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같은 사물이나 사안을 보는데도 보는 관점에 따라서 차이가 참 많다는 사실을 이 거꾸로 그린 세계지도를 보면서 다시 확인한다. 차이가 있다고 해서 뭐 사실이나 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괜스리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각기 다른 주장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사물이나, 진리나, 세상의 이치는 이와 같다.

 

그래서 때때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식들이 당연하지 않을 때가 있다. 거꾸로 된 세계지도도 그중 하나이다.

 

그런데 뒤집힌 세계지도에 국가명과 지명은 똑바로 적혀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맥아더의 세계지도는 일부러 남쪽을 위로 잡아 제작한 지도이다.

북쪽을 위쪽으로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관습에 지나지 않는다. 이 지도를 통해 오스트레일리아는 자국을 지도 한가운데에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지구는 무한대의 우주에 떠 있기 때문에 위아래가 구분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단지 북반구에 많은 나라들이 있다는 이유로 북쪽을 위쪽으로 여겨 왔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세계지도도 거꾸로 된 지도와 비슷한 사연이 있다. 우리나라의 세계지도에는 주로 아메리카 대륙이 유라시아 대륙의 오른쪽에 놓여 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유라시아 대륙을 오른쪽에 왼쪽에 아메리카 대륙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서양식으로 대륙이 배치된 지도에서는 마치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대륙의 구석진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흔히 지도는 사실을 표현하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어쩌면 공간 관계에 대한 묘사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지도는 만드는 과정에서 제작자나 주문자의 가치관과 의도가 개입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마음에 있는 왜곡된 사실이 눈에 보이는 현실의 지도로 드러나기도 하는 것이다.

지도는 수많은 사람의 생각과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문화의 산물이다. 그 때문에 지도는 의도적으로 진실과 거짓을 동시에 보여 준다. 지도에 담겨 있는 진실을 읽을 것인가, 아니면 거짓에 속을 것인가의 여부는 지도를 읽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