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지리산에서 빨치산과 토벌대 도합 2만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 통일의 길목인 경기 파주의 보광사 산중턱에 안치된 고 정순덕씨

“내가 여기서 태어났어도 북도 다 같은 내 조국이지. 지금도 북에 가는 꿈꿔요. 꿈에 본 남편도 늙었더라. 살아 있으면 얼마나 좋겄나…. 나 죽기 전에 북에 가서 감옥이랑, 낙성대에서 함께 살았던 동무들 꼭 다시 만나고 싶어"(고 정순덕씨의 생전 소원의 말)

지리산에 '입산'한 남편을 찾아갔던 열여섯 새색시 정순덕. 그 길로 여자 빨치산이 되어 13년간 지리산과 덕유산 일대에서의 유격대 활동으로 '여전사'로 불렸던 '마지막 빨치산' 정순덕씨가 봄꽃 흐드러진 남녘 산천에 묻혔다.

이날 새벽 6시 서울 관악구 봉천동 보라매병원 장례식장 지하 주차장에서의 발인식은 진관스님의 목탁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시작됐다. 운구 대열에 앞장 선 '비전향장기수송환추진위원회' 노진민 집행위원장이 "분단조국에 태어나 조국통일도 못 보고 나 먼저 가네”라고 진혼 소리를 선창했다

청자색 단지에 담긴 그의 유골이 권낙기 통일광장(비전향장기수모임) 공동대표의 품에 안기자 5년 동안 정씨를 간병했던 김명덕(여.59)씨가 울음을 참지 못하고 계속 흐느꼈다. 백발이 성성하거나 허리가 굽은 노(老) 빨치산들도 눈자위를 붉히며 고난의 삶을 살다간 동료의 죽음을 애도했다.

통일광장 권낙기, 임방규 공동대표가 각각 영정과 유골을 안은 가운데 참석자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다. 숙연한 표정으로 노래가 불려지는 가운데 그의 유골은 장의차량에 실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보광사를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