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식당이나 요리집들, 그리고 와인 바 등등을 보면 진정한 장신정신이 없다.

아니 없다라기보다는 장인정신이 뭣인지를 잘 모른다.

 

그러고서도 지가 제일입네 하면서 무슨 명장이니, 프로니, 달인이니들 하고들 있어 참으로 가증스럽고도 가관이기도 하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풍경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이름 있는 음식점의 주인이나 요리사들은 그 나름 철학과 장인정신이 있었다.

일례로, 한 동안 운동하려 곤지암쪽으로 다닐 때가 있었는데,

이 운동의 특성상 꼭 꼭두 새벽에 나가야 하니 아침은 부득이 골프장 부근 식당에서 먹곤했다.

기억나는 한가지는 곤지암 시내에 소머리국밥집이 있었다.

당시 아침을 하는집이 많지 않은 관계로 이 집에 자주 들렸는데,

나는 본디 소머리, 수육, 곱창, 족발, 삼겹살, 닭발 따위의 너저분한 음식은 입에도 되지를 않지만(그래서 현재까지도 먹어보지 않았다) 일행들이 좋다고 하니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따라들어 가기는 했다. 따라가서 이 따위 지저분한 마치 쓰레기같은 건더기는 다 건져내고 국물과 밥만 먹고 나왔는데,

 

이 집 주인장 할머니가 참 웃기는 할머니다.

시챗말로 맛간 듯한 욕쟁이였는데,

 

아무한데나 반말은 예사였고

욕도 거침없이 퍼부어 되었고,

특이한 것은 소주를 한병 이상은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술꾼들이 어디 소주 한병 먹고 성에 차겠는가?

기어이 더 달라고 하면 육두문자로 욕을 해되는데 아무리 주당이라도 당할 자가 없었다.

 

그 때, 속으로 생각하기를 '저런 것이 바로 자신감이고 프로 정신이다. 지 아무리 떼를 쓰고 강제를 하더라도

자기 철학에 맞지 않으면 식당 문을 걸어 잠글지언정 고집을 꺾지 않는 저 것이 바로 우리가 본 받아야 할 프로정신다'라고.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지만 자주갔다.

 

또 한사람, 한국에 처음 랍스타를 들어와서 랍스타붐을 일으킨 내 친구가 이런 마인드의 소유자였다. 캐나다 교포였다가

밴쿠버 인근에서는 너무나도 헐값에 거래되는 랍스타를 보고 연구한 끝에 톱밥을 이용하여 죽지않고 한국까지 운송해 왔던

장본인으로 이 친구가 경영했던 랍스타체인점들이 모두 저녁 10시에 문을 닫고, 소주도 한 팀당 딱 2병 이상을 팔지 않았던

바로 '풍천수산'의 주인공들이다.

 

이같이 소위 꾼들은 자기철학과 프로정신이 있었다.

그런데 갈수록 이 철학과 프로정신들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아서 참 아쉬운 감이 든다.

 

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철학과 프로 정신의 10-%만 남아 있어도 식당가서 먹을만했을 터이고

또 아무 쓰잘데없는 허울좋은 명장이란 소리들이 나오지 않았을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