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24일,

재경 동창회 총회에

무려 34명의 동기들이 모여

권순근 제34대 동창회장 취임을 축하하고,

2019년 동기회의 멋진 출발을 다짐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우리 재경 동기회 역사상 유례없이 많은 참석에다

재경동창회 역사상 회장기수 최다 참석이라는

폭발적 성원을 보여준 동기들의 응집력에,

뭔가 올 한해 좋은 일 많이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이 기운 한해동안 쭈욱 계속되기를 기대하면서

작년 말 동기회를 맡게 되면서 톡방에 올렸던 글

동기회 게시판에 공유합니다.

 

올 한 해

멋지게

잘~ 한 번

해 봅시다!  

 

..

 

 

 

올해 그리도 뜨겁던 여름을
어떻게 보냈나 싶은데
매년 그렇듯 짧은 가을이
낙엽과 탄식 속에 묻혀버리고,
올들어 가장 춥다던 그 날
반가운 얼굴들 모였다.

준비도 없이 어영 부영
한 해의 끝자락으로
또 다시 떠밀려 와,

앞을 내다보는 시선은
갈수록 막막하고 두려운데
뒤돌아보는 눈길이
더욱 아련하고 따뜻해 지는 건
차가와진 바람 탓인가?
아니면 한 살 또 먹는 나이 탓인가?

..


꼴랑 고등학교 삼년을
같은 건물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그 후로 사십여년 세월을
싫든 좋든 벗으로, 동반자로
가까이 또는 조금 멀리서
함께 살아오게 된 우리는
서로에게 케케묵은
곰팡내 나는 옷 같은 존재다.

냄새난다고 벗어버려도,
에구 촌티난다고 모양 빠진다고
세련된 다른 냄새를 욜씨미 묻혀봐도
내 몸에 깊게 배인 그 군내들은
이미 나와는 따로 떨어질 수도 없다.

그 군내와 곰팡내에,
치열하고 가파른 삶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꾸역 꾸역 함께 살아내 온
끈적한 전우애가 더해져,

초겨울 차가운 바람에
시린 손 호호 불며
몽글 몽글 입김 나누고 온 듯,

따스함과 푸근함이
아직 가슴에 소복하게 남았다.



초대하는 사람과
초대받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은,

몇 해 만에 하는 생존 신고도
어제 본 듯 뻘쭘하지 않게
따뜻이 반겨주는,

그래서 바쁜 일정 억지로 쪼개서
- 사실 요즘은 짜다리 바쁘지도 않지만 -
두어 달에 한번은
열일 제쳐두고 꼭 오고 싶은,

그런 모임이 바로
53동기회 모임이다.

그 곳에 가면,
사십년전의 어벙한 내가 있고
그 멍청한 넘을 환갑될 때까지
그나마 요만큼이라도
사람 구실 하도록 이끌어 준
친구들이 있다.

..


내년에는
우리 53회가 짬밥순으로
재경 총동창회장 기수가 되어,
권순근 동기가
재경총동창회장의 중책을 맡고,
박태옥 수석부회장,
정덕재 상무부회장 등
쟁쟁한 멤버들이 한 팀이 되어
한 해 살림을 살게 된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크고 무거운 책임을 맡은 친구들 모두에게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우리 동기회에서도
많은 성원과 힘을 보태야 하겠다.
모두가 내 일처럼 서로 도와야지, 그럼!!

음.. 이렇게 해도,
국가공인 음주1급장애자인 내가
난데없이 유탄을 맞아
동기회장으로 등떼밀린 충격과 부담이
조금도 덜해지진 않네.

..


올 한해 동기회 맡아준
회장단 모두 수고하셨고,
- 좋은 일 많이 하니, 좋은 자리 가시더만 -

내년에는
김대규 총무, 정덕재 감사와 힘을 합쳐,

열일 제치고 오고 싶은,
오랫만에 와도 뻘쭘하지 않은,
안 취해도 대빵 재미있는,
그런 53동기회가 되도록
부족한 힘을 모아 볼테니..

어디 그 뿐이랴!

당구장에서는
양넘 지갑같은 꽃다마를,

훌라판에서는
기막힌 낑가묵기 세방 땡큐를,

골프장에서는
어려운 내리막 펏 시원하게 오케이를,

노래방에서는
노래 실력 관계없이 뜨거운 박수를,

모두 싫도록 팍팍 드릴테니,

오라, 그대여!
사십년 묵은
곰팡내 풀풀 나는
친구들 가슴 속으로.

그대가 곧
동기회 일지니..



- 얼떨결에 재경 동기회장, 최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