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언제이든가...
네팔산악회라고... 도봉산 등산을 다녀 와서..
서투른 목수가 연장 나무란다고..
면티셔츠는 땀에 적으면 잘 마르지 않는대나..어쩐대나...
들은 얘기가 있던 차에 영원무역인가에서 세일을 한다기에 물어 물어 매장에 가서 티셔츠를 하나 샀다 덤으로 양말도 몇컬레 사고(무슨 등산을 몇박며칠을 갈 것처럼..)
그게 지난 토요일의 일이다
장비는 다 마련했는데 등산을 가자는 놈도 없고.. 이놈의 산엔 혼자 오르기가 아무래도 찜찜해서..
일요일 날 집에서 딩굴다가 이왕 장만한 옷 한번 입어나 봐야겠다 싶어
낮잠을 자고 있는 마누랄 깨워 등산복으로 갈아 입고
나는 배낭에 생수 두병 넣고(지난번 도봉산에서 누가 배낭이 좀 작다~하길래 티셔츠 사면서 같이 장만했다)
산에 오르긴 막막하고..
집에서 안양천변을 걸어서 갈만큼 가보기로 했다
등산복에 (아삼바리란건 누가 봐도 표가 나는걸..) 등산화에 배낭 메고..
덤으로 마누라까지 데리고...
고척교에서 부터 북쪽으로 한강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정표에 여의도까지 16키로란다
마눌보고 \"오늘은 여의도까지 가 보자 가다가 못가면 돌아오자..힘들면 택시타고 올 요랑하고 가는데 까지 가보자\"
출발한지..심여분이 되기도 전에 굵은 땀방울들이 이마를 미끄러진다
신정교 다리 밑엔 넓은 코스모스밭이 있다
때이른 코스모스가 화단에 만발하다
한여름에 피는 코스모스는 그  애절함이 아직 여물지 않았나 보다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모를 들꽃들..
한가로이 유영하고 있는 물오리들...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눈빛엔 산책로에 웬 등산복?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들이 살아 생전에 처음으로 등산복 장만한 걸 알기나 해?

해가 뉘엇뉘엇 할 무렵에...
기여코 여의도에 도착을 하였다
마라톤 42키로를 완주한 것 보다도 더 자랑스럽게..
딸에게 전화한다
\"현숙아~ 아빠,엄마 여의도 까지 왔어..무려 16키로야!\"
우리 딸..시큰둥하게 아무 일 아니라는듯이..\"응..전철타고 와\"
어이구우.. 애들에게 대단한 찬사를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생맥주 한잔 시원하게 마시고...
전철타고 집으로 돌아 왔다..

오늘.. 어김없이 돌아 온.. 토요일..
내일이면 일요일인데...
깨끗이 빨아 논 등산복이 날 기다리는데..
등산을 가자는 놈이 없으니...
얼치기 산악인이 여기서 울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