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등산이 가장 좋은 보약이라고 하며 마라톤 42.195 Km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라고들 합니다
천천히 즐기면서 건강도 회복하고 달리기가 생활이 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완주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될 것이고 그때 도전해보십시오
전 구간을 완주한다는 것보다는 어디까지 달릴수 있는지 알아본다는 기분으로 도전하십시오
스트레스 많은 데 완주하는 것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면 안되겠지요
우리의 친구 이 동윤 원장이 국내 아마추어 마라톤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달리는 의사회 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평균 3시간 30분 내외의 기록으로 연 십회 이상 뛰고 있고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고 있으니 준 프로급입니다
이 동윤 동기가 있음에도 제가 완주기를 쓰려하니 부끄럽습니다만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좀더 가까운 느낌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통을 넘어 : 너희가 이맛을 알아?
    4회 통일 마라톤 완주기 ( 2002. 09. 29 )

일기 예보가 맞는 것일까 - 맞는다고 말하는 것이 이상한 것인데 -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은 통일 마라톤 그날이다
5시경 일어나 준비물들을 다시 확인하고 7시경 집을 나섰고 대화역에 도착하여 준비된 버스에 오르니 비가 그치기 시작한다

출발 및 집결지인 임진각 옆 광장은 그야말로 잔치판 -  각종 단체와  모임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광장을 둘러싸고 함께 모여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거나 파이팅을 외치고 함께 온 가족들은 뛰는 사람을 격려하고 준비한 음료수와 간단한 영양 먹거리를 권하며 완주와 기록 갱신을 기대한다
단순한 달리기 모임이 가족, 동료, 친구, 선후배들이 함께 즐기고 기뻐하는  잔치판이 되어 하루를 뜻있게 보내니 얼마나 보기좋은 광경인가  
이날 신청자는 12000여명, 여기에 가족, 일행등을 합하면 약 15000여명은 되었으리라  

함께하는 동료, 친구, 일행도 없이 혼자 뛰었던 지난 4월에 비하면  오늘은 함께 뛰는 사람이 있으니 훨씬 낫다
같이 뛰기로 한 진하 선배는 조금 늦게 도착하리라는 연락이 있었기에 물품 보관소 앞 광장에서 준비 운동을 하면서 기다리다 만나지 못하고 시간이 다 되어서 출발선으로 갔으나 보이지 않는다

아웅산 순국 선열 위령비옆에 마련된 출발선에서 출발을 알리는 폭죽이 터지면서 임진각과 망배단을 뒤로하고 주자들이 일제히 달려나가고 여기에 휩쓸리며 약 300m 쯤 갔을까 앞에 낯익은 뒷 모습이 있어 뛰어가니 진하 선배다  
열심히 뛰어보기를 약속하고 격려하며 어깨를 나란히하고 천천히 달리는데  
진하 선배는 풀코스가 처음이라며 걱정이 많다

비그친 뒤의 공기는 맑다 못해 상큼하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통일로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는 더할 나위없이 색깔이 곱다
오른편으로 경의선을 따라서 달리는데 5Km 까지의 구간이 경사가 가파르기에 돌아올 때 꽤 고생하겠구나 생각이 들었지만 지난번 4월에 뛸때 보다는 다리가 훨씬 가볍고 수월하다
   
5 Km 음료수 대에서 물을 한컵마시고 계속 지쳐 나간다
지난번에는 금년도 미쓰 코리안가 하는 아가씨가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으로 달려 출발선에서 눈요기를 잘했는데 이번에는 그런게 없어 조금은 아쉽다 싶었는데 웬걸 반 타이즈 차림에 팬츠도 없이 젊은 아가씨가 몸매를 한껏 자랑하면서 달리는 걸 보니 이만하면 눈요기는 괜찮다 싶다

문산읍을 지나 다시 통일로로 나와 경의선 고가를 지나는데 장딴지 통증이  시작되지만 참고뛰는데 마침 지나가는 의료반 - 자원 봉사자들로 구성되어 요즘 유행하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지나면서 의료 지원한다 -이 지나가기에 불러서 스프레이를 뿌리니 조금 나아지는듯하다

월롱면과 문산읍 일대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차량 통제로 불만이 많은 듯 화난 표정으로 주자들에게 격려나 박수는 전혀 없고 되려 우리가 교통 통제하는 전경들에게 수고한다고 위로의 말을 던지고 지나간다  

지난번 송파 구간에서는 교통 통제로 불편을 겪었던 어떤 경상도 아저씨가 차를 세우고 주자들에게 “ 야이 개새끼들아 빨리 안뛰나? ” 라고 하던 기억이 새롭고 그래도 음료수대에서 봉사하는 학생들이 격려하며 쳐주는 박수가  힘이되는 듯하다

파주 종합운동장을 돌아가는 17- 19 Km 구간이 전 구간에서 가장 험하여  경사가 심하지만 그런대로 넘기며 시계를 보니 연습할 때보다는 조금빠르다

비온 뒤 질퍽대는 길을 이리저리 피하며 달리는데 햇볕이 쏟아지고 땀이 흠뻑 배인 셔츠의 무게가 느껴지면서 속도가 처지기 시작하는 데  월롱리를 바라보며 달리는 25km 부근의 오르막이 사람잡는다

음료수대에서 스포츠 음료와 초콜렛과 생수를 한껏 마시고 피로를 풀기위해 스트레칭을 하니 장딴지의 통증은 가라앉아 그런대로 견딜만하여 계속 달리는데 그냥 걷거나, 포기하고 회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후반부를 걱정하던 진하 선배는 컨디션이 괜찮은지 잘 달리고 혼자달리기 심심하다며 웬 사람이 같이 가자고 하여 셋이서 페이스를 맞춘다

문산읍을 바라보면서 다시 나타난 고가 도로는 숨차게 만들지만 버티면서 지쳐나가는 데 장딴지 통증이 다시 시작되고 발걸음 떼는 방법을 바꿔서 조금은 가라앉혀 보지만 문산읍을 지나면서 통증이 심해진다
아까 힘들것 이라고 생각했던 35km 지점을 앞둔 오르막이 앞을 가로막지만억지로 쳐올라가는 데 다리 떼기가 힘들어져 할 수 없이 걷기 시작했다
모르고 달리던 진하 선배가 저 앞에서 오라고 하는데 손짓하여 그냥 가라고 하고 걸어서 오르막을 넘으니 조금은 진정되는 듯하여 내리막길은 달려 35km 음료수대에서 물을마시고 스트레칭과 마사지로 통증을 풀어본다

지금부터 소위 “마라톤의 벽”이라고 하여 그냥 포기하고 싶은 생각만 굴뚝같은 구간이라 하는데 계속 아프지만 않다면 충분히 제한 시간 내에 골인 가능하다는 느낌이고 앞으로는 경사가 없는 평탄한 길임에도 아직 통증이 가시지 않아 조금 더 걷기로 한다
 
가을의 태양볕은 아직 따가운데 좌우로는 코스모스 벽 넘어 황금빛 들녘이 넘실대고 임진각으로 향하는 길은 막힘이 없는데 500m 쯤 걸으니 통증이 좀 가시는 것 같아 다시 힘을 내어 달리기 시작하였고 37km 쯤에서 사진 촬영이 있어 그런대로 폼을 잡아본다
경의선이 지나는 고가 밑에서 의료 봉사단이 있어 허벅지에 약을 발라달라고 청하니 웬 젊은 아가씨가 발라주어 기분은 좋다

저기 멀리 통일의 문이 - 망령든 현대 정회장이 소떼 끌고 북한갈 때 통과하던 문 - 아득히 보이고 문 앞 반환점을 지난 사람들이 앞에서 다가오고 있어 문득 기록 측정기가 없다면 여기서 그냥 비켜가면 약 1km 는 절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기까지 와서 양심을 속이는 것은 안된다

유혹을 뿌리치고 반환점을 향하는데 진하 선배가 다가온다  “ 히---ㅁ ”을 외치고  반환점을 도는데 2.7km 남았단다
마지막 40 Km 음료수대에서 물을 마시고 임진각 골인지점으로 뛰어가는데 아까 보았던 반타이즈가 지나가니 젊은 여자의 몸매가 눈요기로 괜찮다
골인점 방향으로 U 턴 하니 골인점이 보이락 말락하고 좀 더 달리니 나머지 1Km 표시가 보이고 통증은 더 이상 괴롭히기를 포기했는지 힘이 솟구치면서 앞서가던 사람 몇몇을 뒤로하고 마지막 힘을 내어 골인점으로 달린다

같이 온 사람들이 동료들에게 던지는 격려를 나의것으로 삼으면서 골인점을 통과하는데 전자 체크기의 삑 소리가 오늘의 달리기가 끝났음을  알려준다
제한시간은 넘기지 않았고 - 지난번 보다는 훨씬 나아진 기록으로 두 번째 완주한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장딴지 통증을 핑계로 중간에 포기했더라면 얼마나 억울하고 수치스러웠을까 - 실제로 엄청 아팠지만  

먼저 들어온 진하 선배와 칩을 반납하고 완주 메달과 기념품을 받아들고 - 스폰서가 부자라서 기념품이 쓸만하다 - 짐을 챙긴다
주위를 둘러보니 임진각 일원은 완전히 놀이판 - 함께 온 가족, 동료들과  모여앉아 술, 고기 파티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진하 선배와 고양시로 나와서 마시는 맥주 한잔 - 요 맛 끝내준다 ;  너희가 맥주맛을 알아 ? - 다리는 좀 피곤하나 또 한번 해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으로 기분은 상쾌하기가 비길데 없고 다음 번 춘천 마라톤에서는 좀 더 충실히 연습하여 뛰어보리라 다짐한다