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쫄따구는 없다' 병영문화 확 바꾼다  
[굿데이 2003-08-17 12:21:00]




이제 군 고참은 더 이상 '하느님'이 아니다. 후임병에게 잠자리에서 '끈적끈적한' 얘기를 시키거나 "너! 도무지 할 줄 아는 게 뭐냐"라고 쏘아붙였다가는 철창 신세를 질지도 모른다. 또 라면 끓이기나 식기 세척을 강요하면 오매불망 기다리던 외박도 반납해야 한다.
　
최근 육군이 창군 이래 최대의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육군은 최근 잇따른 병영 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N세대 장병의 인격 존중과 건전한 언어문화 정착 등을 골자로 한 '사고예방 종합대책'을 수립, 17일 전국 각급 부대에 내려보냈다. 이에 따르면 분대장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후임병들에 대한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일절 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관행으로 굳어진 고참병의 후임병에 대한 심부름 시키기와 식기세척 강요, 얼차려 등이 전면 불허되며 이를 위반할 시 형사입건돼 1∼5년 징역형을 받거나 외출과 외박을 제한받게 된다. 특히 장병들의 자존심과 인격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폭언과 욕설, 인격 모독성 발언이 전면 금지된다.
　
예를 들어 "도무지 할 줄 아는 게 뭐냐" "키는 '짜리몽땅'해서" "네 자식이 너 닮을까 걱정된다" "초등학교는 제대로 나왔냐" 등 능력을 무시하거나 신체적 약점을 비화하는 언어폭력이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도록 규정했다.　
이등병에게 가해지던 ▲취침 전 노래와 춤, 안마, 성경험담 이야기 강요 ▲탁구장, 영내매점(PX), 공중전화 사용 제한 ▲코고는 병사 잠깨우기 및 자리 옮기기도 일절 불허된다.
신병을 지칭하는 '쫄따구' '병아리' '신삥' 등과 저속어 사용, 신참들에게 강요하는 "시정하겠습니다" 복창 및 유격·신병 훈련시 교관이나 조교들의 '알겠씹니까' 등의 질문도 개선 대상 리스트에 올랐다.　
성(性)군기 문란행위 근절을 위해서는 ▲침대 및 침낭 2명 이상 동침 ▲배우자나 약혼자 외 남녀 두명의 군숙소 동행 ▲회식 중 여군에게 음주 강권 ▲칭찬 또는 격려 도중 포옹이나 머리·어깨·엉덩이 등 신체 일부 만지기 등을 금지하고 위반자는 형사처벌키로 했다.
　
또 군내 이성교제와 관련해 결혼하지 않은 남녀만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상하 2단계 지휘관계나 교육기관 교관과 피교육생 남녀는 보직만료와 교육종료 이후에만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육군은 이 행동강령의 이행실태를 수시로 점검해 위반자는 엄벌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예하부대의 개선 노력이 크게 주목된다.
심정미 기자 simstar@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