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소아암 환우돕기 제10회 서울시민마라톤대회 조직위원 팀장급 모임이 있었다. 대회에서 각 팀간에 서로 협조할 사항들에 대한 의논과 정리가 있었다.

어떤 언론사 기자가 전화로 우리 대회가 취재할 가치가 있는지 알아본다며 전화를 했다. 나는 우리 대회가 정치적 행위나 언론의 가십꺼리로 전락하는 것을 참을 수 없으며, 우리의 본질을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도 결사 반대한다.

내가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쉽게 나 자신의 겉모습에 빠져 어떤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기부를 하더라도 내가 하는 기부 행위만이 순수하고 진정성이 있으며, 다른 사람들도 나를 따라해야 한다는 식이다.

내면보다 겉모습이 나의 삶을 지배하며, 그런 특권적 지위를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줄서기에 너무나 익숙해서 자신이 책임져야할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종종 무시하는 전혀 민주적이지 않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처럼.

나는 나일 뿐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누가 알아주거나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여 내 삶이 영향을 받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외적인 평가에 의지하려는 의식적이고 감정적인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없이 깊은 욕망의 바다에서 헤어날 수 있다.

상대적이고 조건적인 세상살이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나를 즐기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어떤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태도의 변화는 외부가 아니라 스스로 내 삶의 주도권을 찾아야 되겠다는 내면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내 삶은 나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절대자가 만든 어떤 틀에 나를 맞추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경건한 마음과 사랑으로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는 조화로운 인생을 창조하여 나가야 한다. 겉모습에 투영되는 내가 아니라 그런 유혹에서 얼마간이라도 벗어나려 노력해야 한다.

외적으로 인정받으려는 오만한 마음보다 겸허하게 내적으로 스스로 인정하고 나의 보편적이고 인간적인 본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정치인처럼 모두의 환심이나 인정을 받으려 욕심을 부리지도 않으면서 나 자신에게 감동을 주는 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려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가치를 세상의 잣대나 평가가 아니라 순수한 나의 본 모습으로 존재하고 감동을 주는데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는 이런 삶의 태도는 상상이나 성찰과도 다르며, 자연에 대한 관조와도 다른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내 삶에 대한 큰 기대나 불안, 혹은 걱정이 내 삶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빨리 벗어나야 하는지 알게 된다.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흐름을 그냥 제 삼자가 이웃집 불구경하듯 바라보고 마음을 한 걸음 뒤로 물러세우고 다독인다.

거칠고 시끄럽고 불안정한 날도 있고 근사하고 멋진 날도 있게 마련이다. 모든 것은 일시적인 것이고 흘러지나갈 뿐이며, 결국 조용해진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삶을 바라보듯 나도 그렇게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나한테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무 것도 기대하거나 욕심내거나 해석하려 하지 않고 현재의 순간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중립적인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려 노력하면 훨씬더 나 자신을 책망하지 않고 격려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하듯이.

마음에 불안이나 고통, 혹은 실망이나 분노가 일어나면 그것도 역시 있는 그대로 음미하고 느껴보는 것이다. 나 자신의 고통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사람과 그 흐름에 몸을 실은 사람이 나타내는 차이는 전혀 다르기 마련이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씀처럼, 더 어둡고 더 차갑고 전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기나긴 밤도 결국은 끝이 있으며 새벽은 오게 마련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