수줍게 보일듯 말듯 피어나는데, 이건 꽃이라기 보다는 교태로 온갖 혼을 쏙 빼놓고는 부러 샐쭉한 표정을 지으니 미칠 노릇으로 이래서 동백꽃은 요염하다.

비조각 같은 껍질의 후박나무 군락지, 쭉쭉 뻗은 대나무숲을 지나면 회백색 둥치를 자랑하는 동백터널로 이곳에서는 그 강렬하다는 빛도 힘을 못쓰는 가운데 간간이 호흡은 짧지만 고운 동박새 울음소리가 터널에 울러 퍼진다. 삼색 깃털이 예쁜 새를 볼려면 동백꽃 사이를 잘 살펴볼 일이다. 동백꽃은 향이 없는 대신 새빨간 꽃잎으로 동박새를 유혹해 가루받이를 하기 떄문이다. 겨우내 나비와 벌이 활동을 안 하니 꽃가루를 옮기는 이 새가 동백섬의 길조(吉鳥)이리라.

동백터널은 구불구불 끝이 안 보이기에 앞서 걷던 사람이 사라졌다 나타나고를 되풀이하느데, 이곳에 가지끼리 얽히고 설키면서 옆 나무와 뒤엉켜 있는 지심도 최고령 동백이 있다. 정확한 나이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족히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았음직한 앙상한 고목 가지 끝엔 어김없이 젊은 잎이 싱싱하게 돋아나 있다. 하늘 열리는 동백터널 끝에 전형적인 사각지붕의 일본식 적산가옥인 일제강점기 전등소장 사택이 있다. 지심도는 상록수림이 군락을 형성한 태고적 원시 자연림이 아름다운 환경적으로도 중요한 섬이지만, 불행하게도 일제 강점기 일본군이 섬을 차지하고 해안 방어용 포진지와 서치라이트 시설을 구축하여 섬이 경관을 훼손시킨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당시 10여 가구였던 주민들이 쫓겨났는데, 전등소장 사택은 그 시절의 잔재다.

 (일본군 전등소장 사택 - 우측끝)

 

샛끝은 습기 먹은 샛바람의 길목으로 습기 먹은 샛바람은 탁 트인 바다를 거침없는 파도를 일으키면서 달린다. 옛 주민들은 샛바람이 강하면 먼바다에 폭풍이 인다 했다. 그같은은 샛바람이 오랜 세월 동안 깎아낸 해식 절벽은 장관이고, 샛끝보다 더 마음을 붙잡는 자리는 바다 쪽으로 내려가야 볼 수가 있는 벌집구멍 닮은 바위 샛끝벌여다. 해국(海菊) 군락지를 지나자마자 귀청이 아프게 힘찬 파도가 절벽을 사정없이 때리면서 하얀 포말로 나그네를 덮쳐 오는 곳에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기에 이곳에 올려면 온 세상 잡념이 놀라서 파도에 씻길 것도 같다. 샛끝벌여 주변엔 키 작은 곰솔이 몇 그루 있기에 그 그늘 밑에선 시간도 쉬어갈 것만 같아 보인다.

 

 

 

 

(비밀 화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같은 동백터널)

샛끝엔 '그대 발길 돌리는 곳' 푯말이 서 있다. 탐방로를 만들 때 더 갈 길이 없다 해서 붙였다는 그 자리에서 발길을 돌리면 일제강점기 서치라이트 보관소와 방향지시석에 닿는데, 이곳의 방향지시석은 서치라이트를 비추기 위해 만든 시설로 원래는 가덕도, 절영도, 장승포 등 총 6개 방향으로 표지돌이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5개뿐이다. 일본군은 적의 동태를 살피는 장치로 서치라이트와 함께 동박새를 활용했다고 한다.

동박새는 예민하기 떄문에 5m 전방에 사람이 나타나면 운다고해서 일본군은 야간 순찰을 할 때 조롱에 동박새를 넣고 다녔다고 한다. 동백섬 길조의 울음이 이 섬을 무단으로 점령한 점령군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위험신호라니 참으로 아이러니컬(Ironical)하게 들리면서 어쩐지 애처롭게 보인다. 이처럼 예민한 동박새가 봄철부터 본격적인 짝짓기에 돌입하기에 동백숲을 지날 때 들고 간 음악을 꺼두시면 좋을 듯하다.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의 샛끝 전망대)

활주로 쪽 동백터널로 들어가기 전 수령 300년의 곰솔은 서치라이트 보관소에서 10분쯤 걷다 보면 왼쪽에 '탐방로 아님' 푯말이 있는 그쪽에 있다. 찬찬히 걷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인 이 곰솔은 어른 세 명이 팔 벌려 안을 정도로 굵은데, 큰 줄기를 땅에 굳게 박고 양 가지를 벌린 게 맟 하늘을 뚫을 기세라서 지심도 가면 반듯이 안아 보고 좋은 기운 받으시라.

가지고 간 도시락 등 음식물 등을 먹기에 딱 좋은 곳인 동백터널 끝의 군용 활주로는 전시 일본군 경비행기가 이착륙했던 자리였지만, 이제는 해돋이 명소로 탈바꿈되었기에 바다 쪽에서 뜨는 해를, 뒤편 옥녀봉 쪽에서 지는 해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어서 연말 연초만 되면 여행사 손님들로 발디딜 틈 없다고 한다. 

 

트레킹 길을 따라서 쉬엄쉬엄 걷다보면 국방과학연구소와 해양시험소 갈림길에서 지심도의 아픈 역사가 서린 포진지로 갈 수 있는데, 캐넌포와 기관포를 장착했던 포 자리 4곳이 있고, 그 바로 옆 창고는 탄약고다. 탄약고 내부로 들어가 보면 지심도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설명문이 있는데, 지심도 탄약고는 지심도에 포대를 건설할 때 각종 화약을 보관하기위해 같이 건설되었다고 하며, 총 4개의 탄약고가 있었으며, 이들 모두가 비탈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눈에 쉽게 띄지않기에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라고 하기엔 너무 양지바른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아픈 역사라는 수식어 보다는 동백이라는 수식어가 더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들 탄약고 문틀을 꼼꼼히 보면 3중으로 처리하면서 철틀과 철틀 사이에 납을 끼웠는데, 이는 외부 포격소리에도 큰 진동 없이 포탄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일종의 완충장치인 셈으로, 그 주변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사진 찍는 자리가 있다. 굵은 곰솔 두 그루 사이로 동백나무가 비집고 앉았는데, 마치 훼방꾼 곰솔이 양쪽에서 말려도 동백이 끝끝내 꽃을 피우겠다는 모양새이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찍으면 스토리텔링이 되어서 좋을 듯도 하다.

 

( 바닥에는 마차 동백꽃들이 빨간 융단이 펼쳐진 듯) 

마끝 가기 전 일본식 건물이 한 채 더 있는데, 일본군 최고급 장교의 막사로 쓰였던 건물이란다. 해돋이 민박 간판을 달았고, 건물 앞엔 300년 된 동백 고목이 있다. 고목 구멍 속에 '입술대고둥'이라는 재미있는 고둥이 산는데, 수액을 먹는 대신 진딧물을 잡아 준다고 한다. 흐린 날이면 이 고둥이 나무를 오르락내리락 한다는데, 이 놈은 태풍이나 해풍을 타고 날아 온 종자라고 한다.

(일본군 탄약고 내부)

지심도에는 동백숲이 원시상태로 가장 잘 유지된 곳이 많아서 바닥에는 마치 동백꽃들이 빨간 융단을 깔아놓은것처럼 보인다. 동백나무외에도 후박나무, 소나무 등 총 37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데, 이 섬에서 자생하는 나무의 2/3 가 동백이라고 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이리보아도 저리보아도 온통 동백, 동백, 동백으로 정말 눈이 부시기는 하지만, 비록 이 섬에서 굳이 동백이 피지 않는다 하더라도 태고적 원시림이 상존한데다가 이국적인 느낌때문에 사시사철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파도나 조류의 침식으로 깎여 나간 해식절벽이 병풍처럼 두른 지심도의 풍광을 그림처럼 만날 수 있는 곳이자 KBS 방송국의 방송프로인 1박 2일의 찰영지이기도 한 마끝이라는 곳에 오면 이젠 발길을 돌려야 한다.

마끝은 남쪽 따뜻한 바람인 마파람이 닿는 자리로 벼랑 위 수십 그루 곰솔이 꼭 한폭의 그림같다. 눈이라도 올라치면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시 처량한 신세를 한탄해서 그렸다는 천하 걸작 '세한도(歲寒圖)'가 따로 없겠다. 적송(赤松)보다 잎이 더 억센 곰솔이 마끝으로 불어 오는 세찬 바람(寒風)을 맞으면서 버티고 서 있으려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색깔이 검기에 흑송, 바닷가에서 자랐기에 해송으로도 불리우는 지심도의 대표 나무라서 더욱 더 그렇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할퀴기 전에는 여기가 더 좋았다고 한다. 굵직한 곰솔이 군락을 이뤄 객의 발걸음을 제법 잡았다는 곳이다.
마끝에 서면 바다 건너 저 멀리 촛대바위 옆으로 거제도 본섬의 '꽃바구니'가 들어온다. 해식애가 마치 아름다운 꽃을 펼친 듯하다 해서 꽃바구니로불리우는 이곳은 감상 자리로 이만한 데가 더 이상 없을 듯도 하다. 마끝의 아름다움은 7월이 절정으로 하늘거리는 억새풀 위로 반딧불이의 노란빛이 밤별과 노닐 때면 마치 천지를 얻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떄문이다.

마끝 앞바다엔 몸집이 기껏 1.5m 안팎이라서 통칭 '꼬마 고래'라고도 불리우는 '상괭이'라는 고래가 살기에 혹여 운좋은 날이면 상괭이 여러 마리가 수면 위로 들락날락하는 진풍경을 볼 수가 있는데, 이들을 보느라고 운 좋은 가족 동반객들은 한참이나 자리를 뜨지 못한다고 한다.

장승포항으로 되돌아가는 배에서 멀어지는 지심도를 찬찬히 살펴본다면, 지심도는 동백섬만으론 부족하고, 하루쯤 묵어야 속살 드러내는 생태섬으로 보인다.

동백은 바닷바람이 있는 곳이라야 잘 핀다고 한다.

“그대 위하여/ 목놓아 울던 청춘이 이 꽃 되어/ 천년 푸른 하늘 아래/ 소리 없이 피었나니/ 그대 위하여선/ 다시도 다시도 아까울리 없는/ 아, 아, 나의 청춘의 이 피꽃!”

 거제 서쪽 산방산 아래에서 태어나 자연주의 청록파 시문활동을 벌였던 청마 유치환은 동백을 ‘속으로 울부짖다 한떨기 붉게 피는 인고의 꽃’으로 묘사했다. 바닷바람 속에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이 탐난다고 해서 서울로 이식하면 며칠 안가 죽는다고 하는데, 해풍을 사귀는 동백의 인고와 그 붉은 결실은 본능이기 떄문이리라.

거제에서 지심도로 가기전 거제 동남쪽의 일운면과 남쪽의 남부면에는 동백과 매화외에도 행복을 가져온다는 노란색 복수초와 흰색,연분홍색의 노루귀도 곳곳에 피어 있고, 가녀린 줄기에서 보라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변산바람꽃은 차에서 내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도로변을 걷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사이 날씨가 일찍 풀려서인지 변산바람 아가씨는 좀 있으면 아줌씨가 될 태세고 수줍음이 많은 복수초 역시 돌틈 사이를 예의(銳意) 주시해야만 찾을 수 있으니, 기왕지사 봄바람 맞으려 간김에 같이 즐기고 오면 좋을 듯도 해보인다.  

(곰솔과 해식절벽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하는 지심도 마끝. 앞바다에선 '꼬마 고래' 상괭이를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