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일전 아는 이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진생베리로 어떻게 효소를 담아야 되느냐?"고

'진생베리'라니? 무슨 뚱단지 같은 말을 하는가?

이는 아마도 그 전주 목요일에 방영된 모방송국의 건강프로를 보고

효소를 담아야 되겠다고 생각한 떄문이리라.

금산에 알아보니

요즈음이 빨간달이 나오는 철인데 한 말(약 15kg)에 25만원 내외라고 한다. 

그래서 어제는 집에서 저녁을 먹다가 집사람과 이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산삼 열매는 남아 나지 않을 것 같다. 돈된다고 모두 다 따 갈테니 야생삼은 점점 더 귀해지겠다"하면서 웃었다.

그동안 그래도 삼 하나 캐면 미안해서라도, 또 혹시나 다음에 다시 와서 캘려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산삼 열매인 딸은

그 밑에 흩뿌려 심어 주고 왔는데, 이 방송으로 인해서 이제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리고 산삼열매를 좋은 우리말인 '삼 열매' 혹은 심마니들이 말하는 '삼 딸'이라고 하지 않고 왜 굳이 들어도 무슨 말인지 잘 알지 못하는 '진생베리'라고 부르는가? 그것도 공공성이 있어 우리 말과 글을 선도해야만 하는 방송에서.. 

진생베리라고 해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방송에 나온 사람 중 시골의 치료를 받는 환자까지 '진생베리'라고 하는데서 아연 실색하고 말았다. 

원래 영어 'Berry'는 식물의 奬果, 딸기류의 열매,말린 씨앗, 물고기나 새우의 알 등을 뜻하는 단어로 Strawberry, Blueberry, 크린베리 등에서 알수 있듯이 둥근열매류를 뜻한다.  그런데 인삼의 열매는 사실상 둥글지 않다. 그 속 씨앗은 딱딱하니 berry가 아니라 Coffeebean처럼 Bean이라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외형도 부드러운 베리보다는 표피는 부드럽고 속씨앗은 단단한 빈이 더 맞지 않을련지 모르겠다. 커피빈도 빨갛게 익으면 표피는 맛있는 과육이 되고 씨앗은 커피콩으로 남듯이 삼열매도 익었을떄 보면 표피는 빨알간 과육으로 새들의 먹이가 되고 그 속의 씨앗은 단단하여 마치 커피빈과 같기 떄문이다. 그래서 새가 먹고 날아 다니다가 똥과 함께 싸놓은 것이 발아하여 난 삼을 鳥服蔘이라 하지 않던가.

그런데 누가 이같이 명명했는지 참 재미 있는데, 이유야 어떻던 Ginsengberry라고 하는 것은 참 잘못된 표현으로 보인다. 오늘 금산에 전화를 걸어서 "진생베리 있어요?"하니 정작 판매하시는 분들은 잘 알아듣지를 못한다. 그래서 그냥 "인삼딸 있어요?" 라고 하니 금방 알아듣는데, 어찌 방송에서만 영어를 좋아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뭐 그러면 더 신비하고 본때나 보이는지, 혹은 약효가 더 좋아 보이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시라. 영어로 방송하는게 과연 잘한 것인지를.... 

비단 이 진생베리만이 그런게 아니다. 하수오, 우슬, 천남성, 상황, 꽃송이, 겨우살이 등등 이들이 만병통치약이나 되는 것인양 방송하고 나서 남아 나는게 없다. 이러다가는 이 산야에 약초란 약초는 모두 다 씨가 마를지 않을까 걱정된다. 

강원도 어떤 지역에 가보니 겨우살이가 방송된 후 지역주민들이 겨우살이 채취한다고 겨우살이가 기생하는 거대한 나무를 밑둥을 통체로 베어낸 후 씨앗 하나 남기지 않고 채취하고 없었다. 이러다가는 산야초 뿐만이 아니라 우거진 산림까지 망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대저,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체질에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 약인 것도 체질이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독이 되기도 한다. 공복의 냉수가 그 대표적인 예다. 모 방송국의 어떤 사람이 "새벽 공복에 냉수 3잔은 천하의 명약이라"고 떠드는 말을 믿고 그대로 따라 했다가 병이난 少陰人들이 부지기 수가 아니던가. 하물며 만병통치약은 더욱 더 없다. 없을뿐만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천하를 통일했었던 진나라 始皇帝 瀛政도 서복을 시켜 그렇게 찾아건만 결국 차지 못하고 不歸之客이 되지 않았던가. 비록 名藥이라 해도 어쩌다가 체질에 맞아서 효험을 보았을 뿐,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유효한 약이 된다고는 보장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치 누구에게나 만병통치약인양 과장되게 방송하고 있으니 병을 가진 환자들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메달리게 되고, 일부 사람들은 이를 악용하고 있다. 물론 방송 冒頭에 자막으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짧막하게 나오긴 하지만 이를 자세히 보는 시청자는 없을 것이고, 더더구나 약제의 성질과 치료 효능 및 저간의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거의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우선 '치료가 되었다'하는 사람의 말만 믿고서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는 실정으로 보인다. 

그 결과가 지금과 같은 부작용으로 나타나고들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에서는 과학적으로 철저하게 수년간 임상을 거친 것외에는 방송해서는 않되는 것이며, 이것들을 방송할 때도 단순히 제작비를 절감하면서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프로를 만드느라고 시청률만을 보고 경쟁적으로 방송할 것이 아니라 공공의 입장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물며 국민의 피땀으로 낸 혈세인  방송발전진흥기금을 보조받는 방송국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그래서 검증되지 않는 이같은 방송들은 앞으로 국민건강과 산야초들의 무분별한 채취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양했으면 한다. 방송하시는 분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다시 한 번 더 곰곰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무엇이 '국민의 건강과 생태계의 보존을 위한 길'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