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









청량산에 가면



김 동억





육육봉 하나 되어

어깨를 짜고

바람소리 물소리

산 문을 여는 청량산



금탑봉 꼭대기에 구름 한 점

연을 걸고

마음 속 얼레를 풀어 보래요



다툼일랑 풀래요

성냄도 풀래요

욕심일랑 더더욱 풀어 버리래요

비온 뒤 산빛마냥 더 푸른 가슴되게



산처럼 살재요

감싸안고 살재요

물처럼 살재요

순리대로 살재요







가을입니다. 어느 산을 가도 어디를 쳐다 봐도 만산홍엽 

노랗게 붉게 물든 단풍과 등산객들이 산하나 가득입니다.

 

단풍 구경은 지금이 제철이죠

힘들여 올라간 산정상에서 곱게 물든 단풍 아래로 

사바 세계를 바라 보고 있노라면 

마음 가득 그 아름다움에 젖어

성냄도 다툼도 욕심도 

그 어느 것 하나 들어설 마음자리는 없어져 버리죠



가을은 생과 사, 단풍과 열매가 함께 있는 귀중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불타는 산을 걷다가 우연히 낙엽아래로  떨어져 있는 밤톨을 보고는

두발로 가시를 벗겨 내어 먹는 알밤맛은

지금 아니면 맛보기 힘든 별미입니다.



또 운이 좋으면 절찾아 가는 길에 열린 사과를 보고는

하나 따서 바지에 쓱쓱 문질러서 한입 성큼 베어 아싹하고

싶는 맛은 여행의 운취를 한결 더하게 합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찬바람에 이리저리 흗날리는 낙엽 때문에 

마음이 울쩍해지기도 하고 또 혼자 걷노라면 괜히 센치해지거나

혹은 청승스럽게 보이기까지도 할테니까요



이모든 것을 한꺼번에 맛 볼수 있는 청량산으로 안내합니다

올봄에도 왔었던 청량사를 다시 한번 소개하는 것은

붉은 단풍이 내려 앉은 연화봉아래에서 마치 만개한 홍련의

형상으로 피어나는 청량사가 그만큼 더 아름답기때문입니다







청량산 입구









청량산엔 연꽃처럼 피어난선 암봉들과 기암봉들이 모여서 

미로와 같은 산릉과 계곡을 이룬 한편 들어서는 입구는 좁고 

가파르기 그지 없다. 





청량산은 옛 기록에서 이르되 6.6봉, 8대(臺), 3굴을 가진 바위 산이다. 

이 산의 중심에 앉은 청량사에서 두루 바라뵈는 9개 봉우리와 

그 바깥쪽 3개 봉우리 합해 12봉을 사람들은 청량산 6.6봉이라 불러왔는데, 

이는 \'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白鷗)

백구야 날 속이랴 못믿을 손 도화(桃花)로다

도화야 물 따라 가지 마라 어주자(漁舟子) 알까 하노라\' 는 

퇴계 이황의 시에서 유래한 말로서 수려한 12개의 암봉이 병풍처럼 펼쳐진 

봉화 청량산은 가을단풍으로 더욱 유명하다.



청량사









이중환 은 <택리지>에서 

‘밖에서 보면 다만 흙묏부리 두어 송이 뿐이나, 

강 건너 골 안에 들어가면 사면에 석벽이 둘러 있고, 

모두가 만 길이나 높으며 험 하고 기이한 것이 이루 형용할 수 없다’고 

청량산의 비경을 찬탄한바 있다.  사방에 보이는 것은 바위 봉우리요

하나같이 수직으로 깎아질렀다. 거기에 절은 커녕 

사람이 걸어 오를 틈새나마 있을까 의심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 험한 석벽들 사이로는 교묘하게 길이 나 있으며

만길 낭떠러기 절벽 위에는 암봉들과 잘 어울리는 절집이 깃들어 있다. 

올라오느라 흘린 땀을 시원한 석간수로 달래며 고개를 들어 보니

‘구름으로 산문을 지은 청정도량’이라는 청량사(淸凉寺)가 눈앞이다 











이 청량산으로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들어온 적이 있다. 

공민왕은 청량사 법당 유리보전의 현판 글씨를 자신이 청량산을 찾았던 

명확한 흔적으로 남겼다



본전인 유리보전(琉璃寶殿ㆍ경북유형문화재 제47호)은 

모든 중생의 병을 다스리는 약사여래불을 모신 전각. 

부처님은 종이를 다져 만든 ‘지 불(紙佛)’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지금은 금칠을 했다. 전쟁 때 불에 타서 폐사가 된 문수전의 문수보살과 

명부전의 지장보살을 옮겨 약사여래불 좌 우에 모셨다. 







산신전을 나와 외청량사라 불리는 응진전을 향했다

산꾼의 집을 지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보면  갑자기 앞이 툭 트이며 

청량사 일대가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 어풍대가 나타난다. 

청량산 12대 중 전망은 으뜸인 곳이다. 

여기에서면 누가 봐도 ‘산은 연꽃이고, 절터는 꽃술’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



낮은 구름이 안심전 아래로 내려 앉고 그위에 돛단배처럼 떠있는

청량사의 모습이 선경처럼 떠오르는 것을 보면 또 한번 

찾아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청량사는  산사 음악제로도 유명한데 탑있는 곳이 무대이며 

2층 종각있는 곳이 관람석이 되며 지금은 시화전이 열리고 있다.  



청량사를 중심으로 하여 왼쪽의 거대한 암봉은 연화봉이며, 

연화봉 정상 왼쪽 바로 옆에 비죽이 귀처럼 솟아오른 암봉은 향로봉, 

오른쪽 3시 방향의 뭉툭한 암봉이내청량의 주봉인 보살봉이다. 

청량산 최고인 의상봉은 연화봉 뒤의 능선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응진전 









어풍대 총명수를 지나  산 중턱을 길게 가로질러 나아간다. 

능선을 하나 감돌아들면, 곧 저 앞으로 기암봉이 나선다. 

기암봉 바로 아래의 쓸어질듯 자리 잡은 작은 암자가 응진전이며, 

그 기암봉을 포함한 봉우리 전체가 금탑봉이다.

그 옆으로 꼭대기가 둥근 기암이 몇 개 어깨를 기대면서 

하나의 커다란 암봉을 이루었으며, 

그 바위위에 자리한 단풍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선명한 빛깔을 품어 내고 있었다.



응진전에는 고려 공민왕의 부인 노국대장공주가 국가 안녕을 기원하며 

16나한상을 모시고 기도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응진전 뒤의 암벽은 수직을 넘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천정을 이루었다. 때문인가. 이 응진전에서 기가 약한 사람이 

잤다가는 밤새 가위에 눌린다고 한다. 







안심당 











응진전을 물러나와 안심당에서 솔잎차와 오미자차로 갈증을 달래며

창밖을 바라보니 등산객들이 줄을 잇고 올라오고 있다

역시 명승지는 새벽 인적 드문 시간에 와야 

조용하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하루 삼사 방문중  항상 첫사찰 방문지는 

해뜰 무렵 도착하는 것으로 하고 

두번째 사찰은 조용한 곳으로 정한다.두번째 방문지는 대개

점심 공양시간 전후 인데 작은 사찰에서는 공양주 보살님의

인심이 후해서 공양 하기 좋기때문이기도 하다



축서사 가는 길









축서사는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에 있는 봉화군의 진산인 문수산에 위치하고 있으며

봉화읍소재지에서 북쪽 부석,물야방향으로 약 5.5km(황해)에서 

오른쪽 농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농로 주위로 싱그러운

사과나무가 침을 돋게 하며 구기자열매가 무게를 주체 못해 

축쳐져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축서사는 이런 과수원길과 울창한 수림속의 소로를 구비구비 지나야 

다다르는 심산유곡의 선도도량으로 특히 가을에는 사방천지가 

단풍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또한 탁 트인 물야면과 소백산의 산줄기 역시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데, 

그 하늘 위로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날개를 핀 독수리 한 마리가 하늘을 

가를 것 같기만 하다. 



축서사의 축(鷲)자는 본래 독수리 취자이나 불교에서는 축으로 읽는다.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시던 인도의 영축산에서 따온 말이다. 

통도사 뒷산인 영취산을 영축산으로 부르는 것도 이때문이다. 

독수리는 인도에서 신성시 여기는 영물로서 지혜를 상징하기도 한다.



축서사







이 절은 의상대사가 부석사보다 3년 앞서 신라 30대 문무왕 때에 창건하였다

그리고 이 절의 배치에 따라 영주 부석사를 건축하였다고 알려지며

부석사 창건 당시 공양물 등을 축서사에서 날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대웅전





대웅전 문살





일요일이여서일까?  곳곳에서  큰 불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망치 소리는 커녕 목수 한명 눈에 띄질 않는다

어느 망인을  극락세계로 인도 하는 49제 올리는 염불외는 소리마저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에 묻혀질 정도로 인적 드문 한가한 절이다 

새로 단 대웅전의 다양한  문살이 이채롭다



보광전







축서사 삼층석탑은 통일 신라시대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통일 신라시대에 유행한 석탑은 2층으로 된 기단(받침돌) 위에 

집 모양으로 된 탑신을 3층으로 쌓았다



석불좌상부광배





보광전에는 돌부처가 봉안되어 있는데  신라말기 (9세기말)에 많이 만들었던 

비로자나불 중에 하나로 왼손을 목밑까지 올려 주먹을 쥔 뒤 

오른손 둘째 손가락을 살짝 꽂고 있는 지권인을 취하고 있으며

부석사의 무량수전 부처님처럼 보광전 정면이 아닌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불상 뒤에는 조선시대에 나무로 만든 광배가 배치되어 있는데 

화려한 꽃무늬와 불꽃무늬가 새겨져 있으며 보물 제 995호로  지정되었다. 





축서사에서 바라본 소백산



축서사의 제일은 절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이다. 

끊어질 듯 이어지며 파도 치는 산능선들, 

구름속에 섬인냥 떠있는 산봉우리들, 

태백산맥에서부터 달려 내려오던 산들 의 용틀림. 

이 모두에서 당당한 기상을 느낄 수 있다. 

우리 나라 절집에서 바라보는 전망 중 최고라는  

소백산 부석사의 전경도 여기 취서산에서 옮겨 간 것은 아닐까?생각하며

다음 목적지인 노란 은행나무 터널이 아름다운 절집

해질무렵 붉은 노을이 노란 은행나무 위에 내려 앉는 모습이 

일품인 부석사로 향했으나 그 유명세 때문에

입구부터 막혀 아쉽지만 이번 여정을 끝내어야만 했다.





축서사 가는 길 정자에서









나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정용철





나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가을 속에는 햇살과 그늘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투명한 햇살을 받아 빛나는 나뭇잎과 그 아래에서 숨을 죽인 채 

나뭇잎의 밝음을 받쳐 주는 그늘이 함께 있는 가을처럼, 

나는 나를 밝히면서도 남을 빛나게 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나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가을 속에는 자랑과 겸손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봄부터 정성을 다하여 얻은 열매의 자랑과 익을수록 고개 숙이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 함께 있는 가을처럼, 

나는 나의 노력으로 당당해질 때도 

늘 겸손으로 나를 낮추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나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가을 속에는 감사와 아쉬움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내려 준 은혜에 감사하면서도 

부족했던 노력을 아쉬워하는 가을처럼, 

나는 은혜에 감사하면서도 

나의 부족함을 성실로 채우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나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가을 속에는 낙엽과 열매가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주인의 사랑을 받는 열매와 다시 땅으로 떨어져 

내일을 기약하는 낙엽이 함께 있는 가을처럼, 

나는 오늘 이루지 못한 일에 실망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나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가을 속에는 풍요로움과 가난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곳간을 채운 풍요로움 속에서도 

가난한 이웃을 향해 마음을 비우는 가을처럼, 

나는 생활의 풍요 속에서도 가난한 마음으로 

남의 아픔을 헤아리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