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좋아하지 않았다. 국제정세를 둘러싼 문제도 있겠지만, 미세먼지의 원산지란 생각에 마음 깊은 곳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거부감을 무너뜨린 건 산이었다. 북경 공항에 내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나타난 풍경에 입이 벌어졌다. 설악산 같은 화려한 바위산이 동네 뒷산처럼 널려 있었고, 산줄기의 압도적인 위용에 홀려 버스로 이동하면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황산, 태산, 노산은 알았지만 백석산白石山(바이스산 2,096m)은 처음 들었다. 조선족 가이드는 북경에서 200㎞ 떨어져 있는데다 최근에 고속도로가 뚫려 접근이 수월하다고 알려 주었다. 2017년 5A급 최고 등급 관광지로 승격되었고, 국가산림공원이며 세계지질공원으로도 유명하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약간의 기대감이 솟고 있었다.

동문东门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단숨에 고도를 높여 향운문祥云门에 닿았다. 별다른 풍경 없이 보도블록을 따라 10분을 걷자 달마대사 같은 산신령 동상이 있는 부추원韭菜园(1,700m)이었다. 언뜻 무협영화 같은 동양적인 풍경을 상상했으나, 실제는 달랐다. 인생의 막바지에 이른 노파들이 마지막 힘을 다해 걸어오고 있었다. 말라붙은 앙상한 계절의 스산한 갈색 산들이 지평선 끝까지 쭈글쭈글한 모양새로 뻗어 있었다. 

마치 노파들이 망토를 뒤집어쓰고 마지막 여행을 하는 것 같은, 아름답고 쓸쓸한 모습이었다. 어떤 산에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비경에 허를 찔렸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거대한 자연 앞에서 허물어지고 있었다. 

중국 산 특유의 깎아지른 벼랑길은 실로 재미있었다. 벼랑 한 굽이, 두 굽이 넘어 갈 때마다 장르를 바꿔 스펙터클한 새로운 영화를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시멘트로 산길을 닦아버리는 중국의 산길 조성 방법은 비수기임에도 끝없이 밀려오는 관광 인파를 맞닥뜨리자, 오히려 자연에 피해를 덜 주는 최선의 산길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백석산은 북경 남서쪽 하북성河北省 래원현涞源县에 있다. 하북성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 같은 곳이다. 최고등급 풍경구임에도 한국인들에게 덜 알려진 것은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해서였는데, 최근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이동 시간이 한결 단축되었다.  

‘북태항산’이라고도 불리는 백석산은 남북 길이만 600㎞, 동서로 250㎞나 뻗은 거대한 산줄기인 태항산맥에 속해 있다. 태항산맥은 하나의 산줄기가 아니라 폭 250㎞에서 알 수 있듯 거대한 산군이다. 하북성과 산시성의 경계이며 군사적 요충지라 춘추전국 시대부터 근래에는 일본군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전투가 많이 벌어졌다. 중국에서는 험준한 산세로 인해 태항산맥을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부른다. 백석산 풍경구가 최고등급인 5A로 지정된 건, 황산의 기묘함과 화산의 웅장함, 장가계의 수려함이 한데 어우러졌다고 평가 받기 때문이다. 

트레킹 기점은 동문과 서문 두 곳, 모두 케이블카로 고도를 1,600m대까지 올린 다음 걷게 되어 쉬운 편이다. 3개 코스가 있는데 정상으로 이어진 불광정佛光顶코스, 1,600~1,900m대까지 오르내리는 메인 코스인 쌍응석双雄石 코스, 1,600m대 기암을 누비는 비호협飞狐峡 코스가 있다. 5월부터 트레킹 최적기인데 등산로 정비 중이라 쌍응석 코스만 볼 수 있었다.  

절벽 코너를 따라 길이 이어졌다. 절벽을 트래버스하는 인공 산길이라 경치는 시종일관 열려 있었다. 지릉 사이에 갇혀 있던 시야는 코너를 넘어갈수록 드넓어졌다. 미세먼지의 고향에 왔건만, 미세먼지라곤 한줌 없는 깨끗한 날씨였다. 사막처럼 드넓게 입체적인 질감의 낮은 산등성이가 시선이 닿는 저 끝까지 펼쳐져 있었다. 눈앞에는 신화 속 거인 같은 기암이 솟았고, 서울 강남의 빌딩숲에 처음 와 본 시골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진 채 연신 사진을 찍었다. 

푸른 잎 하나 없이, 그 흔한 꽃 하나 없이, 뼈대만 남은 쓸쓸한 계절에 이토록 화려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무식한 시멘트 산길을 걸을수록 어마마한 경치의 스케일에 빠져들었다. 부러웠다. 이토록 광대한 자연이라니. 몸과 마음의 시야가 확 트이며, 산을 담는 마음의 그릇도 무한히 확장되는 기분이었다. 작은 산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대륙의 큰 산만이 보여줄 수 있는 풍경의 경지가 있었다. 일본, 캐나다 로키, 유럽 알프스 같은 외국의 산과 차별화되는 중국만의 매력이 있었다. 

백석산白石山 이름은 대리석에서 유래한다. 중국에서도 유일한 대리석층이라고 하는데, 건축자재로 활용되는 흰 대리석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백석산의 봉우리들은 지각 작용으로 융기된 대리석층이 11억 년 동안 풍화 작용을 거치면서 생겨난 것들이다. 고령의 노파처럼 밝은 빛깔도 세월의 풍파를 거치며 갈색으로 변한 듯했다. 11억 년의 시간이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저 한 굽이 코너를 돌 때마다 등장하는 기암과 노파들의 행진에 감탄하는 것이 전부였다.

간혹 짧은 동굴을 지나기도 하지만 쏟아지는 햇볕을 그대로 받는 벼랑길이다. 가이드는 여름에도 최고 기온이 22°C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래원현의 평균 고도가 800m에 이르는데다 백석산 트레킹 코스 고도가 1,600~2,000m대이기 때문이다. 

백석산을 관통하는 쌍응석 코스는 진시황의 기개를 보여 주듯 웅장한 암릉미를 관통하고 있었다. 거대한 기암괴석이 줄지어 다가오는 통에 시간이 지날수록 대단한 산세도 평범하게 변해 있었다. 해발 1,000m를 넘는 봉우리 81개와 깊은 계곡 9개로 이루어져 있다.

중국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곳은 기념사진 명소인 벼랑 끝 전망대. 절벽 밖으로 튀어나온 전망대 바닥을 유리로 만든, 담력을 시험하는 기념사진 명소다. 백석산에 절하는 군중처럼 낮은 산들이 기묘한 굴곡을 이루며 뻗어있다. 신록이 돋거나 단풍이 들면 훨씬 화려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 

한 굽이 절벽을 돌아 넘자 그랜드캐니언 같은 큰 바위벽이다. 중간 기점 같은 너른 터에는 컵라면 같은 간식을 판다. 경치를 보면서 톡 쏘는 향의 중국식 컵라면을 먹는 것도 추억을 쌓는 색다른 방법이다. 

백석산의 백미 중 하나인 유리잔도는 해발 1,900m로 중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유리 바닥 코스다. 두꺼운 유리를 바닥에 깔아 놓았는데, 걸을 때마다 유리가 살짝 쳐지는 게 느껴진다. ‘메이드 인 차이나인데 믿어도 되나?’하는 생각이 스치자 걸음걸음이 공포로 변하지만, 수많은 인파가 지나도 안전한 길이라고 한다. 폭 2m, 길이 95m로 짧지 않아 겁먹고 되돌아가는 이도 눈에 띈다. 우회해서 갈 수 있는 지상 코스도 있다. 

아직 비수기라 서문을 오픈하지 않은 탓에 온 길로 되돌아 동문으로 돌아간다. 왔던 길을 다시 가는 건 지루해서 선호하지 않지만, 새로운 느낌의 기묘한 풍경이 맞아 준다. 백석산을 떠나기가 아쉬워, 일행들과 기념사진을 몇 번이나 남긴다. 트레킹여행사 대표와 대장급 가이드들이 동행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의 강영일 강사(전 등산중앙연합회장), MLP투어 이성근 대표, 베리굿투어 오세웅 대표, IL투어 김기만 대표, 구의여행사 강서구 대표, 알프스전문 오혁 가이드, 최수호·이용호·석진호·이인동 대장 등이 참가했다. 베테랑 등산인들답게 “어메이징! 백석산!”하고 구호를 외치며 트레킹을 마무리한다. 

백석산의 거대한 카르스트 협곡인 백리협은 석회암으로 이뤄진 거대하고 좁은 협곡이다. 

양옆으로 늘어선 절벽과 기이한 바위, 우거진 숲, 청량감 있는 폭포가 어우러져 살아 있는 협곡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아름다운 중국 10대 관광지’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백석산 인근의 이수호는 중국 영화 ‘적벽대전’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작은 계림’으로도 불리며 보트를 타고 15분 정도 들어가면 노자봉공원에 닿는다. 여기서 협곡을 따라 난 절벽 길을 3km 걸으며 산과 호수를 즐길 수 있다. 길이 원점회귀할 수 있게 단순하며 경치가 탁월해 백석산과 달리 색다른 재미가 있다. 2시간의 짧은 트레킹을 마친 후 다시 배를 타고 돌아간다. 

모전욕장성은 세계문화유산이자 중국 5A급 관광지로 지정된 곳이다. 만리장성 중에서도 보존 상태가 매우 좋은 곳으로 꼽힌다. 명나라 주원장과 그의 부하 서달 장군과 척계광이 지었다고 전한다. 북경시에서 70㎞ 정도 떨어져 있다. 총 길이는 2,250m밖에 안 되지만 주변 산세가 웅장해 장성에서 바라본 경치가 환상적이다.

김은영 대표는 중국 여행사(랜드사) 일한 중국 여행 전문가다. 인차이나는 그가 “퀄리티 높은 새로운 중국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신념으로 세운 신생 랜드사다. 랜드사란 중국 현지에서 여행상품을 만들어 국내 여행사에게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소매격 여행사다. 물론 직접 손님을 모집해 여행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여행사 대표들이 주된 고객이다.

김 대표는 “중국은 시스템이 만들어져 가는 곳”이라며 “대도시를 벗어난 곳은 아직도  원칙이 통하지 않는 곳이 많고 변수가 많이 생겨 리스크가 높다”고 한다. 더불어 중국은 기본 영단어로도 소통이 안 되는 곳이 많아 개별 배낭여행이 어려운 것이 단체관광이 주를 이루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는 인차이나의 역할에 대해 “다년간 중국 행사를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인차이나만의 개성 있는 상품으로 독립운동가 김구·김원봉 등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항일 유적지여행, 농가숙박을 하며 사막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는 실크로드 투어 등 기존상품에 좀 더 색을 입힌 여행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백석산은 한국에선 유명하지 않지만, 북경에서 가까워 접근이 쉽고 경치가 탁월해 상품성이 높다”며 “백석산하면 인차이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최선의 여행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한다.

문의 인차이나 02-797-2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